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카페’ 다형다방 프로젝트 5월31일 종료
운영업체 사무실 이전…월세·운영문제로 문 닫아

 양림동에 가면 가장 먼저 들르던 곳.

 관광객들에겐 하나의 ‘랜드마크, 이정표’로 존재했고, 주민들에게는 ‘휴식처, 사랑방’으로 존재했던 다형다방이 지난 5년간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다형다방을 운영하는 문화적 도시재생 전문기업 쥬스컴퍼니에 따르면, 광주 남구 양림동에 위치한 무인카페 다형다방(茶兄茶房)이 31일 문을 닫는다.

 2012년 5년 계획으로 시작했던 다형다방 프로젝트가 31일자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양림동 한복판 사직도서관 인근 삼거리에 위치한 다형다방은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는 셀프 무인카페다. 간단한 다과가 비치돼있고 커피값 500원을 양심껏! 모금함에 넣는 구조.

 다형다방은 양림동에서 청춘을 보냈던 다형 김현승 시인을 기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생전에 커피를 즐겨마시며 시를 썼다고 “차를 좋아하는 형”이라 불렸던 김현승 시인에게 차 다(茶)에 맏 형(兄). 다형이라는 호가 붙었고, 이 다방의 이름으로 이어졌다.

 다방 내부 벽면에는 광주 근대 기독교문화의 보고인 근대역사문화마을 양림동의 변화상.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료들이 손님들을 맞으며, 근대문화의 꽃을 피웠던 정율성, 정추, 이수복, 문병란, 문순태, 배동신, 황영성, 우제길, 한희원, 이강하, 이이남 등 양림동에서 나고 자란 예술인들의 얼굴이 ‘피플in양림’이란 이름으로 전시돼있다.

 양림동의 한가운데 위치한 다형다방은 양림동 둘레길의 시작점이자 종착역이기도 하다. 양림동을 찾는 많은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들러 여행을 계획하고, 또 커피를 마시며 여행을 정리하는 공간의 역할도 했다.

 이런 다형다방이 5월 31일자로 문을 닫게 됐다. 다형다방을 운영해온 문화적 도시재생 전문기업 쥬스컴퍼니 김꽃비 매니저는 “2012년 5년 계획으로 처음 시작한 다형다방 프로젝트가 2017년 5월 31일로 5년이 된다”며 “다형다방 뒤에 위치해있던 쥬스컴퍼니 사무실도 이전을 하게 돼 월세 문제나 운영상 어려움으로 인해 문을 닫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다형다방을 운영해온 우리도, 다방을 사랑하는 시민, 주민들 모두 아쉬워하고 있다”며 다방에 대한 애착을 남겼다.

 다형다방은 26일 오후 6시, 클로징 파티를 진행하고 31일 문을 닫는다. 다방 안에 있던 사진과 자료, 전시물들은 양림오거리 ‘주민일상사 아카이브’ 기획전으로 장소를 옮긴다.

 다방 벽면에는 소식을 들은 다방 이용객들의 굿바이 메시지가 포스트잇으로 다닥다닥 붙었다.

 “굿바이 다형다방”, “많은 추억이 깃든 다형다방이 없어져서 너무 아쉽다”, “다형다방이여 영원하라”, “우리들의 마음속에 다형다방은 영원할 것이다”, “우리들의 아지트 다형다방 그동안 고마웠다”, “양림동 랜드마크 다형다방 아쉽지만 안녕”…

 주민들에겐 사랑방이었고 방문객들의 휴식공간이었고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공간이자 누군가에겐 공연을 펼치던 무대였던, 다형의 커피 한잔과 함께 추억을 나누던 시민의 아지트는 이렇게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굿바이, 다형다방”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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