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공연 ‘실수’는 ‘응원’이 돼, 분위기 살리고

▲ 난 22일 광산구 수완동주민센터 앞 광장에서 진행된 `모태보태 마을장터’.
 수세미, 천연비누, 과일청, 밥그릇…. 살림살이 정도는 동네 사람들이 만들고, 서로 주고받으면 어떨까.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센터장 윤난실)가 3년째 운영하고 있는 ‘모태보태 마을장터’가 동네 이곳저곳에 ‘소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22일 광산구 수완동주민센터 앞 광장. 무더운 날씨에도 흥겨움이 넘쳐났다. 20여 개의 고무대아로 꾸린 물놀이장은 아이들 웃음소리가 시원하다. 바가지로 물세례를 퍼붓고, 도망가고, 아이들 물장난은 동네 아이들 모두를 ‘동무’로 만들었다. 지켜보던 아빠도 동심으로 빠져들어 옷을 흠뻑 적셨다.

 골목길 따라 장터가 섰다. 손으로 직접 만든 살림살이가 늘어섰다. 물고기모빌, 샌드위치 만들기 같은 체험도 끼어 있다. 손가방·지갑 등 바느질 솜씨를 물품으로 만든 셀러작가(이곳 마을장터에서는 물품판매자를 셀러작가로 부른다)는 “수공예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는데 판매처가 마땅치 않다. 모태보태장터는 내 물건을 판매하고 홍보도 할 수 있어 좋고 ‘장사가 돼서’ 더 좋다.” 판매가 잘 되지 않은 날도 손해 볼게 없단다. 공연, 놀이 등 볼거리가 많아 ‘즐거운 하루’라는 것. 마을장터에 늘 아이와 함께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은 살림살이 장터 건너편이 오히려 인기다. 아이들이 수렁수렁 댄다. 어른들도 한참을 들여다본다. 장난감, 책, 옷 등 만물상을 방불케 하는 어린이장터. “사세요. 싸요.” 내지르는 아이들 ‘호객행위’가 웃음바다를 만든다. 공익활동지원센터 관계자는 “마을장터를 열려고, 체험놀이 등을 신청 받는데, 사람들 목소리가 들떠있다. 그만큼 가까운 곳에서 함께 즐기는 문화행사, 마을행사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한다.

 모태보태 마을장터는 마을 축제이기도 하다. 수완동에서도 주민공연이 기획돼 진행됐다. 수완초, 고실초 아이들이 오카리나, 밸리댄스를 선보였다. 주민센터 문화프로그램 수강생들도 대거 무대에 올랐다. 노래교실, 난타교실, 성악교실, 우쿨렐레, 기타연주 등. 주민공연에 사람들이 모일까 하는 우려는 애당초 없다. 마을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손전화로 영상을 담으려는 열띤 ‘취재경쟁’도 벌어진다. 아이들 등장에 동네어르신들은 어깨춤을 춘다. 동네 학원도 참여한다. 이대호태권도학원은 20여 명의 원생들이 품새, 격파시범을 벌였다.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고, ‘실수’는 오히려 ‘응원’이 돼 분위기를 한층 올려놓는다.

 “나, 너무 떨려, 어떡해….” 첫 공연인 사람이 많다. “오메, 뭔 사람이 저렇게 많다냐, (공연을) 괜히 한다고 했네.” 어린이도, 어른도 조마조마하다. 그러나 서로 안아주고, 격려해주면 무대에 오른다. 공연이 끝났을 때의 환호성, 모두 적지 않는 감동을 추억으로 쌓는다.

 한 달에 한 번, 동네마다 찾아가 장터를 여는 모태보태 마을장터는 마을행사를 만드는 ‘마중물’이고 ‘협업’이기도 하다. 마을단체와 주민센터와 함께 기획에서부터 홍보, 실행까지 진행하며 공익활동지원센터가 갖고 있는 ‘행사노하우’를 마을에 전수한다. 이렇게 해서 월곡동, 신창동 등 이곳저곳에 마을사람들이 자체적으로 여는 마을장터가 생겨나고 마을축제 등 마을행사가 푼더분해졌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니, 행사 추진도 금방이다. 학교와 마을동아리 등 섭외가 바로 되고, 연결된 단체가 페이스페인팅, 마을기행 등을 하겠다고 나서며 행사가 두터워진다. 어린이, 청소년도 참여하고, 역할분담도 척척, 자연스레 ‘성공적인 행사’가 만들어진다. 서로에 대한 감사가 넘쳐난다.

 공익활동지원센터 윤난실 센터장은 말한다. “이웃들과 펼쳐내는 마을행사의 묘미는 마을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함께 하면서 공동의 추억과 마을경험을 쌓는 것이다. 그것이 지역에 관심 갖게 하고 참여하게 하며 자치공동체를 가능케 한다. 무엇보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을의 작은 잔치가 일상 속으로 들어가 여유를 주고, 자긍심을 주고, 이웃들과 마주하며 사는 즐거움을 더해준다면, 이 보다 좋은 것이 있겠는가.”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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