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소비’를 강조하는데 생협 매장의 노동자 권리는 취약하지 않는가?” 10년쯤 된 것 같다. 협동조합 교육강좌에 참여했다가 강사였던 아이쿱생협 관계자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3년 전부터 아이쿱의 자연드림 매장을 가끔 이용한다. 아이들 먹을거리를 고민하던 아내가 아이쿱 조합원이 됐기 때문이다. 요즈음 자연드림 매장을 가기가 영 개운치 않다. 아이쿱 생산기지인 구례 자연드림파크에서 지난 7월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이후 노동자 탄압 소식이 방송, 언론에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윤리적 소비’를 내세우는 아이쿱이 노동자의 권리를 외면하고 있지 않는가.

노동조합과 한 뿌리인 협동조합

 협동조합 운동은 노동자운동으로 출발했다. 최초의 근대적 협동조합으로, 협동조합의 기본원칙을 확립한 ‘로치데일 공정개척자조합’은 1884년 영국 공업도시 로치데일에서 파업 노동자들이 만든 소비자 협동조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은 노동자운동에서 시작됐다. 조선 최초의 전국 노동단체인 조선노동공제회는 1921년 ‘조선노동공제회 소비조합’을 만들었다. 1929년 세계노동자운동에서 빛나는 원산총파업을 이끌었던 원산노동연합회도 의료생협, 공제조합, 신용조합 등 협동조합을 핵심사업으로 조직했다. 이러한 전통은 70년대 동일방직, 원풍모방 등의 소비자 협동조합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오늘날 주류 노조운동과 협동조합 운동은 많이 분리돼 있어 안타깝다. 노조운동이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적 삶을 꿈꾼다면 조합원의 작업 공간뿐만 아니라 생활과 소비 공간을 함께 조직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생활, 소비영역을 조직할 수 있는 유력한 무기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노조운동이 협동조합을 더 적극적으로 고민할 이유다. 다른 한편 규모가 커진 협동조합도 소비자 권리를 넘어서 노동인권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생협)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로 성장한 아이쿱생협의 모태 중 하나는 인천지역에서 노동운동의 한 축을 담당했던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역사를 가진 아이쿱이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생긴 노조에 대응하는 방식은 안쓰럽고 구차해 보인다. 사람중심의 가치를 지향하는 협동조합이 자본의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기업의 노조 탄압 및 대응 방식과 하나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 지도부에 대한 해고와 전환 배치, 부도덕성에 대한 공격, 조합원에 대한 면담을 통한 탈퇴 유도 등 일반 기업의 노조탄압 목록 그대로다. 산재은폐나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추행 은폐 등도 일반기업의 착취구조와 다를 바 없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아이쿱은 구례자연드림파크 내 특정기업의 문제일 뿐 아이쿱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이러한 태도 역시 낮선 문법이 아니다. 계열사와 자회사, 원하청 등 다단계 기업구조를 만들어 놓고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일반기업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제품에 대해 아이쿱이 책임지듯이 생산과정에 대한 노동권 역시 아이쿱이 책임지는 것이 합당하다. 법적 형식을 넘어서 실질적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하면 될 일이다.

노동인권 보장하는 소비로!

 노동자는 윤리적 소비의 소모 대상이 아니라 노동의 권리를 갖는 주체다. 소비자로서 자연드림에서 노동인권을 온전히 보장해 생산된 제품을 먹고 싶다. 그래서 ‘윤리적 생산을 위한 책임소비’ 등 아이쿱 5대 가치에 ‘노동인권을 보장하는 동행소비’를 담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이번 기회에 구례자연드림파크를 넘어 아이콥의 모든 관계사와 매장에서 모든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조를 만들 수 있는 아이쿱 문화를 만들 수는 없는가? 생협의 조합원과 노조 조합원이 사람중심의 경제와 가치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발전을 모색하는 길, 아이쿱의 성장이 협동조합과 노조가 서로에게 다가서며 대안적 삶을 함께 만들어가는 길로 가길 바란다. 뿌리가 같은 한 몸으로서.
권오산<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정책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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