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를 부패세력과 동일시하는 시선 거둬주시길”

 고맙습니다. 김대훈 아이쿱생협지원센터 센터장님.

 아이쿱생협이 비정규직과 투쟁하는 노동자를 지원하고 연대해주셔서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됐을 겁니다. 세월호 투쟁에 함께하며 아이쿱 지역 활동가들이 몸소 보여준 헌신을 통해 그 연대의 마음 씀씀이를 능히 짐작합니다.

 칼럼을 쓸 때 망설였습니다. 아이쿱 활동가 몇 분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노조 활동가랍시고 그 분들께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닐까 해서요. 그런데 아이쿱 활동가였거나 자연드림 매장에서 일한 노동자들 중에서 노조가 필요하다는 분들도 여럿이었습니다. 저도 10여 년 전부터 생협에 노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아이쿱생협 노조와 동행하길’ 칼럼을 보고 “진작부터 노조가 필요하다고 여겼다”며 연락을 해온 경기지역 아이쿱 조합원이자 전직 활동가도 계셨습니다. 그런데 다들 선뜻 노조에 나서는 것은 어려워하시더군요, 왜 일까요?

권리가 먼저입니다

 한때 법정최저임금도 못주는 매장도 있었지요. 그런데 5년 전부터 법정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주고, 내년에는 시급 만 원 수준이 될 것 같다니 아이쿱의 성장이 반갑고 고맙습니다.

 그런데 작금에 임금보다 먼저 생각할 게 있습니다. 아이쿱생협이 조합원, 생산자, 직원인 노동자가 서로 합의하고 상생할 수 있는 진정한 ‘노동의 가치 실현’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이 뭘까요? 바로 권리입니다. 노동자의 자존감과 행복은 임금만이 아니라 권리를 바로 세울 때 찾아옵니다. 노조는 노동자 권리의 필요조건입니다. 아이쿱의 노동자도 매한가지입니다. 아이쿱이 매장을 확장하면서 노동자들은 ‘쿱스토어’란 별도 법인으로 분리되어 고용되었습니다. 구례 자연드림파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생협 경영을 위한 것이었겠죠. 그런데 시급은 높아졌을지 몰라도 생협의 운영과 결정에 대한 참여나 권리는 약화되었다고 말하는 노동자도 적지 않습니다. 주체라기보다는 관리 대상이라고 느끼는 것 아닐까요? 주체로서 합의하고 상생하려면 서로 동등하거나 대등한 위치에 서야 합니다. 노조로 뭉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노조 지도부에 대한 해고와 전환 배치, 부도덕성에 대한 공격, 조합원에 대한 면담을 통한 탈퇴 유도, 산재은폐나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추행 은폐 문제는 하나 하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김대훈 센터장님의 주장은 당혹스럽습니다. ‘산재 은폐나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추행 은폐’ 문제는 회사 쪽 보고서를 봐도 객관적 사실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16건의 산재가 일어났고 공상 처리한 것이 산안법 위반이자 산재은폐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입니까? 산재를 너무 가볍게 보고 계십니다. 노동인권 감수성이 빈약한 것 같아 우려됩니다. 이 밖에도 산안법 위반 사례가 상당수 있더군요. 아이쿱은 조합원 건강과 생명을 위해 먹을거리의 안전기준을 정부나 사회 기준보다 강화하려고 애씁니다. 마찬가지로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서도 산안법은 최소한의 기준으로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조 지회장은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복직한 것, 회사가 노조 결성 이후 조합원을 개별면담하고 전환배치를 한 것, 그 직후 조합원이 탈퇴하거나 퇴사한 것 또한 객관적 사실입니다. 아이쿱은 불이익 대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어느 사업장이라도 노조를 만든 직후 사용자가 개별면담하거나 전환배치를 하면 압박을 받지 않는 조합원이 없습니다. 협박이나 압박을 받지 않았다는 확약서가 부당한 대우를 하지 않았다고 증명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게 아이쿱이 그동안 연대해왔던 비정규직과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경험해 온 대한민국의 현실이었습니다.

 김 센터장님께서 노조를 부패세력과 동일시하는 시선을 거두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노조도 식재료 사취가 확인된 조합원을 제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운영과 시스템의 문제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노사공동혁신위원회 구성과 활동도 제안했습니다. 노사가 함께 조사하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쿱 혁신의 기회로 삼기를

 지난 20년 동안 아이쿱에 노조가 없었습니다. 아이쿱이 활발하게 해온 인문학 강좌에서 조합원과 노동자에게 노동인권에 대해서 풍부하게 학습할 기회를 주고 일터에서 그런 문화를 만들어 왔다면 노조가 없었을까요? ‘노조 할 권리’를 존중하고 제한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과정과 결과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아이쿱에 고용된 노동자가 4000명이 넘습니다. 이제 막 노조가 생겼습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갈등과 문제가 생기겠지요. 하지만 그 갈등 속에서도 상생하는 길을 찾는 것이 사람중심의 경제체제와 노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바람직한 길 아니겠습니까?

 지금 아이쿱은 새로운 혁신과 성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노조가 결성됐습니다.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이 어떻게 갈지 우리에게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외부의 노동자에 연대하듯 아이쿱 내에서 노동자의 권리·노조를 품에 않고 성장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을까요? ‘노동’과 ‘노조’의 미묘한 차이 속에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라도 소비자, 생산지, 노동자가 협력하며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이 함께 성장하는 혁신의 길로 나아가는 지혜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권오산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정책교육부장>
 
 ※11월27일자 광주드림에 게재된 딱꼬집기 칼럼 ‘아이쿱생협 노조와 동행하길!’에 대해 아이쿱생협이 보내온 반론 ‘아이쿱생협은 노동과 함께 가겠습니다’(12월4일자 게재)에 대한 재반론을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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