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양림동 한번 가보세”
산책하듯 즐기자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최근 충장축제가 열렸고, 주말에는 서창들녘에서 억새축제가 열리며, 전국 곳곳에서 축제가 열린다. 이러한 축제는 우리 지역에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거의 시·도와 시·군·구에서 한두 개씩은 열리는 셈이다.

 왜 축제가 가을에 많이 열리는가? 풍요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수확의 계절에 노래하고, 사냥을 한 후에 음식을 나누며 춤을 추었다. 지금도 수렵 채취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렇게 산다. 등 따숩고 배가 불러야 흥이 나기 때문이다.

 가을이 축제의 계절인 이유는 꽃이 피기 때문이다. 함평의 국향대전은 국화꽃과 향기가 사람을 부르고, 천관산의 억새축제는 파도치는 억새꽃이 장관이다. 4계절에서 가을과 함께 축제가 많이 열리는 계절이 봄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봄 축제는 꽃 피는 시기를 잘 맞추는 것이 축제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축제의 계절, 가을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

 

 ▶언제, 무슨 축제가 열리는지 알자

 축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축제가 언제 어디에서 열리는지를 알아야 한다. 충장축제, 굿모닝 양림 등 많은 축제는 매년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축제마다 양식이 있고, 그 시기와 장소를 잘 조화시켜야하기 때문이다.

 충장축제는 ‘추억의 7080’을 강조한다. 70년대와 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이 그 시절을 회상할 수 있도록 주제를 잡는다. 그 시절에 충장로를 친구들과 함께 누볐을 베이비붐 세대를 불러들이고, 그 자녀세대들에게 부모의 청(소)년기를 공감하게 하는 세대공감 축제를 지향한다. 매년 축제의 내용이 다채로워지지만 그 양식의 큰 줄기는 유지된다.

 이번 주말은 물론이고 10월과 11월에는 전국에서 축제가 열린다. 따라서 언제 어디에서 축제가 열리는 지를 검색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으로 ‘축제’로 검색하면 수많은 정보가 뜬다. 한번 간 적이 있는 축제 중에서 또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면 된다.

 축제 중에는 역사가 깊은 것도 있지만 새롭게 생기는 것도 있다. 순천의 경우 ‘정원박람회’를 하고, ‘국가정원’으로 등록하여 계절별로 다양한 축제를 열고 있다. 올 가을에는 ‘순천만국제교향악’(10월15일-22일)을 한다. 전통이 깊은 축제인 ‘낙안민속문화축제’(10월14일~16일)가 비슷한 시기에 열리므로 두 축제를 모두 즐길 수도 있다.

 

 ▶여행하며 축제를 즐긴다

 축제에는 볼거리가 있고 즐길 거리가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축제일 수록 행사 규모가 크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다. 가을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축제 한 두개는 구경해봄직하다.

 여행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는 것이 좋다. 평소에도 혼자 지내기 쉬운 사람들이 혼자 굿 보러 갈 필요는 없다. 지난 주말에 아내와 함께 영화구경을 하려다 ‘김정호 추모 음악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수창초등학교로 갔다.

 아직 본 행사를 시작하기도 전인데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친구나 가족단위로 온 듯했다. 미리 온 사람들이 자리를 맡아 놓고 기다렸고, 핸드폰으로 연락하여 함께 모였다. 운동장 주변에는 간이음식점이 생겼다. 그곳에서 막걸리나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대부분 함께 온 사람들이었다.

 축제는 전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먼 곳에서 찾아오면 여행을 겸한 축제가 되고, 동네 사람들이 찾아오면 산책하듯 즐기는 축제가 된다. 여행을 겸한 축제를 즐기려면 코스와 함께 갈 사람들을 잘 정해야 한다.

 예컨대, 광주사람이 순천에서 열리는 순천만국제교향악과 낙안민속문화축제를 동시에 즐기려면 꼭 보고 싶은 행사 시간을 고려하여 코스를 정해야 한다. 하나는 음악을 들어서 귀가 즐겁고, 다른 하나는 음식을 먹어 배가 든든한 것이다. 그럼, 식사 시간 등을 고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낙안에서 점심 혹은 저녁을 먹을 것인가에 따라 코스가 달라질 수 있다. 순천과 낙안을 찍고 내친 김에 율포로 가서 해수탕을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몸을 씻고 마음까지 개운하게 피로를 풀 수 있다. 오는 길에 봇재 휴게소에서 녹차를 시음하는 것도 좋겠다.

