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프로젝트, 일곡갤러리서 전시 시작
1년간 사진 기록…공원일몰제 대비 활동도

▲ ‘일곡마을사진사 줌인(Zoom-人)’ 프로젝트가 찍은 일곡동 한새봉 개구리논.
 “한새봉(일곡공원)을 지키는 일은 우리 마을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짧은 시 옆으로 눈 덮인 나무 사이 한새봉의 하늘을 찍은 사진이 걸렸다.

 일곡동 주민 영은 씨가 찍은 사진과 쓴 시 작품이다.

 한새봉의 아름드리 소나무… 푸르른 숲의 모습… 개구리논의 고즈넉한 시골풍경… 숲과 함께하는 마을주민들의 활동사진까지.

 원앙, 하늘다람쥐, 쌍꼬리부전나비 등 멸종위기 생명들이 사는 일곡·양산·본촌동 마을 뒷산 ‘한새봉’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

 이렇게 주민사진사들이 찍은 작품 40여 점이 일곡도서관 갤러리에 걸렸다.
 
▲마을사진사 13명, 공원 흔적 담아
 
 28일 광주 북구 일곡도서관에서 ‘일곡마을사진사 줌인(Zoom-人)’ 사진전의 오프닝 행사가 열렸다.

 일곡마을사진사는 ‘삶을 가꾸는 일곡 인권마을 회의’ 안의 13명의 일곡주민들로 구성된 소모임이다.

 이들은 올 한해 사업으로 ‘일곡동 마을 일상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담아 기록해보자’는 취지의 ‘줌-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총 10강의 사진교육이 이뤄졌다. 강사는 역시 일곡마을 주민인 사진작가 김지원 씨가 맡았다.

 특히 올 여름부터는 공원일몰제 이슈와 결합해 일곡공원 전체의 모습, 특히 훼손될 위기에 처해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2020년, 공원일몰제 시행으로 인해 일곡공원 안에 속해있는 한새봉이 공원부지에서 해제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광주시가 추진하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추진될 경우, 90% 이상 사유지인 한새봉의 경우엔 “소중한 마을 공간을 속수무책으로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마을코디네이터 양귀순 씨는 “인간답게 사는 것. 생물들과 함께 사는 것이 바로 인권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해 한새봉을 기록하게 됐다”며 “처음엔 마을 생태자원 기록의 의미에서 시작했지만 공원일몰제 이야기를 들은 후로는 차차 없어질지 모르는 한새봉의 모습을 담아내게 됐다”고 밝혔다.

 또 “현재는 수요촛불집회 활동, 서명받기, 대시민홍보 등 공원일몰제 위기를 알리기 위한 행동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구리논 풀에 앉은 고추잠자리의 모습, 밀짚모자를 쓴 허수아비의 모습, 노랗게 익은 개구리논의 벼 모습, 신비롭게 안개가 낀 한새봉 숲길, 구불구불 제멋대로 키가 큰 소나무의 모습 등 작품들에선 한새봉의 사계, 자연, 논두렁의 세상사 사는 모습, 마을주민들의 삶들이 오롯이 담겼다.

 마을사진사들의 짤막한 시들도 글로 그림을 그린다.
 
▲“한새봉 없는 일곡마을 생각 못해”
 
 은미 씨는 “상수리 졸참 굴참 청미래덩쿨 이삭여뀌 나비바늘꽃 돌콩 쥐꼬리망초 어치 하늘다람쥐…우리 사랑스러운 한새봉 식구들”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선양 씨는 “우리 동네 한새봉은 뒷동산, 뒷동산은 봄여름가을겨울 우리들을 품어 주었다. 한새봉은 아이들과 이웃들을 품어준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진 씨는 “영화관,수영장,백화점이 없다고 불평했다. 카메라를 들고 한새봉을 오르면서 알았다. 영화관보다 수영장보다 백화점보다 비교할 수 없는 선물이 있다는 것. 아쉬움과 불평이 감사함과 자부심으로 변했다”고 적었다.

 은실 씨는 “도시락을 가방에 넣고 양지바른 무덤가에 쪼르르 앉아 숲밥을 먹으며 다른 세상을 꿈꿀 때, 한새봉은 우리들의 첫숲이 되었습니다.”고 적었다.

 주민 30여 명은 사진전 오프닝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맘에 드는 사진에는 이들이 준비해온 장미꽃들이 장식처럼 걸렸다.

 여성 사진사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띈 청일점인 일곡사진사 이성진 씨는 “우리끼리 이야기할 때, 또는 타 지역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 꼭 이렇게 말한다 ‘일곡을 말할 때 한새봉 없이 말한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다’고”라며 “이번 사진교육을 통해 공원일몰제에 대해 알게 됐고 사진에 대한 관심도 갖고 공부도 하게 됐다. 또한 마을에 대한 애정도 깊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이번 활동을 평가했다.

 한편 갤러리 한가운데엔 빔프로젝트로 띄워진 사진 위로 선명한 메시지가 걸려있다.

 “일곡마을 한새봉을 뺏지마라”

 이번 프로젝트는 2017 광주광역시 인권문화공동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일곡마을사진사 ‘줌-인’은 12월 3일까지 일곡갤러리에서 전시한 뒤, 자연드림 일곡점 카페로 옮겨 전시를 이어간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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