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행보 `광주아픔’ 보듬으며 “역사 부름에 숨지 않아”
박 시장 “언론 난리나” 손사레에도 곳마다 대선후보 대접

▲ 13일 전남대학교에서 강연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 주변으로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청년들이 모여 있다.
 “완전히 대권 도전 선언인데?” 지난 13일 전남대학교에서 진행된 박원순 시장의 강연을 보는 시민, 청년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이날 강연은 “최고로 좋아하는 단어가 ‘경청’이다”고 한 그가 유일하게 시민들을 상대로, 1시간 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정이었다.

 이를 통해 박 시장이 던진 메시지는 강렬했다. “1980년 5월의 꿈을 같이 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제 뒤로 숨지 않겠습니다. 박관현·윤상현 열사처럼 이 역사의 대열에 함께 하겠습니다.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 행동하겠습니다.”

 박 시장이 광주를 찾기 전부터 그의 광주 방문에 대한 추측과 해석은 난무했다.

 잠재적 야권의 대선주자인 그가, 그것도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2박3일을 머물렀다. 박 시장 측은 “이전부터 강연 요청 등이 있었다”고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만도 없었다.

 그야말로 ‘광폭행보’였다. 광주에 도착한 12일 곧바로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박 시장은 이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방문, 종교계, 언론인, 청년들과의 만남 등 일정을 소화했다.

 다음 날엔 전남대 강연 후 광주시의원 및 구의원들과 광주시의회에서 간담회를 갖고 광주트라우마센터를 찾아 5월 단체, 이철규 열사 어머니 등을 만났다.

 저녁에는 서구 광주NGO센터에서 시민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저녁에는 1913송정역시장을 찾아 청년가게를 둘러보고, 청년활동가들의 얘기를 듣기도 했다.

 5·18 제36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광주를 찾은 박 시장은 어딜가나 1980년 오월 광주의 역사적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80년 5월 광주가 2016년 5월의 광주에게-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보내는 시그널’을 주제로 한 전남대 강연에서 그는 “5·18정신은 늘 시대의 변화, 새로운 도전이고 새로운 사명이다”며 “광주정신은 미래이면서 또 현재다. 민주·인권·대동 5·18정신이 국민의 삶을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꿔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국정교과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어버이연합, 개성공단 폐쇄,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나열하며 “미래로 나가야 하는데, 우리는 뒤로, 과거로 후퇴만 하고 있다”며 “도대체 국가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난 4·13 총선에 대해 “반란이 아니라 차라리 혁명이었다”며 “국민이 정부여당과 박근혜 정부의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침몰해가는 대한민국호에 ‘균형수’를 채워주셨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도 이제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대열에 함께 하겠다.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게 더 행동하겠다”고 방점을 찍어 대선 출사표를 방불케했다.

 시민들도 자연스레 박 시장을 ‘대선 후보’로 대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 한 시민은 박 시장에 “대선 후보가 된다면 우리 대학이 당면하고 있는 대학 자율성 침해, 직업 훈련소로 전락하고 있는 대학,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의 격차 심화 등에 대해 어떤 해결 방안을 제시하겠냐”고 질문했다. ‘대선공약’을 물은 셈이나 다름 없었다.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박 시장을 만난 오월 단체 회원들도 박 시장을 ‘서울시장’이 아닌 ‘대선후보’로 전제하고 있는 듯 했다. 오월단체는 광주트라우마센터 독립·상설화부터 민주주의 전당 건립, 5·18유공자 연금 지급 등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나서야 할 현안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바랐다. 그러면서 농담반 진담반 박 시장에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것은 결국 (박원순)시장님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한 오월단체 회원은 박 시장에 “(대선 출마와 관련해)혹시라도 반대하지 말고 받아들여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이 되달라”고 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대선 후보’란 단어가 나올 때마다 “제가 대선후보로 말을 하면 내일 아침 신문 1면 톱을 장식할 거기 때문에”라고 가볍게 받아쳤지만, 크게 대선에 대한 도전 의지를 부정하진 않았다. 광주 지방의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도 대권 도전에 대해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광주 방문을 통해 사실상 대권 도전에 시동을 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박 시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한편, 박 시장은 18일에도 5·18 제36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광주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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