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될 마을에서 나누는 사진 잔치-최종규 특별전’

 동네책방 숨에서는 7월 한 달 동안 ‘숲이 될 마을에서 나누는 사진 잔치-최종규 특별전’을 열고 있다. 고흥에서 ‘도서관학교 숲노래’를 꾸리면서 한국말사전을 새로 짓는 일과 다양한 글쓰기·사진찍기를 하는 숲노래 최종규의 사진과 글이 전시되어 있다.

 책은 말로 빚어요. 말은 삶으로 빚어요. 삶은 생각으로 빚지요. 우리가 저마다 생각하는 대로 하루를 살아요…(중략) …그런데 그냥 말만 담아서는 책이 되지 않아요. ‘그냥 말’일 적에는 아직 ‘소리’예요. 이른바 ‘말소리’이지요. ‘그냥 소리’인 ‘그냥 말’에 머물면 아직 말이 아닌 셈이니까, 말이 말답게 되려면 ‘삶, 살림, 사랑’ 이라는 숨결을 담아야 해요. 어떻게 누리는 삶이고 어떻게 가꾸는 살림이며 어떻게 나누는 사랑인가 하는 대목을 ‘소리로 나타내는 말’에 담아서 내 입으로 터뜨리고 네 입에서 함께 터뜨릴 적에 이야기가 됩니다. (57-59쪽,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신간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새로 나온 책의 제목이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다. 전작인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은 숲의 이야기와 함께 우리말의 뜻풀이와 사용, 그것이 우리 생태환경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쓰여 있는데, 이번 책은 마을에서 사용하는 우리말을 찾아서 살려내고 그 말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우리 마을과 공동체가 나아가는 방향을 잡는 것임을 알려준다. 심지어 부제조차 정겹다 - 동무들과 즐겁게 사귀면서 나누는 말 한마디!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은 언뜻 어린이를 위한 책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온 가족을 위한 글이다. 활자의 크기며 말하는 듯한 문장들, 곁들여진 그림과 그림속의 짧은 말들이 연신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편안하게 읽힌다. 편안하지만 내용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삶의 이야기가 글이 되고 숨결을 담아내야 한다는 표현은 오래되고 깊은 애정으로 말과 글을 대해 온 웬만한 내공이 아니고서는 말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가족 각자가 좋은 부분을 서로 읽어주다보면 이야깃거리도 풍성해 질 듯하다. 어른들이 알던 옛말의 쓰임새를 정확하게 소개해 준 덕에 경험을 곁들여 아이들에게 어릴 적 추억을 소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종규의 저서는 늘 그렇듯이 우리 현실 삶에 기반해서 마음속에 꿈꾸고 그리는 것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이번 사진잔치(사진전)을 열면서 최종규 작가와 함께 하는 이야기 마당도 마련한 바 있다. 이때 온 이들을 위한 글 일부분에 그런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글을 어떻게 쓸까요? 다른 분들이 글을 어떻게 쓰는지는 저한테 대수롭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글을 어떻게 쓰는가를 밝혀 보겠습니다. 맨 먼저 삶으로 쓴다고 느낍니다. ‘삶으로 쓰는 글’이라는 말은 ‘우리가 저마다 살아가는 대로 글이 흘러 나온다’는 뜻이에요. 도시사람은 도시사람대로 살며 글을 쓰고, 시골사람은 시골사람대로 살며 글을 써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책으로 배우고 얻은 대로 글을 쓰고, 흙을 만지며 살림을 가꾸는 사람은 흙과 집살림이 바탕이 되는 글을 써요. 저는 시골집에서 늘 나무랑 어깨동무하면서 하늘바람을 쐬는 하루를 누리기에 이러한 삶을 고스란히 글로 써요… (중략) …우리한테 우리 이야기가 없는 채 다른 사람들 글이나 책을 읽으면 꽁무니 좇기에서 그쳐요. 우리한테 우리 이야기가 있는 채 다른 사람들 글이나 책을 읽어야 서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중략) …글은 우리 마음으로 씁니다. 살면서 쓰고, 즐겁게 쓰며, 꿈꾸며 씁니다. ‘삶·웃음·사랑’으로 글을 쓴다고 할 만해요. 살면서 쓰기에 ‘삶’이지요. 즐겁게 쓰기에 ‘웃음’이에요. 꿈꾸며 쓰기에 ‘사랑’입니다. 글을 쓰는 걸음을 살피면서 삶이랑 웃음이랑 사랑을 노래합니다.

 

‘살면서 쓰고, 즐겁게 쓰며, 꿈꾸며 씁니다”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마음속에 바라는 것이 생겨나는 일은 종종 있다. 결연한 다짐이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면서 다음으로 나아갈 힘을 주고 삶의 활력을 준다. 하지만 우리말 사용이나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고 그러기는 쉽지 않은데, 심지어는 사전종류 (‘비슷한 말 꾸러미 사전’이나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 등)를 읽고 그런 맘이 깃들게 하다니, 최종규님의 글쓰기는 삶으로 쓰는 것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 우스갯말로 ‘글을 읽고 나니 착해지는 것 같다’ 라고 표현했는데, 그만큼 삶에 기반해서 진정성있는 말을 조근거리듯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고, 나도 내 중심을 세워가는 삶을 살아내며 그것이 내 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게 하기 때문이리라. 시끄럽고 요란한 세상 속에서 삶으로 쓰여진 저마다의 글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 숲노래(최종규)의 글이 궁금하다면.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 2017)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스토리닷, 2016)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 2016)

 ‘시골자전거 삶노래’(그물코, 2015)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 2015)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숲속여우비, 2014)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 2014)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철수와영희, 2012)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호미, 2010)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양철북, 2010)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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