 

 ▶지인들과 번개팅 한번

 축제를 즐긴다고 해서 꼭 시간을 내고 돈을 많이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한 나절이나 저녁을 즐기는 것도 좋다. 광주사람이라면 10월14일에서 16일에 양림동에서 열리는 ‘굿모닝 양림’을 즐겨보기 바란다.

 이 축제는 1904년 양림동에 미국의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들어온 이후 선교를 하면서 병원을 열고, 학교를 운영하며, 사회복지사업을 한 역사를 되돌아보는 행사이다. 다른 축제가 거리 퍼레이드를 하고, 떠들썩하게 음악회를 하며, 먹거리를 판매하는 형식이라면, 이 축제는 시와 음악, 대화와 강연이 있는 ‘인문학 축제’이다.

 모든 시민이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다. 참가자에게 입장료를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한 나절 시간을 내거나, 저녁 무렵에 지인들과 “우리 양림동에 한번 가보세” 하는 형식으로 번개를 쳐도 될 것이다.

 필자는 며칠 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수 김원중 데뷔 30주년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이곳에 3000명이 모일 수 있는 큰 홀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음악회를 즐기기 위해 3000여 명이 모였다는 것도 놀라웠다. 그 자리를 빛내기 위해 가수 안치환 씨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를 “원중 형은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열창하였다. 이 공연을 즐기려면 최소 7만7000원의 표를 사야 했다.

 그런데, 10월14일 오후 7시에 사직공원 옛 수영장에서 열리는 ‘양림가을 숲속 음악회’에 오면 가수 안치환과 장은아 씨의 노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바이올린과 탱고, 팝페라, 명사들의 시낭송, 통기타 등 다양한 악기와 장르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같은 장소에서 15일에는 노사연, 이은하, 백영규, 이정석, 이치현과 벗님들, 김희진 씨가 출연해 가을분위기 듬뿍 담긴 노래들로 추억과 낭만을 선사할 예정이다. 낮 시간에 양림동을 거닐면 즉석 연주와 어쿠스틱 등으로 꾸며지는 ‘날아라 펭귄’(펭귄마을)과 타악 공연인 ‘양림 Amazing Theater’(오웬 기념각), ‘추억의 DJ박스’, ‘통기타-가을의 노래’ 등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밤에 열리는 음악회와 양림동 곳곳에서 열리는 축제를 즐기기 바란다.

 

 ▶축제를 즐기고, 축제를 만든다

 곳곳에서 열리는 축제를 즐길 뿐만 아니라 축제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는 축제를 열기 위해 국화를 키우고(함평국향대전), 정원을 가꾼다(순천만국제교향악). 하지만, 지속 가능한 축제를 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움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천산관의 억새는 매년 자연스럽게 피고, 서창 들녘의 억새도 절로 핀다.

 자연스러움도 숨은 공이 필요하다. 필자가 처음 꽃무릇(상사화)을 보려면 영광 불갑사를 찾았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때 공공근로사업을 활용하여 함평군이 용천사 주변에 꽃무릇을 식재하면서 꽃무릇 축제는 용천사가 더 유명해졌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숨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배운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축제를 직접 기획하는 것도 좋겠다. 초·중·고등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발표하고, 대학생은 전공으로 배우거나 동아리활동을 한 것을 연주하거나 시연할 수 있다. 최근에는 어르신들이 복지관이나 주민센터, 그리고 노인대학에서 악기연주나 풍물을 배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것을 함께 어울리면 축제를 만들어갈 수 있다. 축제를 단순히 구경꾼으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축제의 주인공으로 참여하면서 축제를 즐기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은 인생의 주인공이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조연이 된다. 그동안 우리는 축제를 구경꾼이나 조연으로 참여한 적이 많았다. 이제는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방법도 적극 개발하면 좋겠다. 처음에는 부대행사에 참가하고, 점차 내가 혹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갖고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다. 축제를 즐기는 것은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세월이 간다는 것은 즐겁게 살 시간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사람들일수록 올 가을의 축제를 더욱 즐겨보자.

참고=굿모닝양림 http://blog.daum.net/hbnam/8791

이용교 ewelfare@hanmail.net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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