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트라우마센터 특별기고 통해
‘힌츠페터와 80년 5월’ 회고

▲ 1980년 5월 위르겐 힌츠페터를 광주로 보내 참상을 취재하도록 한 폴 슈나이스(Paul Schneiss) 목사(오른쪽)와 그의 일본인 부인 기요코 여사.<광주트라우마센터 제공>
5·18민중항쟁 당시 위르겐 힌츠페터를 광주로 보낸 독일 목사 폴 슈나이스(Paul Schneiss) 씨가 광주트라우마센터에 보낸 특별기고를 통해 ‘힌츠페터와 1980년 5월’을 회고했다.

그의 특별기고는 25일 광주트라우마센터의 뉴스레터를 통해 공개됐다.

폴 슈나이스 목사는 1975년부터 1984년까지 독일 동아시아 선교회의 일본 파송선교사로 파견돼 1970년대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부터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리고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정권은 1978년 12월 슈나이스 목사를 홍콩으로 강제 출국시키고 입국 금지 조치를 하기도 했다.

이에 그의 일본인 아내 기요코 역사가 자녀들과 함께 한국의 민주화운동 자료를 해외로 전달하기도 했다.

슈나이스 목사는 특히 1980년 5월 서울에 체류하던 부인을 통해 계엄군의 정보를 입수하고 당시 독일 제1공영방송(ARD-NDR) 일본 특파원이던 위르겐 힌츠페터에게 광주를 취재하도록 해 그 참상이 알려지도록 했다.

슈나이스 목사는 이번 기고를 통해 “1978년 이후로 나는 한국에 입국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친구를 일본에서 찾아야 했다”며 “그들(일본에서 찾은 친구들)은 당시 한국의 정치적 상황, 사회적 상황, 특히 학생과 노동자에 대한 소식을 기독교 교회들을 통해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의 아내는 (1980년)5월16일인가, 17일에 다른 선교사의 부인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조선호텔에 묵었다”며 “늦은 밤 자정을 넘긴 시각에 아내는 내게 전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내는 새벽 거리에 이동이 허락되지 않는 통행금지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잠시 후 아내와 함께한 다른 선교사 부인은 갑작스러운 소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때 그의 부인은 호텔 창문을 통해 군인, 군용차 등이 ‘서울의 남쪽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다.

슈나이스 목사는 “아내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궁금했다. 아침 일찍 호텔을 떠나고 싶었지만 당국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며 “당시 조선호텔의 모든 손님들은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고, 답답해 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쨌든 그들은 호텔을 떠나 신문사 사무실에 들러본 뒤 호텔로 돌아와 가까운 한국인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아내의 친구는)휴전선을 지키던 군이 광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그의 부인 일행은 “광주와 전라도가 야당 지도자인 김대중의 지지도가 높은 지역”임을 알고 있었다.

이러한 소식을 전해들은 슈나이스 목사는 “도쿄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독일 TV ARD-NDR 기자에게 알려주기로 결정했다”며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그들을 서울로 보내 이들이 광주에 가기를 원했고, 기자들의 눈으로 그곳(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보도록 재촉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독일 기자들)은 한국 파견에 대해 신속하게 논의했고 취재를 가기로 빠르게 결정했다”며 “위르겐 힌츠페터 씨는 취재를 떠날 준비가 돼 있었고, 그가 취재한 영상에는 전두환(주한미군의 지휘 하에)이 보낸 계엄군과 그로 인해 광주시민들에게 다친 엄청난 재앙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 본 슈나이스 목사는 몇년이 지나고 한국 입국이 허용돼 광주의 망월동 묘지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그리고 다시 몇 십년 후 나는 서울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의 유족들을 만났고, 내가 알기로 이들 희생자를 위한 묘지는 어느 곳에도 없었다”며 “이제 우리는 한국을 둘러싼 이 모든 바람을 이겨내고, 남북한이 다시 하나가 되길 희망할 뿐이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슈나이스 목사는 강정해군기지 반대투쟁, 용산재개발 참사, 쌍용차 노조탄압, 통합진보당 해산과 이석기 의원 구속사건 등에도 관심을 갖고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에는 5·18의 참상이 전 세계에 알려지도록 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오월어머니상’을 수상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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