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구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면 교육급여를 받고, 43% 이하면 주거급여, 40% 이하면 의료급여, 30% 이하면 생계급여를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2촌 이내로 함께 사는 가족은 부양의무가 있고, 함께 살지 않더라도 1촌 이내 가족은 부양의무가 있으므로 소득인정액이 기준보다 낮더라도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없거나 약할 때만 복지급여를 받을 수 있다.

 부양의무자가 자기 살기도 빠듯하다는 이유로 용돈조차 주지 않아도 국가는 부양의무자가 ‘부양비’를 낼 것으로 간주하고 공공부조를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양의무자에게 생활비를 받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은 공공부조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부양의무자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은 유권자의 지지를 크게 받았다.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은 부양의무자제도를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국민최저선’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18∼2020년)’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사각지대 해소, 보장수준 강화, 빈곤 탈출 지원, 빈곤 예방, 제도의 지속가능성 제고 등을 담고 있다.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

 맞춤형 복지제도로 바뀐 2015년을 기준으로 소득이나 재산은 수급자 선정기준을 충족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93만 명이었다. 자신은 가난하지만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복지급여를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몰린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정부는 비수급 빈곤층에게 최소한 1개 이상의 급여를 지원하고 주거 안정성을 높이고자 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기로 했다. 현재도 가구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이면 ‘부양의무자’와 상관없이 교육급여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소득인정액이 낮은 가구는 고등학교까지 무상으로 다니고, 대학교도 특례입학할 수 있으며, 국가장학금을 활용하여 대학교를 사실상 무상으로 다닐 수 있다.

 정부는 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 수급자에게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주거급여는 거주지역과 가족수에 따라 차등하여 받을 수 있다. 거주지역은 서울, 경기·인천, 광역시·세종시, 그 외지역으로 나뉜다. 임차가구를 기준으로 월 주거급여액수는 1인 가구가 서울에 살면 20만 원, 경기/인천은 17만8000원, 광역시/세종시는 14만7000원, 그 외지역은 13만6000원까지 받고, 3인가구는 각각 27만3000원, 24만2000원, 18만9000원, 17만8000원까지 받을 수 있다.

 2018년 10월부터는 기준 중위소득의 43% 이하인 가구는 부양의무자와 상관없이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다. 즉, 2018년에 1인가구는 71만9005원, 2인가구는 122만4252원, 3인가구는 158만3755원, 4인가구는 194만3257원 이하이면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소득인정액이 낮더라도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받지 못한 사람도 2018년 10월부터는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주거급여 대상자를 기준 중위소득 43% 이하에서 2020년까지 중위소득 45%로 확대하고, 임차가구에 대한 주거급여 지급 상한액과 자가 가구에 대한 주택 수선 지원 상한액을 올리기로 했다.
 
 ▶장애인과 노인에게 부양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2018년 10월부터 폐지된다면, 2017년 11월부터는 수급자와 부양의무자 가구 모두에 노인이나 중증 장애인이 포함돼 있으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생계·의료급여 수급자로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부양의무자 가구는 소득·재산 하위 70%에 속하는 경우만 해당한다.

 2019년 1월부터는 수급자 가구 특성과 상관없이 부양의무자 가구에 소득·재산 하위 70% 중증 장애인이 포함된 경우, 2022년 1월부터는 소득·재산 하위 70% 노인이 포함된 가구에도 생계·의료급여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들이대지 않기로 했다. 쉽게 말해 90세 노인과 65세 노인이 부모자녀관계면 서로가 부양의무자인데, 부양의무자의 소득인정액이 하위 70%에 해당되면 부양비를 산정하지 않고 생계급여나 의료급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의료급여, 본인부담비율을 낮춘다

 의료급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과 연계해 보장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의료급여 수급자 본인부담 상한을 연간 120만 원에서 80만 원까지 인하하여 본인부담금이 80만 원을 넘으면 나머지 진료비를 정부가 부담한다. 6~15세 이하 아동에 대한 본인부담금도 현행 10%에서 3% 수준으로 낮춘다. 노인 수급자의 틀니·임플란트 본인부담을 대폭 경감하고(틀니 1종 의료급여는 20%에서 5%로, 2종 의료급여는 30%에서 15%로, 임플란트 1종 20%에서 10%로, 2종 30%에서 20%로), 중증 치매환자에 대한 본인부담도 함께 완화(2종 입원 10%에서 5%로, 외래(병원급 이상) 15%에서 5%로)하기로 했다.
 
 ▶교육급여, 최저교육비를 지원한다

 교육급여는 중고등학생에게만 지급하는 학용품비를 2018년부터 초등학생에게도 추가 지원하고, 항목별 지급액도 2018년에는 최저 교육비의 50∼70%, 2020년에는 100%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현재도 가구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면 부양의무자와 상관없이 교육급여 수급자로 선정되어 고등학교까지 무상으로 다닐 수 있다. 2017년의 경우 소득인정액이 1인가구 82만6465원, 2인가구 140만7225원, 3인가구 182만457원, 4인가구 223만3690원 이하면 누구든지 교육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중장년층이 인생 2모작을 위해 고등학교나 대학교 진학에 관심이 많은데 교육급여를 활용하면 무상으로 혹은 저렴하게 공부할 수 있다.
 
 ▶대상을 늘리고 보장성을 강화한다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은 2020년까지 약 4조3000억 원의 예산을 더 투입하여, 급여별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수급 대상을 확대하고 급여의 보장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계획대로 시행되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는 2017년 163만 명에서 2020년 252만 명으로 늘어난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일부 급여에서 폐지되고, 다른 급여에서 완화되면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던 비수급 빈곤층은 93만 명에서 2020년 최대 33만 명까지 감소될 것이다.

 복지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헌법상 권리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공공부조는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부양능력이 매우 낮은 가난한 사람이 최저생활을 누리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정부의 재정능력을 감안하여 조금씩 수급자를 확대하고 급여수준을 높여 높여왔다. 이 때문에 노동능력이 있는 18세 이상 65세 미만의 국민은 기초생활보장을 받기 어려웠고, 자녀가 있는 노인은 수급자가 되기 어려웠다.

 또한 급여수준도 최저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를 받고, 아플 때 치료비를 받는 수준에 그쳤는데 향후는 가난한 사람이 실질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자활 일자리 확충, 자활급여 단계적 인상, 자활기업 지원, 자산형성 프로그램, 일하는 청년층에 대한 근로소득공제 확대 등 자립과 탈빈곤을 위한 정책을 강화시켜야 한다. 빈곤의 대물림을 끊고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

참고=보건복지부 http://www.mohw.go.kr
이용교 ewelfare@hanmail.net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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