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노동센터 ‘대리운전·퀵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특수노동자, 사용자·근로자 구별 불분명”
“콜센터 착취 심각…” 노동3권 보장도 안돼

▲ 광주 상무지구에서 한 대리기사가 콜 목록을 확인 중이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아직까지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유흥가가 몰려있는 광주 상무지구에 시 차원에서 ‘이동노동자 쉼터’가 등장한 배경엔 이동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이 있었다.

 현행법상 이동노동자 대부분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노조를 만들어 교섭하거나 단체행동에 제한이 있다. 사업자등록을 한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광주시노동센터가 분석한 ‘대리운전 종사자 및 퀵서비스노동자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이 조사는 광주지역 대리운전 종사자 32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진행됐다.

 광주지역 대리운전 기사들은 절반 이상이 야간근로로 인한 우울증세를 보이며, 폭언·폭행을 경험하고 있었다. 또한 “콜센터의 횡포가 심하다”는 인식이 높아 노동조합 등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51세…83% “폭언·폭행 당한 적 있다”

 조사에 따르면, 광주지역 대리운전 종사자는 4000여 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95%가 남성, 평균연령은 5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81%는 대리운전을 전업으로 하고 있었다.

 월 평균 173만 원의 수입을 올린다. 이 가운데 하루 평균 1만7000원을 이동비용·보험료·프로그램 사용료 등으로 쓴다. 한 달(평균 근무일 25일)로 계산하면 42만5000원이다. 평균 순수익은 126만 원 수준이다.

 이들은 평균 6시간 14분 잔다.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1분, OECD 평균은 8시간 22분이다. 미국수면재단은 성인의 경우, 평균 7~9시간 수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야간근로는 야간근로는 우울증세, 수면장애, 위장질환, 뇌심혈관계 등 부작용을 동반한다. 특히 수면장애는 2명 중 1명이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위장장애 46%, 의심질환 33%, 24%의 응답자는 우울증세도 보였다.

 또한 “고객은 대리기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질문에 67%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대리운전 고객이 대부분 취객이기 때문인데, 이는 실제 폭언·폭행과도 이어졌다. 응답자 83%가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폭언폭행 유경험자 중 50%는 이같은 상황 발생시 그냥 참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신고한다”는 답변은 27%에 불과했다. 손님과 싸우게 되면 대리운전 업체에 불만이 접수돼 호출받기가 어려워지거나, 경찰에 신고하면 근무시간이 줄어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에 참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많은 경우,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채로 근무하고 있었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4대보험가입률은 고용보험 13%, 국민연금 37%, 건강보험 75%, 산재보험 10%에 불과하다. 여기에 노동법 적용을 받는 직장에서 겸업하는 대리운전을 감안하면 가입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대리운전에 종사하려면 대리운전업체(콜센터)에 등록해야 한다. 콜센터는 콜 건당 3000~3500원의 수수료를 떼간다. 콜 취소 시에는 벌금도 주어진다.

▲대리기사 74% “콜센터 횡포 심하다”

 프로그램 사용료도 있다. 출근을 하지 않거나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아도 콜 수수료를 내야 한다. 프로그램 사용료로 하루 평균 4100원이 지출된다. 모든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8000원 이상 내야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료는 보통 단체보험으로 대리운전 업체에 낸다. 평균 3800원의 보험료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대리운전 기사는 보험료 산정이 적정한 지, 보험회사에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리운전 기사 74%가 “콜센터의 횡포가 심하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을”의 입장에 서있는 대리운전 기사에 대한 콜센터의 불공정행위가 높다고 평가됐다.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는 △운행료 인상(27%) △콜센터 횡포근절(19.2%) △필요성 없이 남발되는 프로그램 통합운영(16.8%), △대리업체 법률적 감독(12.1%) 등이 제시됐다.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해야”

 한편 대리운전 기사들 가운데 “노동권 보호를 위해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권익을 대변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으로 움직일 것이란 인식과 달리 “동료와 동질감이 있느냐”는 질문에 60%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92%가 “대리운전자 권익을 위해 조직이 필요하다”, 96%는 “대리운전자 노동권 보호를 위해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러한 인식과는 반대로 대리운전 기사는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소속이 없는 자영업자,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노조법 제2조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노동계는 근로자와 사용자 개념의 확장을 통한 특수고용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이동노동자쉼터 방승범 사무장은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3권 보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며 “그럼에도 대리운전노조의 노조설립 변경신고가 반려되는 등 노동법상 가장 낮은 수준의 권리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우선 노조의 자격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하여 최종적으로는 대리운전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온전히 인정하여 제도권 안으로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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