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경기 제도탓 대부분 서울서 헹가래
폐지 후엔 서울연고 두산 만나 또 무산

▲ <사진출처=기아타이거즈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
 혹자는 광주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구단 ‘타이거즈’에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등 다층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권위주의 정권하 호남 차별이 공공연했던 시절, 피억압의 분출구·통쾌한 대리만족의 통로였다는 데서 기인하는 해석이다.

 “우리에게 타이거즈는 그냥 야구팀이 아니지요?” V11 달성 후 윤장현 광주시장이 내놓은 메시지 역시 이같은 의미를 내포된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30일 KIA 타이거즈는 2017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7:6으로 꺾고 통산 11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해태 시절 9번, 이어 KIA 인수 첫 우승이었던 2009년에 이어 꼭 8년만의 기쁨이다.

 8년의 갈증 해소가 구체화된 올 시즌, 홈구장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는 경기 내내 구름 관중이 운집했다. 역사상 최초로 100만 관중 돌파 구단이라는 기록이 달성된 게 올해다. 산술적으로 보면, 광주시민 3명 중 1명은 야구장을 찾은 셈이다.

 이렇듯 간절한 기운이 챔피언스필드에 가득했지만, 정작 우승 세레모니의 무대로는 낙점받지 못했다. 타이거즈 V11의 우승 축포는 광주가 아닌 서울에서 터졌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30여 년 동안 그랬다. 타이거즈가 광주 소재 구장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건 1987년이래 없었다. 1987년 해태 타이거즈는 1, 2차전 대구 경기를 모두 이기고, 광주로 와 3, 4차전까지 쓸어담아 4연승으로 우승을 확정지은 사례가 있다.

 2017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가 열린 지난 24일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도 이를 상기시켰다. “30년만에 광주에서 우승을 확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 6~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예상한 발언이었지만, 결과는 5차전에서 끝나 양현종의 바람은 이번에도 무산됐다.

 그런데 의문이다. 30년 동안 광주에선 왜 타이거즈의 우승 세레모니가 불가능했을까?

 바로 ‘중립경기 제도’ 때문이다.

 초창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는 1, 2위팀 연고지 뿐만 아니라 중립인 서울에서의 경기를 의무화했다. 해태와 롯데가 7전4승제로 맞붙은 경우, 광주·부산에서 각 2경기씩 4경기, 그리고 나머지 3경기는 서울에서 치른 것이다.

 이는 ‘홈 어드밴티지 중립’이라는 건 명분일 뿐이고, 인구가 많은 서울을 겨냥한 시리즈 흥행을 노린 방식이었다. 이 경우 어느 팀이라도 초반 4경기를 모두 승리하지 않으면, 우승이 확정되는 경기장은 서울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다.

 타이거즈도 예외는 아니었다. 해태 시절인 1983년 MBC 청룡, 1986년 삼성, 1988~1989년 빙그레, 1993년 삼성, 1996년 현대, 1997년 LG를 꺾고 정상에 올랐는데, 우승이 확정된 경기장은 모두 서울 ‘잠실구장’이었다.

 타이거즈 1991년 우승컵은 빙그레의 홈인 대전구장에서 들었다. 그리고 2009년 V10에 등극한 곳 또한 잠실구장이었다.

 이후 중립경기제도는 서울팀에 대한 특혜 논란, 지역 야구 흥행 악영향 등의 문제가 지적돼 폐지 수순을 밟았다.

 광주 챔피언스필드를 비롯해 대구 라이언스파크 등 지역 연고 구단들이 구장을 새단장하는 등 인프라를 확충한 환경 또한 서울 위주에서 탈피할 근거가 됐다.

 결국 2015년을 마지막으로 중립 경기 제도는 폐지됐다.

 하지만 올해는 서울 연고팀인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중립경기 폐지의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양팀의 연고지인 광주와 서울을 번갈아가며 2-3-2경기를 치르게 돼 있었는데, 5경기만에 시리즈가 종료되면서 타이거즈 홈구장에서 남은 경기가 무산돼 버린 탓이다.

 올해 한국시리즈 기아팬들은 1패 3연승 끝에 열린 잠실에서의 5차전에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우승을 한 걸음 앞둔 상황에서 예매전쟁 끝에 6~7차전 티켓을 거머쥔 일부 팬들은 “5차전에서 패배해도 좋으니 광주에서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노골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타이거즈 우승은 5경기만에 확정되고 말았다.

 “만날 순 없어도 잊지는 말아요~” 우승을 확정짓고 승리의 남행열차가 울려퍼지는 순간, 광주시민들은 행복했다.

 홈구장에서 우승 팡파레가 울렸으면 하는 바람은 다음으로 미뤄야할 상황이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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