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유족·광주진보연대 등 ‘서주석 차관 해임’ 시위에
송 장관 “본래 목적 변질 우려” 5·18묘지 참배 취소
송정역서 5·18단체장들 면담 “오월 가족 초청, 추후 참배”

▲ 14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려다 서주석 차관 해임을 요구하는 시위로 참배 일정을 취소하고 대신 광주송정역에서 5·18 3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진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다음 일정을 위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14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5·18민중항쟁에 대한 사과와 진상규명 노력 의지를 밝히기 위해 계획된 것이었지만 일부 5·18 유족과 시민사회단체가 서주석 차관 사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본래 취지가 변질될 수 있다”며 5·18묘지 참배를 다음 기회로 미룬 것.

송 장관은 이날 오전 광주를 찾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등 5·18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었다.

이에 앞서 ‘오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광주진보연대 등은 민주의 문 앞에서 국방부의 5·18역사왜곡 전담기구인 ‘511연구위원회’ 참여로 문제가 된 국방부 서주석 차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511위원’이었던 서 차관에 대한 즉각적인 해임과 더불어 511위원회의 구체적인 활동 등 실체에 대한 조사와 결과 공개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5·18 학살의 배후인 전두환·노태우는 물론 그들의 명령에 따라 시민들을 고문하고 폭행한 ‘집행자’들도 처벌해야 한다”며 “5·18진실을 왜곡한 511위원회에 가담했다는 장본인이 5·18진상규명 특별법의 책임 부처인 국방부의 차관으로 있는 상황에서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힐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온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선 5·18 관련 사실관계를 왜곡, 은폐, 폐기한 당사자들을 색출하고, 그러한 행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선 국방부나 정부의 진상규명 의지를 불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국립5·18민주묘지 앞에서 송 장관을 기다리던 국방부 관계자들의 움직임은 이때부터 분주해 졌다.

송 장관의 5·18묘지 참배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듯 시위 참여자들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는데, 5·18유족 등은 “우리가 참배를 막으려는 것은 아니다”며 “서주석 차관 해임에 대한 국방부 장관의 답변을 듣고 싶은 것이다”며 꿈쩍하지 않았다.

다만, 5·18단체 대표자들이 민주의 문을 막고 시위를 벌이는 모습에 대해 “좋지 않게 비춰질 수 있다”고 중재에 나서, 시위 대열이 민주의 문 한 쪽으로 옮겨지긴 했다.

그럼에도 오전 10시10분쯤 5·18묘지에 도착 예정이었던 송 장관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약 30분 뒤 현장에 있던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장관의 5·18묘지 참배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5·18민주화운동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 경의를 표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약속하기 위해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현장 상황이 본래 5·18묘지를 참배하는 목적과 다르게 변질될 상황이어서 부득이하게 일정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광주진보연대 등은 민주의 문 앞에서 국방부의 5·18역사왜곡 전담기구인 ‘511연구위원회’ 참여로 문제가 된 국방부 서주석 차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서주석 차관 사퇴 요구에 대한 ‘국방부의 의지’를 확인하고자 했던 5·18유족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이런 문제로 5·18묘지에 오지 못하는 게 말이 되냐”며 허탈해 했다.

송 장관은 광주송정역에서 현장 상황을 보고 받으며 ‘대기’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5·18묘지 참배 취소를 결정한 송 장관은 대신 광주송정역에서 5·18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면담 장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시 한 번 “5·18묘지 앞에서 원래 취지와 다르게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불가피하게 참배를 못하게 됐다”며 “대신 5·18단체장들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 국방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듣고 가실 예정이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서주석 차관에 대한 사퇴 요구는 이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오늘 5·18묘지 참배와 관련해 해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질지 예상을 못했다”며 “순수하게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신 분들을 위로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전하려 왔고, (서주석 차관 해임 요구는)참배하고 위로 하고 말씀 듣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장관께선 예기치 않은 상황 때문에 참배를 못하게 되신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송 장관은 5·18단체장들과 가진 면담 자리에선 서주석 차관 해임 요구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충분히 이해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후 김후식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장은 “우리 뜻을 충분히 전달했고, 송 장관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참배를 취소한 것은 서주석 차관 해임 요구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현수막이 있고 시위가 벌어진 상황에서 자칫 방문 취지가 잘못 전달될 수 있다고 우려해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 장관이 5월 말에서 6월 중순 사이에 오월 가족들을 국방부로 초청해 마음을 푸는 기회를 만들자고 했다”며 “그 자리를 통해 마음을 풀고 나서 다시 5·18묘지를 참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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