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 사는 82세 고모님이 친척들을 만나기 위해 고향에 오셨다. 86세, 80세인 고모 세분과 함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묘소를 찾았다. 승용차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의 추억과 최근 상황 그리고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미국 고모는 작년에 고모부가 돌아가셨고, 인천에 사는 셋째 고모는 49세에 홀로 되셨다. 팔학년이지만 막내 고모는 초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과 얽힌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억하셨다. 세분 모두 어린 시절에 일제강점기를 겪고, 청소년·청년기에 한국전쟁을 체험했으며, 산업화시기에 자녀들을 키우면서 다채로운 삶을 살았다.

 세분은 필자에게 “즐겁게 살아라, 기쁘게 살아라, 행복하게 살아라… 세월은 금방 간다”는 말씀을 강조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삶과 죽음은 연결되어 있다

 미국 고모는 3년 전에도 오셨는데 이번 방문은 더 각별했다. 1982년에 이민 가서 2남2녀를 잘 키우고, 노후에 부부만 살다 고모부를 보내고 오신 소회가 다른 듯했다. 열 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와서 다시 인천에서 광주를 거쳐 보성에 왔으니 긴 여정이었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신지?”를 물었더니, “가고 싶은 곳은 별로 없고 친척과 친지를 많이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삶과 죽음은 연결되어 있지만, 한번 떠나면 볼 수 없기에 절실함이 더 큰 듯하다. 성묘를 하면서 “다음에 또 오면 되지…”라고 말하시지만, 또 올 수 있을지, 왔을 때 세자매가 뭉칠 수 있을 지를 기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고모부는 파킨슨의 초기 단계이셨다. 파킨슨은 몸이 점차 굳어지고 균형을 잡기 어려운 질병이다. 그 단계가 심해지면 몸이 꽈배기처럼 굳어지는 고약스러운 병이다.

 고모부는 초기단계에 병을 발견하고 약물관리와 운동을 통해 지연시켰다고 한다. 아파트 화장실에서 나오시다 쓰러져서 ‘뇌진탕’으로 돌아가셨는데, “험한 꼴”을 당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계셨다. 필자는 임종을 앞둔 암환자를 문안한 적이 있었는데, “죽은 것은 두렵지 않지만, 아픈 것은 두렵다”는 말을 들었다. 몸이 굳어 가면서 신경을 눌러 고통을 참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선조들은 ‘고종명(考終命)’을 오복의 하나로 쳤다. 깨끗하게 살다 죽는 것은 복이다. 장수를 누리고 질병 없이 죽거나, 병이 있더라도 연명치료를 받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큰 복이다. 우리 사회는 곧 초고령사회가 되기에 ‘고종명’은 모든 사람의 소망이 될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 길 바라지만, 현실은 질병의 고통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장례를 모실 것인가

 최근 우리 사회는 매장에서 화장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전국의 모든 시/도에서 화장률이 절반이상이고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70%를 넘어섰다. 매장을 하기에는 장례가 번거롭고 장지도 마땅히 없다.

 유족들은 장례식장과 화장장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 짧은 시간에 장례 절차를 밟고 조문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악용하여 장례식장 등이 폭리를 취하곤 한다. 장례용품을 가짜로 팔거나 가격이 구입단가 대비 지나치게 많다. 일부 대형병원 장례식장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파는 수의는 삼베나 명주의 함량에 따라 10만 원대에서부터 수백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100% 명주로 만든 수의는 65만 원에 팔고 있지만 구매단가는 20만 원에 미치지 못했다. 고인에게 잘 해드리고 싶은 유족의 마음을 자극하여 턱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한 장례업자는 유족이 구입할 때에는 “300만 원짜리 상품인데 50~60만 원짜리로 해서 덮어 씌워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장에서는 20만원인 관이 60~80만원에 팔리는 것은 오랫동안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온 업계환경과 정확한 산정근거가 없이 가격이 정해지는 시장구조 때문이었다.

 

 ▶전국 장사시설·장례 정보를 한 눈에 본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전국 장사시설과 장례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서비스를 모바일에서도 제공한다. 누구든지 회원가입 없이 홈페이지(http://m.ehaneul.go.kr)를 검색하면 전국 화장시설의 예약 상황과 장례용품 가격, 시설 이용료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의 위치정보를 이용해 반경 3㎞ 이내 가까운 장례식장, 봉안시설, 자연장지, 묘지 등 장사시설 정보도 알려준다. 원하는 시설을 선택하면 자세한 시설의 정보(전경·위치·연락처 등)를 제공하는 ‘주변 장사시설 찾기’ 기능도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클릭하기 바란다.

 복지부는 올 상반기 중에 고인의 주민등록번호 없이 이름과 생년월일만으로 화장장 예약도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그동안 화장장을 예약하기 어려웠고, 일부 장례식장 등에서 화장장을 무더기로 예약했다가 갑작스럽게 화장이 필요한 유족에게 되파는 문제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화장절차와 요금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내친 김에 화장절차와 요금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현재 화장절차는 “사망 후 24시간이 경과된 후(임신 7개월 미만의 사태는 예외)”이용 가능하다. 화장 전일까지 예약신청을 하고, 사망진단서 등의 구비서류를 갖추어 접수하며, 영구차로부터 시신을 운구하여 순서에 따라 화장이 시작된다.

 3일장은 이러한 절차대로 해도 무방하지만, 망자 중에는 어린 아동도 있고, 문상객도 많이 않아서 빨리 장례를 원해도 화장전일에 예약하고, 접수한 후에 화장을 하다 보면 3일이 빠듯하고, 화장 순서에 밀려 4일장을 하기도 한다. 화장로는 하루 24시간 가동할 수 있기에 굳이 “사망 후 24시간 경과된 후 화장”, “화장 전일까지 예약신청”과 같은 제한 사항을 없애야 할 것이다.

 더욱 불합리한 것은 화장시설이 전국에 있는데 고인의 주소지에 있는 화장시설을 이용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는 경우에 이용료의 차이가 터무니없이 크다는 점이다. 고인은 집이나 근처 병원에서 돌아가시기도 하고, 자녀의 집이나 가까운 병원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광주영락공원의 화장장 이용료는 15세 이상 대인은 광주시민 9만 원, 전남도민 54만 원, 다른 지역민 90만 원이다. 화장시설을 이용하는 시간은 같은데 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최대 10배나 내야하고, 광주 북구 효령동 바로 옆이 전남인데 전남도민은 6배나 내야 하는 것은 ‘징벌적인 이용료’이다.

 불합리한 서비스를 혁신하여 전국 모든 시설의 이용료를 표준화시켜야 한다. 만약, 화장시설을 수용한 지역민에게 혜택을 준다면 표준가격에 인접 주민 할인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용료는 원가를 계산하여 결정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보훈대상자에게 면제혜택을 주듯이 인접 주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른 지역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10배의 차별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 고인을 품위 있게 추모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모바일 웹페이지 http://m.ehaneul.go.kr

이용교 ewelfare@hanmail.net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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