광주, 물순환 도시로 가는 길<5·끝>광주는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섣부른 접근, 또다른 왜곡 될수도…관 주도 지양해야”
“일, 시민 중심 작은 것부터 출발, 광주도 시민운동

▲ 일본 세타가야구를 흐르는 노가와 하천. 시민의 힘으로 하천을 되살린 대표적 사례다.

 일본 답사를 통해 목격한 다양한 물순환 정책과 사업은 내년 물순환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광주시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줬다. 그 가운덴 이러한 물음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광주는 어떻게 할 것인가?”

 25일 광주시에 따르면, 물순환 시범사업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서구 상무지구 일원(사업대상 면적 총 2.2㎢)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비 200억 원 등 총 297억 원을 투입해 투수블록, 식생체류지, 빗물 침투시설, 옥상녹화 등을 설치하는 것이 주 사업내용이다.

 하지만 보다 깊게 고민해야 할 것은 사업의 ‘내용’이 아닌 ‘취지’다.

 이 사업은 명칭 그대로 도시화로 인해 훼손된 물순환 체계를 복원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그런 면에서 광주천은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할 대상이다. 광주 물순환 체계의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

 내년 시범사업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단순한 ‘시설 설치사업’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펌핑수로 해결될 것처럼 말하면 안돼”

 

 이는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광주·전남녹색연합 등 광주지역 환경단체들이 일본 답사를 통해 확인한 ‘교훈’이기도 하다.

 빗물 침투시설 등은 ‘불투수면적’이 많은 도심에서 빗물을 땅에 정하고, 지하수, 하천으로 되돌리기 위한 수단일뿐이다.

 본격 사업에서 앞서 광주시가 정말 고민할 것은 이 ‘수단’이 광주천을 살리고, 도심의 물순환 구조를 복원하는 데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지하수, 토양, 강수량, 지질구조 등에 대한 각종 기초조사와 연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하수 보전 정책을 펴고 있는 일본 도쿄도청만 봐도 도쿄도의 지하구조, 지질에 대한 상당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양해근 한국환경재해연구소장은 “일본 고가네이시의‘(빗물)침투마우스’ 설치 사업도 상당한 연구자료를 기초로 했다”며 “침투마우스 설치가 중요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원’을 어떻게 할지는 명확하다. 자연 그대로 되돌리는 것이고, 만약 그러기 어렵다면 자연에 가장 가까운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면서 “자연의 ‘프로세스’를 알지 못하면 되돌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천은 주암댐 물 등 하루 24만 톤의 유지용수를 인위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최근엔 광주천의 물을 끌어다 지류인 서방천에 흘려보내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돌려막기식’ 대책을 언제까지고 유지할 순 없다는 점이다.

 양 소장은 “물을 끌어다 쓰는 것은 단기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동시에 장기적으로 물순환을 복원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펌핑수’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작지만 많은 참여, 물순환 운동으로”

 

 장기대책을 위해선 광주천과 주변 지형이나 지질, 지하수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와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와 함께 양 소장은 “‘예기치 못한 변수’가 있게 마련이다”며 “그때마다 맥을 짚어줄 관련 전문가 ‘풀’이 구성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대 전승수 교수도 지난 24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일본답사 보고회에서 “자연은 너무 복잡해 자연에 가장 가깝게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며 ‘조사 또 조사’를 강조했다.

 광주시가 이러한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시범사업에 대한 기대 못지 않게 섣부른 사업이 또다른 ‘물순환 왜곡’을 가져올까하는 우려도 큰 상황이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물순환 시범사업 종합계획 수립과 관련해 기초조사 등을 진행할지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일본 노가와는 유지용수 없는 하천으로 복원되는 데 약 28년이 걸렸다. 전문가·시민·환경단체 등이 나서 각 주택에 침투마우스를 설치하고, 마을 도랑, 하수도를 정비한 결과였다.

 양 소장은 이번 일본답사에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이러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꼽으며 “광주의 물순환 사업도 관이 주도해선 안 되는 사업이다”며 “시민운동화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일본 고가네이시의 7만여 개 침투마우스처럼 광주도 시내 곳곳에 있는 건물과 주택에 빗물 침투시설이 확산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전 교수는 “우리는 ‘큰 개념’만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작아야 모든 시민, 가구가 참여하기 쉬울 수 있고 그래야 더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일본 답사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면서 “광주천 복원은 결코 ‘광주시장’에만 맡길 문제가 아니다. 여러 시민들의 참여를 중심으로 행정을 리드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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