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함과 뻔뻔스러움, 민주 시민의 덕목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하루 앞둔 8일, 모두의 관심은 이제 곧 선출될 새로운 지도자가 누구이며 우리나라 앞날이 과연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로 쏠려 있을 것이다. 두려움과 설레임이 함께 하는 시간이다. 지난 겨울 촛불시민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첫 발을 내딛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하고, 더 이상 지배받는 혹은 통치의 대상인 ‘국민’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며 통치권을 위임하고 감시하는 ‘시민’으로 역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에 더욱 그렇다.

 미국을 대표하는 교육지도자이자 사회운동가인 파커 J. 파머가 2011년 쓴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필요한가’(글항아리:2012)에서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시민들을 ‘자신의 생존을 위해 본질적으로 의지하게 되는 인간 및 다른 존재들의 광대한 커뮤니티의 일원이라는 생각(위의 책, 76쪽)’으로 ‘우리 안에 있는 정치적 자아에서 비롯되는 갈등들이 민주주의의 기반인 시민 공동체를 해체하지 않도록 끌어안는 공공선’(78쪽)을 추구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재빠르고 강력하게 움직이며 사회 변혁을 시도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해 결정적인 힘을 행사하며 성격을 규정짓는 이 구성원들이, 이제 우리 한국 사회에도 등장한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직 성숙되지 못하고 합의되지 못한 시민의식은 지난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앞에서 갈라지고 상처받고 결국 비통함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과연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고 망가진 사회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하고 환상과도 같은 우리사회에 대한 미래비전을 구체화 하는 데, 시민으로 우리는 어떻게 역할할 수 있을 것인가?



시민으로서 우리의 역할은 뭔가?



 “누군가 내게 21세기에 부응하기 위해 미국인에게 필요한 마음의 습관을 두 단어로 요약해 달라고 한다면, 뻔뻔스러움과 겸손함이라는 말을 고르겠다. 뻔뻔스러움이란 나에게 표출할 의견이 있고 그것을 발언할 권리가 있음을 아는 것이다. 겸손함이란 내가 아는 진리가 언제나 부분적이고 전혀 진리가 아닐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내 의견을 분명하고 자신있게 발언하는 것 만큼 특별히 타인에게 열린 마음과 존중하는 태도로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겸손함과 뻔뻔스러움의 마음을 갖추면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시민이 될 수 있다.” (93쪽)

 이제야 모두가 뻔뻔하게 말하기 시작하게 된 우리사회는 아직은 서로 다른 이들을 받아들여 새로운 제3의 길을 만들어 가는 데 익숙하지 않다. 사적인 방식과 공적인 방식에서 매우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파머는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필요한가’라는 질문과 함께 개인적인 영역으로 숨겨져 왔던 ‘마음’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다루어져야 하는지 이야기 하고 있다.

 “이 모든 질문 앞에서 우리의 마음은 갈등에 휩싸인다. 우리는 공정하고 관대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기에게 필요한 것 이상을 가지고 있을때 조차 타인들을 질투하면서 자신의 몫을 늘리는데 집착하기도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한다. 그러나 어떤 말을 듣게 될까 두려워서 이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를 회피할 방법들을 찾기도 한다. 우리는 동료 시민을 신뢰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가까운 사람을 포함해 타인에게 상처를 받아보았기에 낯선 사람들을 신뢰하기를 어려워한다. 인간의 마음이 민주주의의 첫 번째 집은 아니라 할지라도 민주주의의 첫 번째 토론장임에는 틀림없다. 운명적인 결과들을 함축하는 조용한 논쟁이 그곳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것이다.” (103쪽)

 민주사회를 위한 논쟁이 비극적 결과를 갖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이들과 극심한 갈라짐을 감수하고라도 원하는 결과를 위해 달려가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까지…우리가 민주주의를 살아내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비단 선거뿐 아니라 이 이후의 우리 사회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더욱 그럴 것이다. ‘박근혜 한 명을 바꾼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공감을 얻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공동체는 누군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우리가 비극적 간극(비통함)속에서 오랫동안 희망을 가지고 견디며 행동하려면, 단지 “효율성”을 성패의 궁극적인 척도로 삼을 수 없다. 우리는 효율성보다 높은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충실함이라는 기준이다. 우리는 자신이 의지하는 공동체에 충실한가? 절박한 필요에 대응하여 할 수 있는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가? 우리 본성의 보다 선한 천사들에 그리고 그들이 우리안에서 불러내는 것에 충실한가? 인류와의 영원한 대화에 진리에 다가가는 방식으로 말하고 듣는 것에 충실한가?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낮아도 공공선을 증언하라는 용기의 부름에 충실한가? 충실함이 우리의 기준이 될 때 결코 완수될 수 없는 과업에 계속 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정의를 실현하고, 자비를 사랑하며, 사랑스러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300쪽)

 이제 곧 선출될 지도자가 누구이든, 민주적인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기를 원하는 시민 모두는, 그(그들)를 함께 지지하고 견제하며 비통함과 충실함을 함께 껴안고 나아가야 하리라. 더 이상 일방적인 방식이나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 시민 스스로가 주권자로서 우리 공동체를 만들고 가꾸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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