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후는 비워두세요, ‘배움’을 위해서
매달 ‘수요자 맞춤연수’…2월엔 전교직원 대상

▲ 교직원 연수 모습.
 학교가 혁신을 시작하면, 교사들은 자기성찰의 시간을 피할 수 없다. 과거와는 다른 접근법을 끊임없이 요구받기 때문에 ‘달라져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양한 혁신 선례를 소개하고 이끌어줄 길라잡이가 필요한 이유다.

 광산중학교(광주광역시 광산구 사암로)는 혁신학교 2년차로서 혁신의 자생기에 접어들었지만, 지난해 1년간 혁신의 진통을 감내해야 했다. 교직원들은 새로운 업무 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동시에 그동안의 방식을 돌아보고 개선해야 하는 심리적 과제가 주어졌다.

 자칫 스스로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 ‘배움’의 시간은 다시 꿈꿀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광산중은 매월 1회 교직원 연수를 ‘수요자 맞춤형’으로 실시하면서 혁신의 방향을 잡았다. 이른바 혁신연수를 통해 혁신의 가치를 수용하고 재정립할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교직원 배움 결과 ‘공간혁신·수업혁신’ 반영
 
 ‘수요일 오후는 무조건 비워둔다’는 원칙에 따라 5교시 수업이 끝나면, 교사도 ‘학생’으로 변신한다. 첫째 주엔 교직원 회의, 둘째 주엔 학년별 모임, 셋째 주엔 교직원 연수 그리고 넷째 주엔 개인연구의 시간을 갖고 있다.

 특히 교직원 연수는 학교 문화를 바꾸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다.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강연이 아니라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적용할 지를 고민한 뒤 연수 계획을 짜기 때문에 효용성이 높다는 평가다.

 광산중이 자랑하는 ‘공간혁신’도 교직원 연수를 통해서 불이 붙은 사례다. 2015년부터 공간혁신에 관심을 갖고 있던 광산중에겐 단순히 공간을 이용하기 편리하게 개선하는 것을 넘어 어떤 가치와 철학을 담을 것인가가 중요한 고민거리였다.

 광산중은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의 저자 김경인 건축가를 초청해 연수를 진행했다. 교직원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이 모두 함께 모여 연수를 받고 공간혁신의 기본을 공부한 것이다. 광산중 김혜자 혁신부장은 이날의 연수를 위해 강연자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는 수고까지 아끼지 않았다.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공간혁신에 대한 연수를 들은 뒤 마을과 학교가 한 마음이 돼서 학교 앞에 작은 쉼터를 만들고, 지금의 ‘신나고’실도 생기게 된 거죠.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서적 공감대를 이룬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광산중의 ‘신나고’실은 광산구가 학내에 문화예술플랫폼을 형성하고자 시작한 ‘엉뚱 프로젝트’의 산물로 학생들이 직접 설계와 제작에 참여해 지난해 12월 개관했다.

 2월 달에 진행되는 광산중 연수는 전 교직원이 참여해 학교의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게 특징이다. 교사뿐 아니라 행정실, 교무실 등에서 근무하는 전 교직원이 연수에 참여하는데, 이는 혁신의 과정에서 분리될 수 없는 교육공동체라는 의식이 반영됐다.

 “전 교직원이 연수를 함께 한 뒤 유대감이 돈독해지더라고요. 조경을 담당하는 행정실 직원 분께선 교직원 대상 ‘민원왕’을 뽑기 시작하셨어요. 형광등, 의자 교체 등 민원을 많이 하는 교직원에게 사비로 상품권을 사주시고 계시죠. 교직원 모두가 주인으로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광산중 오세승 교장은 학내 모든 연수에서 100% 출석률을 기록하고 있다. 교직원들이 교장의 출석을 부담스러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보다는 교장도 배움에 있어서는 권위를 내려놓고 함께 하겠다는 의지다.
 
▶“교사도 학생처럼 배울 때 ‘자존감’ 튼튼”
 
 “배움이 필요한 곳에서는 저도 n분의1입니다. 저보다 뛰어난 점이 있는 분들에게 배우고 그로인해 학교가 성장할 수 있다면 왜 망설이겠습니까? 저는 교직원들을 절대 신뢰하고 있습니다.”

 광산중은 아직 혁신학교의 기본 방향인 ‘담임교사 업무제로화’를 완성하진 못했다. 일반적으로 혁신학교에선 부장별 업무체제로 담임교사의 행정업무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광산중에선 아직 업무혁신까지 진행되지 못한 것.

 지난해부터 학교의 변화를 고민하며 열정적으로 이끌어온 혁신이라 할지라도 여러가지 한계에 부딪혔다는 의미다. 혁신학교에 추가 지원되는 실무사가 광산중이 혁신학교를 시작한 2016년부터 끊긴 탓도 크다.

 하지만 공간혁신을 통해 혁신이 가져온 변화를 맛본 광산중은 이미 희망을 경험하고 있다.

 “교직원 회의의 경우 각 부서가 돌아가면서 회의를 주관하고 있어요. 서로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 듣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함께 변화를 이끌 때 혁신이 가능하다고 봐요.”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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