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교육 모태’→‘통폐합 대상’ 돌변
광주 ‘작은학교 살리기’ 교당 1400만 원 투입
“양질의 체험활동 증가, 학생 수 적어 만족” 자평도

▲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작은 학교 지원을 받고 있는 극락초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체육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사진 제공=극락초>
 ‘학생 수 감소’는 더 이상 농어촌만이 맞닥뜨린 숙명은 아니다. 광주광역시와 같은 대도시에서도 현실화 되고 있는 문제다.

 출산율 감소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의 구도심은 쇠퇴하고 신설 택지지구로 인구가 몰리면서 학생 수급 상의 균형추가 흔들린 탓도 크다. 적정규모 학급을 유지해야 하는 광주시교육청은 학생 수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작은 학교 살리기에 앞장서 왔다.

 교육청의 지원 덕에 대부분의 작은 학교들은 학생 수 감소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게 됐다. 학생 수가 적어 진행하기 어려운 교육 프로그램들을 재정 투입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등 오히려 작은 학교로서 장점을 늘려가고 있는 것.

 그러나 갑자기 날아든 학교 통폐합 소식 때문에 학교는 그동안 걸어온 길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광주시교육청이 소규모학교 통폐합 계획을 추진하면서 언제라도 학교가 사라지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큰 것이다.

 더욱이 장휘국 광주시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혁신학교의 모태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의구심은 더 커졌다. 작은 학교 살리기를 위한 노력들이 한 순간에 물거품 될 수 있는 상황.

 

농촌 소규모 14·도심 10개 지정·운영 

 작은 학교 살리기 지원 대상지 중 3곳이 이번에 발표된 학교 통폐합 대상지에 포함돼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올해 초 교육청은 중앙초는 서석초로 통합, 삼정초는 율곡초·두암초와 분산 통합, 상무중은 치평중에 통합, 천곡중은 첨단중에 통합할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청이 폐교 대상지로 지목한 삼정초는 7년째 교육청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작은 학교다. 교육청 차원의 지원과 동부교육지원청의 지원까지 연간 1400여만 원을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에 사용하고 있다. 이에 학생들과 학부모도 작은 학교가 가지는 한계보다는 학교생활에 만족해 왔다.

 광주시교육청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을 진행 중이며, 농촌 소규모 학교 14개교, 도심 소규모 학교 10개교를 지정 운영하고 학교별 특색교육활동 사업을 학교당 평균 450여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 또 동부·서부교육지원청이 각각 9개교·3개교를 ‘돌아오는 도심학교’로 지정하고 연간 1000여만 원을 지원한다.

 대부분의 작은 학교들은 두 가지 사업을 중복 지원받고 있다. 지원청의 사업을 추진 중인 도심 속 작은 학교들은 방과후교실 무료 운영 등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역으로 외부 학생들이 전학을 오는 경우까지 생겼다.

 서석초의 경우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일찍부터 학생 수 감소 대책이 요구됐다. 작은 학교 지원 대상지로 선정된 뒤 서석초는 2007년 영어센터를 설치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무료 방과후 영어교실을 운영했다. 다양한 영어 커리큘럼을 운영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졌고 2011년부터는 전입대비 전출율이 20%정도 낮아지는 성과를 냈다.

 

교육청 “학부모·학생 다 만족” 해놓고선…

 극락초는 인근에 규모가 큰 초등학교와 공동학군으로 묶이면서 학생 수 감소가 가시화 됐다. 학생이 적다보니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어도 강사 초빙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다 작은 학교 지원 사업을 통해 연극·무용·마술·댄스 등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해졌다. 오히려 학생이 적다는 점이 문화예술특성화 학교를 운영하기에 적합한 요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교육청과 동부교육지원청으로부터 작은 학교 지원을 받고 있는 산수초는 평소에 보기 어려운 문화예술 공연을 보거나 물놀이 체험과 같은 외부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늘릴 수 있게 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학생 수가 줄면서 방과후학교나 체험활동 등 교과 외 활동의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작은 학교 지원 사업을 통해 양질의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작은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작은 학교를 살리겠다고 했던 교육청이 왜 통폐합 정책을 추진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작은 학교 지원은 그동안의 기조대로 진행하는 것이지만 경제적 효율성을 따졌을 때 통폐합 추진에 있어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면서도 “통폐합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와 작은 학교 지원 부서가 다르다보니 통폐합 취지나 목적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