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56·사법연수원 11기) 검찰총장이 수사권 조정 논란과 관련, 4일 "사퇴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 주례간부회의 자리에서 A4용지 3장 분량으로 작성해 온 발표문을 낭독하는 방식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김 총장은 "이번 사태의 핵심은 '합의의 파기'에 있다"며 "합의가 파기되면 이를 어긴 쪽에 책임이 있지만,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저라도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특히 "장관들과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중요 국가기관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최고 국가기관 내에서 한 합의, 그리고 문서에 서명까지 해서 국민에게 공개한 약속마저 안 지켜진다면 우리나라에서 과연 어떠한 합의와 약속이 지켜질 수 있겠느냐"고 성토했다.
이어 "퇴임전 검찰총장의 마지막 권한행사로 여러분들의 사직서와 사퇴의사를 모두 반려한다"며 김홍일 중수부장 등 대검 간부들의 사표를 반려했다.
아울러 "임기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사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 후배들에게 민망스럽다"며 "모든 일은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하고, 검찰은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총장의 이같은 결단은 이미 지난 1일 스스로 '책임론'을 제기하며 사퇴 의사를 밝힌데다, 이미 사의를 밝힌 검찰 수뇌부의 복귀 명분도 제공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만표(52·17기) 대검 기획조정부장의 사의 표명을 기화로, 김홍일 (55·15기) 중앙수사부장, 신종대(51·14기) 공안부장, 조영곤(53·16기) 강력부장, 정병두(50·16기) 공판송무부장 등이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다만 김 총장의 사의가 곧바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표 수리 여부를 판단해야 할 이명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국 순방길에 오른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선 김 총장이 먼저 사의를 밝힌 뒤 이 대통령이 귀국한 다음 법무장관을 통해 정식으로 사표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기(8월19일)를 마치기 전 김 총장의 사표가 수리된다면, 김 총장은 임기제 시행 이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사임한 임채진 전 검찰 총장에 이어 10번째 '중도사퇴' 총장이 된다.
남은 임기까지는 박용석(56·13기) 대검 차장이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차기 총장 후보로는 박 차장은 물론, 그와 연수원 동기 차동민(52) 서울고검장과 한상대(52) 서울중앙지검장, 14기 노환균(54) 대구고검장 등 4명이 거론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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