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자가 70만 명을 넘었다. 통계 기준상 ‘실업자’는 아니지만, 사실상 ‘실업자’인 취업준비자가 처음으로 70만 명을 넘었다. 실업자는 일을 하다 그만 둔 사람이고, 취업준비자는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한 적이 없지만 취업을 준비하거나 준비에 실망하여 노는 사람들이다. 취업준비자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기에 실업자로는 분류되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다. 취업준비자는 어떻게 살고, 그 대안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

 

 ▶취업준비자 작년보다 13%P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5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는 73만5000명이다. 작년도 같은 달의 65만1000명에 비교하여 8만5000명이 늘었고, 13.0%나 증가했다. 이 수치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높다.

 취업준비자는 2003년 5월에 34만6000명이었으나 2008년에 61만7000명으로 60만 명을 넘겼다. 2011년에 50만 명대로 감소되었다가, 2015년 60만9000명으로 다시 증가하였다. 취업준비자는 고등·대학교 졸업이 1월~2월이므로 3~5월에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올해처럼 증가폭이 큰 적은 별로 없었다.

 취업준비자가 늘어난 것은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이 늘어나 적체된 인력에 학교를 졸업하여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졸업생 수가 크게 증가되지 않는 상황에서 취업준비자 수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학원·직업훈련기관 통학자 25만 명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고시학원, 직업훈련기관 등에 통학하는 경우는 25만1000명으로 작년 5월의 23만3000명에 비교하여 7.9%가 늘었다.

 이들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취업준비를 하는 경우라면 소극적으로 준비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집에 있거나 독서실 등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는 같은 기간에 41만8000명에서 48만4000명으로 15.8%나 증가했다. 이들 중 일부는 학교 졸업 후 취업을 탐색하지만, 다수는 학원이나 직업훈련기관을 이용하기에는 추가 비용이 들기에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경우이다.

 

 ▶취업준비자, 사실상 실업자이다

 취업이 잘 되는 시기에는 학교 졸업이 곧 취업으로 연결되었지만, 이제 공무원이나 교사 시험 등은 몇 년간이라도 준비해야 한다. 구직을 위한 준비기간 때문에 취업준비자의 증가는 사실상 실업자의 증가이다.

 취업준비자의 증가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임금 등 근로조건이 좋은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취업시험에 합격하는 기간이 점차 길어진다. 취업준비자들에게 인기있는 공무원은 모집인원은 한정되었는데 응시자들이 크게 늘었다. 응시자들이 늘기에 취업준비자는 시험에 몇 번 떨어진 경우가 흔하다. 교원임용고사도 응시자들이 몇 번이고 떨어져도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상황이다. 취업준비자들은 학원 등에서 공부하는 것은 괜찮은 직업을 얻기 위한 투자라고 본다.

 또한, 학력이 높고 국가자격증이 있으며 외국어능력이 뛰어난 소수는 괜찮은 직업을 갖지만, 학력이 낮고 자격증이 없으며 외국어능력이 다소 떨어진 사람은 직업을 얻지 못해 적체될 것이다. 고용사정이 악화될수록 취업애로계층은 계속 추가되어 취업준비자는 누적된다.

 

 ▶취업준비자에게 값싼 일자리만 기다린다

 취업준비자가 알바몬, 워크넷 등 구직사이트를 통해 구직활동을 하더라도 대부분 단기간 일자리(아르바이트)이고, 최저임금이나 이를 간신히 넘긴 단순 노무직이다.

 오랫동안 공무원준비를 했던 한 구직자는 시험을 포기하고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실망감이 매우 컸다고 한다. 실력은 부족하고 적성도 아닌 것 같아 다른 직업을 찾지만, 괜찮은 일을 찾기가 너무 버겁기 때문이다. 임금이 낮고 신분이 불안한 것에 감정노동까지 강요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콜센터, 판매업,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고객이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심지어 욕설을 하거나 성희롱을 해도 참고 밝은 표정으로 응대하도록 지시를 받는다.

 기업체와 관공서에서도 구직자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하지만, 인턴은 해당 기간만 끝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취업한 경우에도 대부분 계약직이고 계약직을 마친 후에 정규직으로 연결되기는 정말 어렵다.

 이 때문에 눈높이를 낮추어 근로조건이 낮더라도 중소기업을 선택하고 기술을 익힌 후에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은 실현되기 어렵다. 몇 년을 준비하더라도 괜찮은 직업을 갖는 것이 현명한 투자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일단 취업을 한 후에 경험을 익히며 나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것보다는 더 많은 시간동안 준비하는 것이 투자라고 본다.

 

 ▶제대로 된 준비가 취업으로 이어진다

 그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왕도는 없다. 공무원이나 교사를 준비한다면, 자신의 실력을 평가하여 몇 년이라도 투자할 때 꿈을 이룰 수 있다. 그래도 가장 게임의 룰이 정직한 것이 공무원시험이다.

 대기업에 취업하길 원한다면 집중적으로 준비하고, 시간이 지나도 어렵다면 관련 중소기업에 도전하기 바란다. 기업은 특정한 업무를 실질적으로 잘 할 줄 아는 경력자를 선호하기에 관련 업무 능력을 쌓는 일도 중요하다.

 해외취업을 원한다면 ‘워킹홀리데이’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추천하는 기관을 이용하기 바란다. 일하면서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말은 달콤하지만 현실은 쓰다. 한국 돈으로 괜찮은 급여도 현지에서 높은 물가로 빠듯하게 살 수 밖에 없다. 괜찮은 업체를 선택하여 인턴으로 일한 후에 ‘취업비자’를 얻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해외취업도 쉽게 찾은 일자리는 쉽게 대체될 수 있다. 꼼꼼히 살펴서 좋은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취업준비자는 직업훈련기관에 등록하여 실무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면서 구직활동을 하는 것이 매우 현실적이다. 직업학교는 사무자동화 등 직무에 필요한 기술을 무상으로 가르치면서 취업알선을 한다. 구직자가 취업에 성공하면 직업학교는 인센티브를 받고, 채용한 회사도 임금의 일부를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원받기에 이를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 취업준비자가 직업훈련기관에 등록하는 것은 가수가 되기 위해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노래실력이 좋아서 혼자 노래방에서 연습해서 가수가 되기는 어렵다. 고용지원센터를 방문하여 청년취업인턴제나 취업성공패키지 등을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

 현재 고등·대학생이라면 취업분야를 미리 정해서 학습, 학습여행, 봉사활동, 아르바이트, 직장체험 등을 체계적으로 하여 경력관리를 한 후에 취업의 문을 열기 바란다. 많은 직장은 원칙적으로 공채를 하지만, 꼭 필요한 인재를 발견하면 바로 채용하는 경향이 있다. 해당 직장의 기관장이나 관리자가 필요한 인재라고 인식하면 채용한다. 졸업 후에 취업준비를 하는 것보다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미리 준비하여 취업준비자로 사는 기간을 줄이자.

참고=고용노동부 워크넷 http://www.work.go.kr

이용교 ewelfare@hanmail.net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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