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천서 기공식… `역사성 훼손’우려
호남측 유족 “관광지 만들기 중단해야”

▲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가 지난 27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민주공원 기공식에서 반대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가족협의회 제공>

 1980년 이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민주열사 110여 명을 안장할 `민주공원’이 경기도 이천시로 결정<본보 3월9일자 등>된 가운데, 지난주 정부가 묘지 기공식을 감행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유가족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공원 유치를 놓고 이천시와 경합하다 숫자에 밀려 탈락한 광주지역 유가족이 저항의 중심에 서 있는데, 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는 지난 27일 이천시 민주공원 부지에서 열린 기공식장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저지 농성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유가협 측은 “호남지역 민주열사 40여 명은 이천 민주공원으로 이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천명한 뒤, 다른 유가족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협 박제민 사무국장은 지난 2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천 민주공원을 반대하고 있는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 등이 `유가족 의견을 묵살하고 역사정신 훼손하는 이명박 정권과 이천시는 유족 앞에 사과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장을 찬성하는 유가족들은 (이천시가)`접근성이 좋고 대체부지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반대하는 유가족들은 `민주열사 묘지 결정이 유가족과 민주단체가 배제된 채 추진됐다’고 반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사무국장은 기공식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분노하기도 했다. “당신들이 반대해도 이천 민주공원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반대하는 유가족들이 70·80대 고령이니까, 만들어지면 어쩔 수 없이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반대하는 유가족들은 “역사성·정통성이 없는 이천시에 조성되는 민주공원은 돈벌이용 기념물로 전락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이천시는 민주공원을 테마파크 등과 묶어서 연간 30만 명이 찾는 관광지로 만들려고 해요. 죽은 사람을 갖고 장사하려는 거죠. 그건 죽은 열사들과 유가족들을 모독하는 일입니다.”

 때문에 유가협 측은 “다른 유가족들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한 절차로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 497억 원을 써서 민주열사들의 묘지를 만드는 만큼 지자체가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는 “민주공원은 2000년 제정된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추진돼 왔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민주공원 조성을 둘러싼 갈등은 더 격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세열 기자 ysy@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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