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박성천 기자
‘사진으로 보는 문화역사기행’ 펴내

▲ 박성천 기자.
 “서산 해미읍성에서 회화나무를 봤을 때 아프고 먹먹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는 저자의 ‘소회’를 따라 해미읍성에 한 번 가볼 마음이 생겼다. 같은 시공간에 있어도 느끼는 바는 사람마다 제각각. “좋은 기행문은 저자를 여행하게 한다”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글에 고개를 주억거린다.

 소설가이기도 한 광주일보 박성천 기자가 문화역사 기행서를 펴냈다. ‘사진으로 보는 문화역사기행’(제이앤씨)이다.

 책 첫장. 저자를 먹먹하게 했던 해미읍성 회화나무 이야기를 꺼내며 그가 써낼 문화역사기행이 “어제의 역사와 오늘의 삶 그리고 내일의 시간을 가늠”해 보는 일임을, “역사와 문화 이면에 드리워진 진실을 오감과 상상력이라는 렌즈를 통해 촘촘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임을 전한다.

 병인(1866)년 이후 불어닥친 천주교에 대한 박해로 지고지순했던 수많은 교인들이 해미읍성 중앙 동헌 앞 회화나무에 메달려 생을 달리했다. 그러한 이유로 저자는 회화나무에게서 “회환과 무참함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깊은 슬픔 같은 것들”을 본다.

 저자는 그런 식으로 문화와 역사가 응결된 우리나라의 대표 공간 30곳을 조명한다. 저자의 삶터가 광주인 까닭에 30곳 중 대부분은 호남지역이다.

 강진 다산초당, 완도 보길도, 화순 김삿갓 공원과 조광조 사당, 부안 매창공원, 충주 탄금대, 서산 해미읍성, 정읍 동학혁명유적지, 부여 낙화암, 김제 아리랑문학관, 고흥 소록도, 곡성 압록, 담양 소쇄원과 죽녹원, 금성산성, 강진 시문학관과 하멜촌, 고창 시문학관, 장성 백양사와 필암서원, 금곡 영화마을, 목포 유달산, 완도 장도, 순천 드라마세트장, 파주 출판단지, 광주 월봉서원, 박용철 생가, 군산 근대문화거리, 안동 하회마을, 나주 남평역과 드들강 등….

 그동안 다양한 영역에 걸친 글쓰기를 통해 사람과 세상, 문화에 대한 지평을 넓혀온 저자는 문화와 역사를 날줄과 씨줄 삼아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문화와 역사가 응결된 공간을 찾아나서는 것은 설렘과 동시에 고통”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문화의 꽃이 피어난 곳에서는 결실의 열매를 보는 기쁨도 있었지만, 아픔과 상흔이 깃든 장소에서는 가슴 저미는 먹먹함”을 느꼈고, “어떤 곳은 기쁨과 슬픔이 모두 투영될 만큼 상반된 감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고.

 저자가 주목한 공간에는 특징적인 스토리가 내재돼 있다. 저자는 “스토리는 오랜 시간을 지나 문화와 역사로 전이되는데 이를 해석하고 윤색하는 것은 전적으로 여행자의 몫”이며 “스토리가 유의미한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바라보는 자의, 여행하는 자의 시각과 체험이 투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사진으로 보는 문화역사기행’는 그러므로 박성천 기자가 발품팔아 다니며 그의 시각으로 해석한 공간을 여행하는 경험이 되겠다.

 문학평론가인 신형철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추천사에서 ‘저널리스트 박성천’ ‘소설가 박성천’ ‘자연인 박성천’이라는 세 가지 ‘손’이 책에 담겨 있다면서 “필요한 역사적 정보들을 적을 때 행여 읽기에 딱딱해질까봐 리드미컬한 단문과 대구(對句)의 수사학으로 글을 운용하는 노련한 손은 ‘저널리스트 박성천’의 손”이며 “역사적 사실을 눈앞의 일인 양 묘사하면서 옛 사람들의 내면을 자유간접화법으로 섬세하게 보여주는 손은 ‘소설가 박성천’의 손”이며 “다산의 유배지에서 미구에 닥칠 자신의 유배를 예감할 때나 화순 적벽에서 김삿갓을 생각하며 제 삶도 방랑이라고 고백할 때. 그 1인칭의 속을 슬쩍 드러내는 손은 ‘자연인 박성천’의 손”이라고 적었다.

 한편 저자는 2000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와 2006년 소설시대 신인상을 수상하며 창작의 길로 들어섰다. 전남대 영문과와 동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문학박사)을 졸업했으며 현재 문학기자와 ‘예향’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설집 ‘메스를 드는 시간’ ‘복날은 간다’, 인문서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 ‘강 같은 세상은 온다’, 학술서 ‘해한의 세계 문순태 문학 연구’ ‘스토리의 변주와 서사의 자장’ ‘짧은 삶 긴 여백 시인 고정희’ 등을 펴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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