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한 식사·장시간 근무 등…
뇌심혈관계 질환 위험 높여
장시간 격일제 근무
비정규직 더 큰 위험 노출

▲ 광주 시내버스 기종점 차고지 모습. <광주드림 자료사진>
24일 광주의 한 시내버스 업체 소속 운전기사가 승객을 태운 상태에서 신호 대기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급성 심근 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버스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뇌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스노동자들의 근무여건이 시민들의 안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라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시내버스 운전자들은 불규칙한 식사, 높은 수준의 직무스트레스, 오랜 시간 앉아있어야 하는 근무 환경, 장시간 근무 등으로 인해 뇌심혈관계 질환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2016년에 전국의 버스운송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건강실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강보험수진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내버스운전자들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의 유병률이 타 직종에 비해 높았으며, 특히 협심증, 급성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질환 유병률도 높았다.

2010년~2014년 기간 동안 전체 직장 가입자의 심혈관질환 유병률은 2.1~2.2%였는데, 버스기사의 유병률은 3.4~3.6% 수준이었다.

시내버스운전자 중에서도 특히 장시간 격일제 형태로 근무를 하는 비정규직 운전종사자들이 더 큰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24일 사망한 운전기사의 경우도 하루 근무, 하루 휴무 격일제 근무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였으며 20녀 년 동안 버스 운전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광주근로자건강센터(센터장 이철갑)가 광주지역 시내버스운전자 4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격일제 장시간 근무를 하는 경우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2교대를 수행하는 경우는 뇌심혈관계질환 고위험군은 9.9%였으나, 비정규직에서는 22.0%로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이 공동으로 시행한 ‘버스운전노동의 작업조건, 과로와 건강영향’ 연구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시내버스 정규직 운전자는 1일 2교대로 대형버스를 운행하나, 비정규직 운전자는 중형버스로 외곽노선을 격일제로 운행하고 있다.

비정규직은 하루 8회 운전 1회 운행시간은 80분 가량이며, 1일 16시간을 일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실제 일과를 보면 새벽 3시30분 경에 기상해 새벽 4시20분경 회사에 도착하고, 차량점검을 한 후 오전 6시 경 첫차 운행을 시작한다.

업무는 밤 10시에서 11시30분경에 마무리되며 밤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하고 새벽 1시 이후에 잠자리에 드는 패턴이 대부분이다.

비정규직은 퇴직한 버스운전기사로 충원되고 있고, 임금은 정규직의 약 60% 수준이다.

광주근로자센터 송한수 부센터장은 “시내버스 종사자들은 불규칙한 식사 시간에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운수 직업의 특성상 운동량이 매우 부족하고, 운전 중 직무 스트레스가 높아 동일 연령대의 다른 직업군에 비해 뇌심혈관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크다”면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체계적인 건강관리와 노동조건 개선 등이 필요해보인다”고 밝혔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