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필 대신 서술형·수행평가, ‘포트폴리오’식 통지
“한 명의 낙오자 없이”…‘비주얼씽킹’ ‘버츄’ 등 활용

▲ 진제초에선 지필평가 대신 수업 과정에서 활동 중심으로 이뤄지는 평가들을 엮어 포트폴리오로 제작한다.
 시험 몇 번으로 한 해의 학습 성과를 판가름 하는 시대는 끝났다. 결과만이 아니라 학습 과정을 평가해 모든 학생이 교육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중심 평가’가 확산되고 있는 것.

 질문에 답하는 능력 말고도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능력과 또 다른 답을 찾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따라서 머리로 배운 것을 가슴으로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역량중심 교육과정’이 강조된다.

 광주 진제초등학교는 지난 5월말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과정중심의 평가’를 안내했다. 지필평가(일제고사·중간·기말고사) 점수를 통보하는 대신 수행평가 등 다양한 평가결과들을 ‘포트폴리오’로 엮어서 분기별(5·7·10·12월)로 통지한다는 내용이다.

 

학생별 ‘실력쑥쑥 수행평가’ 파일

 진제초에는 학생 개인별로 ‘실력쑥쑥 수행평가’ 파일이라는 게 있다. 학습활동의 전 과정에서 진행한 서술·논술·구술·토론·실습·관찰·보고서, 자기·동료평가 등이 파일 속에 정리된다. 학생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자료가 포트폴리오처럼 한 곳에 수집되는 셈이다.

 진제초는 혁신학교 3년차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흡수하면서 과정중심의 평가 분야의 선구적인 역할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교직원들이 머리를 맞대 교과별, 학년별로 새로운 평가지표를 세우는 작업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실제로 현장에 적용한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평가방식이 다변화함에 따라서 교과서 중심의 교육과정에도 균열이 생겼다. 이에 진제초는 ‘역량중심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주제 중심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주력하고 있다. 교과 내 재구성, 교과 간 통합 및 재구성, 교과와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통합 등으로 교육과정 역시 평가의 연장선에서 변화한 것이다.

 일례로 5학년 사회 과목에서 ‘경제 주체’에 대한 단원을 ‘경제프로젝트’로 확장하는 식이다. 학생들은 모둠별로 정부·기업·노동자 역할을 맡아 실제로 이력서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해보고, 장터를 열어 제품 생산 및 판매에 참여해 보는 등 현실적인 이해도를 높였다.

 반 별로 나라 하나씩을 지정해 세계 박람회 형식의 장터 체험으로 규모가 커지기도 했다. 학생들은 국내 경제에 대한 이해를 넘어 서로의 반을 오가며 무역과 세계 경제에 대한 이해를 익혔다. 물론 경제프로젝트의 전 과정에서 자기·동료평가 등 과정중심 평가가 이뤄졌다.

 한 교과안에서 다른 반과의 협조, 또 다른 교과 간의 통합이 강조되다 보니 진제초 교사들은 저절로 수업 나눔 모임에 적극적이 됐다. 동학년·동교과 중심의 학습공동체를 구축하고 수업 나눔 밴드 등에서 수시로 수업과 평가에 대한 고민을 공유한다.

 특히 조선희 진제초 수석교사나 다른 선배 교사들이 후배교사들을 이끌어주는 ‘멘토-멘티’ 제도는 교사 간 상호협력을 더 튼튼하게 해주었다. 교사들이 참여하는 수업나눔동아리·연구동아리도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앎과 삶이 연결된 배움으로 확장”

 진제초 교사들은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가도 결국 수업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며 수업에 대한 열정을 에둘러 표할 정도다. 그렇게 해서 수업에 활용하게 된 다양한 학습 방법은 나날이 그 수가 늘고 있다. 학습내용을 그림이나 다양한 표현들로 시각화 하는 ‘비주얼씽킹’, 52가지의 미덕 목록으로 생활지도까지 연결하는 ‘버츄카드’ 등 여러 가지다.

 이와 관련해 채주연 진제초 연구혁신부장은 “수업이 단지 진도나 성적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수업 자체에 대한 교사들의 열정과 관심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하고, “특히 학생 개개인의 학습 이해도와 감정상태 등에 집중하게 되면서 같은 학년 선생님들 간에 생활지도 등의 고민을 털어놓고 보완해가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교육부가 과정중심의 평가에 대한 기본 지침을 내려주긴 했지만, 현장에서 학생 개개인에게 적용까지 평가지표를 만들고 다양한 평가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교사들의 노고가 컸다”면서 “평가방식에 따라 교육과정이 함께 변화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사 간 협력이 더욱 강조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정영숙 진제초 교장은 수업과 평가방식의 다변화에 따라 “학생·학부모의 만족도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교장은 “단순한 지식을 암기하는 교육이 아니라 앎과 삶이 연결된 배움으로 확장하기 위해서 주제 중심 교육과정에 주력하는 것”이라며 “물론 학교 입장에서 진행과정은 힘들지만, 학생을 중심에 놓고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광주광역시 남구 서문대로 654에 위치한 진제초는 2009년 개교했고 2015년부터 혁신학교로 지정돼 운영 중이다. 현재 학생 수는 634명이고 교원은 50여 명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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