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28∼30일 전일빌딩 10층 등 정밀조사
원형훼손 우려 육안조사만 가능 어려움 많지만
“발견된 탄흔 탄도 상 총탄 있을 가능성 기대”

▲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8일 5·18 당시 헬기사격 탄흔이 무더기로 발견된 전일빌딩 10층에 남아있을지 모를 총탄을 발굴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가 전일빌딩 10층 천장에 남아있을지 모를 5·18 당시 헬기사격 총탄을 발굴하기 위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28일 광주시에 따르면, 국과수는 이날부터 30일까지 헬기사격 탄흔이 무더기로 발견된 전일빌딩 10층을 비롯해 건물 전면부, 후면부에 대한 탄흔 발굴 추가 조사를 진행한다.

37년 전 계엄군 헬기가 시민군을 향해 쏜 총탄이 나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1월12일 광주시에 보낸 전일빌딩 총탄흔적에 대한 ‘법안전감정서’를 통해 국과수는 전일빌딩 10층 전일방송(영상 DB 사업부)에서 확인된 탄흔 150여 개에 대해 “헬기가 호버링(hovering, 일정 고도를 유치한 채 움직이지 않는 정지 기동상태) 상태에서 고도만 상하로 변화하면서 사격한 상황이 유력하게 추정된다”고 밝혔다.

5·18 당시 전일빌딩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었던 가운데, 건물 10층에 무더기로 총탄 자국이 생긴 것은 헬기 사격이 아니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감정 결과에서 국과수는 일단 M16 가능성을 우선 추정하고, 기관총 사격 여부에 대해서는 “M60 기관총의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여지만 남겨놨다.

이번 추가 조사에서 총탄이 발견될 경우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입증할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는 동시에 당시 사용된 총기 종류도 확인이 가능해진다. 계엄군의 무차별 기관총 사격을 규명할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본격 조사에 앞서 김동환 국과수 총기안전실장은 총탄 조사와 관련한 현장 설명회를 통해 “전일빌딩 10층 천정 텍스 쪽을 보면 탄도가 수평탄도를 이루고 있다”며 “천장 마감 총탄 자국의 탄도 등을 봤을 때 (천정)나무 부분을 뚫고 내부로 진입한 총탄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온전한 탄환이 나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파편이나 부분이라도 나와주면 총탄 종류 확인이 가능하다”며 “저 자신도 기대가 큰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 실장을 비롯해 국과수 조사원 3명은 천정 형광등기구를 해체한 후 그 공간을 이용해 육안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장을 원형 보존하기 위해 이같은 조사 방식을 택한 것이다.

비좁은 공간에 상체만 넣어 조사를 해야 해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김 실장은 “천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원형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육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조사가 끝나면 결과에 따라 추가조사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5·18 당시의 총탄이 발견될 경우 국과수로 가져갈지, 그 자리에서 판독이 가능한지를 먼저 결정하며 발굴과 관련한 모든 내용은 서면으로 광주시에 통보할 때까지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국과수는 총탄이 발견될 경우, 제원과 생산연도, 총탄종류, 1980년 당시 헬기가 쏜 총탄과의 연관성 등을 분석하게 된다.

국과수 조사에 앞서 현장을 찾은 윤장현 광주시장은 “국과수 조사에 의해 헬기 사격 탄흔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실탄이 존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역사적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며 “광주시민, 먼저 간 오월영령을 대신해 진실을 찾는 데 국과수가 최선을 다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일빌딩은 1980년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이 계엄군에 대항한 건물로, 보존을 위해 문화복합시설과 관광자원화 시설로 지난해 4월 활용방안을 마련하고 총탄조사를 국과수에 의뢰해 지난 1월 탄흔 185곳을 확인한 최종 감정보고서를 받았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