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계곡수 반딧불이 서식 “값진 자연유산”
‘물순환 도시’ 출발한 광주 “수달이 사는 광주천 만들자”

▲ 풍암제 전경.

 한겨울, 풍암제 습지비오톱은 깊은 계곡에서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소리천국이다. 바위에 부딪치며 흐르는 물소리는 귀가 먹먹할 정도이고, 눈에 보이는 계곡의 수량도 상당히 많아 지리산 화엄사나 뱀사골의 깊은 계곡에 온 듯하다.

 이곳은 광주 북구 금곡동에 위치해 있고, 면적은 12만7866㎡ 로 1974년에 준공됐다. 또한 무등산에서 발원한 계곡물은 원효지구와 풍암정을 지나 이곳으로 유입되고, 주변 환경은 확 트인 자연식생 경관과 ‘풍암정’이라는 정자문화 경관이 서로 어우러져 있는 습지비오톱이다.

 풍암정은 김덕령의 동생 김덕보가 은둔하며 지냈던 곳이다. 김덕보는 임진왜란 당시 큰형 김덕홍과 작은형 김덕령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자, 이를 슬퍼하며 모든 것을 잊고자 광주 무등산의 수려한 원효계곡을 찾아 터를 잡고 은둔생활을 시작했다. 주변에는 수령이 40~50년 된 소나무군락이 자연스럽게 분포해 있으나 정자 왼편으로는 전나무가 식재되어 있어 다소 이질적인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 개발 전 물순환 체계 회복 시급

 풍암제 습지비오톱으로 유입된 물은 다시 보를 넘어 풍암천으로 흘러가고 있다. 풍암천은 이곳 풍암제 습지비오톱에서 시작해 영산강 제1지류인 증암천(광주호 상류 약 600m 지점)까지 이어지는 소하천이다. 풍암천은 현재 하천 폭이 12~35m로, 상류의 제내지(고수부지 밖)는 대부분 임야로, 하류의 제내지는 농경지로 이루어져 있다. 풍암천의 중류부에는 깨끗한 계곡수와 하천식생으로 인해 1급수에 사는 다슬기만 먹고 사는 반딧불이가 서식하고 있다.

 따라서 마을 앞으로 흐르는 맑은 계곡수와 반딧불이가 살고 있는 풍암천은 보전해야 할 자연유산이자 아름다운 자연하천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연하천은 물순환을 통해 광주천을 살리고자 할 경우에 하나의 중요한 모델이다. 현재 광주천은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는 간헐천이지만, 광주시가 주암댐과 하류에 위치한 하수종말처리장에서 하루 24만 톤의 물을 끌어와 항상 물이 흐르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에너지와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다. 광주천에 물이 자연적으로 흐르게 하려면 우선 광주천 유역에서 빗물을 땅속으로 침투시켜 도시개발 전 물순환체계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광주전남녹색연합과 8개 시민단체, 광주지속협, 전진숙시의원실 및 광주광역시는 물순환체계의 중요성을 알리고 광주천을 살리기 위해 민·관·학이 협동해 2015년 6월부터 2016년 12월21일까지 이미 습지생물다양성 4회 포럼과 13차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 결과, 가장 큰 성과는 습지생물다양성에 대한 기초자료 마련과 시민환경단체 실무위원회 구성, 선진지 견학을 통한 시민참여 인식 전환, 물순환 조례 마련, 물순환선도도시 선정 등 5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기초자료는 습지생물다양성 포럼 및 세미나의 자료집으로 ‘광주광역시 습지관리실태와 습지보전 사례(이두표 교수)’, ‘광주광역시 생물다양성 핵심축 개선 방안(김영선 박사)‘, 광주광역시 복개하천 현황과 복원 방향‘(김민환 교수) 등 17개가 마련되었다.

 둘째, 시민환경단체 실무위원회는 매회 포럼 및 세미나를 평가하고 다음 세미나를 준비하기 위한 총괄 진행자와 8개 시민환경단체의 실무자로 구성했다. 이를 통해 각 단체별 회의장소 제공과 안건토의 및 시장 면담 등 정책제안과 환경 현안 대응도 협력해 진행했다.

 셋째, 선진지 견학은 습지생물다양성이 증진되고 물순환 회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본으로 다녀왔다. 일본의 물순환 회복 노력은 28년 동안 시민들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 속에 이루어졌다. 이는 광주광역시의 물순환선도도시에 대한 시민홍보의 중요성과 시민참여방향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넷째, 물순환선도도시 광주를 위한 법제도의 정비를 위해 9개 관련 부서와 전문가 및 습지생물다양성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 등이 총 4회의 협의를 거쳐 물순환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2017년 1월1일부터 발효됐다.

 다섯째, 습지생물다양성 포럼 및 세미나 최고의 성과는 환경부의 물순환선도도시에 광주시가 선정된 점이다. 이러한 성과는 물순환선도도시 광주 조성을 위한 환경부 공모전에 습지생물다양성 포럼 및 세미나에 참여한 전문가와 시민, 광주시가 함께 갑론을박하면서 협력해 이루어낸 결과이다. 이러한 노력 끝에 광주는 이제 ‘물순환선도도시 광주’라는 이름표를 달게 됐다.

 

▶광주시, 환경부 물순환선도도시 선정

 ‘시민참여형 물순환선도도시’를 향한 광주의 시작은 이제부터다. 수달이 사는 광주천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 광주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보니, 첫째, 민·관·학의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하고 절차를 통해 시범사업 대상지를 선정하기 위한 집담회를 개최해야 한다.

 둘째, 경제적 인센티브를 통한 자발적 시민 참여 유도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이를 물순환 조례에 포함하는 등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셋째, 광주천을 살리기 위한 광주시 물순환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넷째, 광주천과 주변 일대에 저영향개발기법을 적용하고 학교환경교육과 시민교육 운영을 위한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

 다섯째, 전국 지자체 253개의 시민참여형 물순환선도도시의 모델로서 ‘광주광역시 국립물순환교육센타’를 건립하는 등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시민참여형 물순환선도 도시’는 시원한 도시, 촉촉한 도시, 쾌적한 도시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오감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토지 소유의 30%에 해당하는 공공보다는 70%에 해당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역할이 있어야만 의미가 있고 가능한 일이다.

 수달이 살 수 없는 광주는 희망이 없는 도시이다. 푸른 광주를 목숨 걸고 잘 보전하는 일은 우리 아이들에게 꼭 남겨주어야 할 까치밥 같은 중요한 생명줄이다.

글=김영선 대표<생명을노래하는숲기행>

사진=최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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