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기’ 위해 모인 교사들 ‘혁신’ 첫 걸음
공식 교직원협의기구 운영…“체계적 소통 구조”
“회칙 및 의결과정 구체화, 매년 개선하는 중”

▲ 해봄협의회 장면.
 ‘혁신의 닻은 올렸는데 뱃머리를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어느새 혁신학교 3년차를 맞은 광주 금호초가 맞닥뜨렸던 첫 난관이다. 구성원 모두 동의한 길이라고 해도 공동의 목표가 없는 항해는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가장 시급했던 건 혁신의 ‘방향’을 정하기 위한 구성원들 간의 협의과정이었다. 한 명의 선장으론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어려웠던 것. 금호초는 혁신학교 1년차 중 한 학기를 보낸 뒤 교육주체들 간 ‘소통’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그렇게 탄생한 금호초등학교교직원협의기구 ‘해봄’이다. 학교에 근무하는 모든 교직원을 대상으로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공표한 셈. 해봄이라는 명칭은 교직원 공모를 통해 선정돼 2015년 9월30일 정식 출범했다.
 
▲회칙 정하고, 소통·운영 방식 다듬고
 
 하늘에 떠 있는 ‘해’와 생동하는 계절 ‘봄’의 합성어이자 ‘해(목표)’를 ‘본다’는 공동의 목표설정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해보다’의 명사형이어서 교직원들의 의지가 반영됐다.

 혁신학교에서 교직원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결코 적지는 않다. 학년별 교직원회의나 교육과정 반성회 등 정기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회의만도 매달 수차례 이어진다. 하지만 안건 발의자의 안건 내용을 기초로 민주적인 절차의 회의를 경험하기란 쉽지 않은 일.

 이에 금호초의 ‘해봄’은 총 3개의 주제로 회칙을 정하고 소통과 운영의 방식을 다듬었다. 제1장 ‘총칙’에는 ‘금호교육을 위한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협의’를 목적으로 명시하고, 제2장 ‘임원 및 임무’에는 그 역할을 구체적으로 구분했다. 해봄의 임원은 전 직원이 다섯 명의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투표했다.

 ‘협의’와 관련한 내용은 안건 발의부터 의결 과정을 세분화해 제시했다. 안건으로 상정되는 것도 임의적인 방법이 아닌 특정 절차가 필요하도록 했다. 안건 발의 신청서를 작성해 의장에게 제출하면, 의장은 홈페이지의 안건 발의함에 등록, 동의는 ‘댓글’로 5청이 된 경우 안건으로 채택한다.

 “미세먼지가 많은 5월 중 체육활동을 할 경우 바깥 활동에 대해서 선생님들의 의견은 다를 수 있어요. 야외활동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대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죠. 이 때 안건을 상정하고 서로 이야기 해봄으로써 가장 좋은 해결책을 실현시킬 수 있더라고요.”

 해봄 의장직을 맡고 있는 하주일 금호초 교무부장은 교직원협의회의 중요성을 들며 “소통도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단 모여야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각종 회의에 업무 부담까지 안고 있는 교직원들에게 최대한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회의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필요했다.

 그래서 해봄은 안건의 중요성을 ‘긴급-보통’과 ‘중요-보통’으로 나누고 경중을 부여한다. 일반적으로 안건 협의는 발의일로부터 5일 이후에 할 수 있지만, 사안이 급박한 경우 발의일 다음날 협의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전체회의가 어려울 땐 안건의 키워드나 학년별로 회의가 이뤄지기도 한다.
 
▲협의기구 통해 집단지성 체감
 
 금호초는 해봄을 통해 2015년 2회, 2016년 2회 교직원협의회를 진행했다. 올해는 해봄의 운영 방식을 더 다듬기 위해 고민 중이다.

 “혁신은 내부 구성원들에 의해 가능한 거잖아요. 금호초는 큰 그림을 보고 가고 있어요. 조금씩 입을 떼고 서로 열띤 토론을 하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변화를 실감하죠. 우리가 변하니까 학생들도 자발적인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어요. 집단지성이란 게 이런 걸까요?”

 금호초는 공식적인 협의기구 해봄을 운영하며 집단지성의 힘을 체감하고 있다. 이제는 혁신의 방향 추를 바꾸는 일도 주저하지 않게 됐다. 구성원들이 협의를 거쳐 이르게 된 결정이라도 언제든 더 좋은 방향으로 수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배환 금호초 교장도 관행적으로 자리 잡은 수직적 소통구조를 유연하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 교장은 “금호초는 가로(동학년), 세로(관리자) 소통 퍼즐 구조를 갖고 있다”며 “수평적, 수직적 구조를 부정하기보다는 각자의 위치에서 직접 만나고 대화하는 자리를 늘렸다”고 말했다. 한편 1994년에 개교한 광주 금호초는 2015년 혁신학교로 지정됐고, 현재 전체 학생 수는 298명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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