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A중 교사들 커플에 강요·감시

▲ 청소년의 연애를 주제로 한 영화 ‘제니주노’ .
 어린 연인의 비극적 사랑을 담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요즘 학교 안에선 눈앞의 현실로 읽힌다. 학교가 내린 `연애 금지령’은 사랑하고 싶은 학생들을 떼어놓고, 심지어 처벌과 낙인으로 또 다른 굴레를 씌우고 있는 것.

 학생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요구가 존중받는 추세지만, 학교는 아직도 학생을 공부만 하는 존재로 보고 `비인권적’ 규율과 제재로 통제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의 A 중학교에서는 지난 6월 수련회를 앞두고 3학년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엄명’이 하달됐다. `수련회에서 커플들은 절대 붙어 있어서는 안 되고, 적발될 경우 처벌하겠다’는 통보였다.

 학생들은 술렁였다. 교칙에도 없는 `연애 금지령’이 수련회에 적용되는 것이 의아했던 것이다.

 이 학교의 학생은 “커플들은 물론이고 커플이 아닌 학생들도 학교가 `왜 이렇게까지 간섭하지?’라고 생각했다”며 “연차가 가장 많은 선생님이 그렇게 하자고 하니 그동안 연애를 눈감아 주던 선생님들도 따른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헤어진 척 해야 하는” 학생들, `문제아’ 낙인도
 이후 해당 학교는 연애 중인 커플을 적발해 `헤어지라’고 두세 차례 권고하기도 했다. 이 학교 학생의 증언에 따르면, 각각 다른 반인 학생 B군과 C양이 복도에 만나 뽀뽀한 것을 한 교사가 목격해 각 담임교사에게 알렸다.

 C양의 담임교사는 C양을 교무실로 불러 B군과 헤어질 것을 지시했고, 이후에도 교무실에 불러 “B군과 안 만나고 있다는 게 확실한지”를 캐물었다.

 이 사실은 C양과 가까운 친구들과 교무실에서 당시 상황을 지켜본 일부 학생들에게 알려졌고, 학생들은 “B군과 C양이 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교사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쉬쉬해야” 했다.

 대부분의 중·고교에서는 이성 간 성적 접촉을 금지한다. A학교의 경우처럼 학생들의 연애 자체를 제재하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들이 2010년 조사한 전국 주요 중·고교 354곳의 교칙 등에 의하면 전체 81%인 286개 학교가 학생들의 연애(이성교제)나 신체접촉을 금지하는 교칙을 두고 있었다.

 해당 조사의 한 사례에 따르면,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는 교내 방송으로 연애 중인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 한 곳에 모은 뒤 헤어질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또 부산의 한 고등학교는 신체접촉 수위별로 벌점을 차등해 어깨동무·팔짱은 15점, 포옹은 30점, 키스는 50점을 매겼다.

 이와 관련해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연애하는 게 잘못이 아닌데, 무조건 하지 못하게 하는 게 어이가 없다”면서 “어떤 선생님은 눈 감아 주고, 또 어떤 선생님은 강하게 처벌하니까 혼란스럽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연애금지 교칙 없애고, 건강한 성교육 이뤄져야”
 학교가 학생 연애를 바라보는 폐쇄적이고 이중적인 잣대로 인해 학생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관계에 대한 혼란까지 경험하고 있다.

 유쾌한가족과성상담소 채현숙 소장은 “학교가 무조건 연애 자체를 금지하고 범법자처럼 낙인찍는 조치는 학생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동시에 감정적 상처를 입힌다”고 비판했다.

 채 소장은 “학교라는 공적인 공간 안에서 집단 내의 규율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허용과 규제를 오가며 들키면 안 되고 안 들키면 되는 상황을 만드는 모순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채 소장은 “사랑이라는 자연스러운 감정과 연애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성장하고 배울 수 있다”면서 “억누르고 감시하는 것이 결코 좋은 교육의 방식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채 소장에 따르면, 현재 광주지역 학교 가운데 `연애 금지’ 등 학생 인권 침해 교칙이 있는 사례에 대한 실태조사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채 소장은 “청소년들에게 연애를 권장할 필요는 없지만, 건강한 이성관을 가지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현재 청소년들은 이성 간의 문제나 성문화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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