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무 방기…인권침해로 판단”

중증장애인이 폭염으로 인해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한 데 대해 인권위가 “긴급히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9일 상임위를 열고,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이 야간 폭염 속 혼자 생활하다 고열이 발생,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진정에 대해 긴급구제 조치를 결정, 권고했다.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머리 아래 사지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뇌병변 2급 장애인으로, 장애인 활동지원사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활동지원사는 월, 화, 금, 토요일 4일 간 24시간 지원하고, 수, 목, 일요일 3일 간은 퇴근해 피해자는 야간에 혼자 생활해야 했다.

하루 24시간 서비스 지원을 받기 위해선 한 달에 총 720시간이 필요하나 국가 및 서울특별시 지원의 활동지원서비스 총시간은 598시간으로, 122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야간에 활동지원사가 없는 날 밤에는 문을 닫고, 벽에 설치된 선풍기도 켜지 않고 잠을 잤다. 외부인이 불시에 들어올 수도 있고, 선풍기 과열이나 전동휠체어 충전 과열로 인한 화재발생 등의 우려 때문이다.

지난 2일 오전 피해자는 고열과 가슴의 답답함으로 출근한 활동지원사와 함께 집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당시 체온은 38.6도로, 담당의사는 피해자에게 수액 및 항생제를 처방했으며, 큰 병원에서 입원하도록 권유하고 향후 안정시까지 24시간 간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피해자와 활동지원사는 진단서를 지참해 주민센터를 방문, 증상을 호소하며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추가 지원을 요청했으나, 장애가 아닌 고열 증상으로는 추가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해당 구청 또한 피해자에 대한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은 복건복지부 및 서울특별시의 적용기준에 따라 최대한 제공한 것으로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피해자 A씨에게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긴급제공하고, 유사한 형편에 처한 다른 중증장애인에게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8조의 규정에 따라, 폭염 속 혼자 생활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에 대해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긴급구제 조치를 결정했다.

보건복지부장관, 서울특별시장, 해당 구청장에게 혹서기에 충분한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여 생명과 건강의 심각한 위험에 처한 피해자에게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긴급히 제공하고, 이와 유사한 형편에 처한 다른 중증장애인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을 통해 “장애시민단체계의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확대에 대한 지속적인 요청에도 정부는 자발적인 개선 의지마저 관련규정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며 “현재의 재난적 폭염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매우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피해자는 사지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뇌병변2급의 중증장애인으로 국가의 도움이 있지 않고서는 폭염에 노출돼 건강 및 생명에 대한 위험이 노출된다”며 “이는 국가가 부담해야 할 국민의 생명권 및 건강권 보호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방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인권침해의 개연성이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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