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자연드림파크 갈등, 아이쿱생협 조합원 기고]

 지난 2017년 7월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이후, 부당징계 및 고소고발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노동권 보장과 교섭을 둘러싸고 노사 간 잡음과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생산자-노동자 3주체의 권리가 우선인 협동조합에서의 노동조합은 불가능한 것일까? 구례자연드림파크의 노사 문제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아이쿱생협 소비자조합원들이 릴레이 기고를 요청해 와 게재한다. 아이쿱생협 소비자조합원으로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지역민들과의 공론의 장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밝혀 왔다.
<편집자주>

 한살림 조합원으로 10여 년, 이후 아이쿱 조합원으로 8년쯤 되었으니 내가 생협을 이용한 지 20년이다. 많은 조합원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보다 건강한 먹거리가 우선이었고,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민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공품이 늘어가고 일반기업에서 보이는 행태의 마케팅 전략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기도 했지만 조합원들의 요구에 부흥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명에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조합원 탄압에 대하여 알게 된 후 더 이상 참고만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쓴다.

 아이쿱은 생활협동조합이다. 많든 적든 출자금을 낸 조합원들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조합원이든, 매장에 들러 소비만 하는 조합원이든 모두 주인이다. 그런데 이번 구례자연드림파크 사태에 대해 대다수의 조합원은 잘 알지 못한다. 이 사태를 왜 아이쿱 운영진은 함구하고 있는가. 협동조합이란 곳에서 노동탄압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참담하지만 이 사태를 쉬쉬하며 아무일 없는 듯 하는 아이쿱연합에 대해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 윤리적 소비를 내세우며 조합원들을 모집해 착실한 소비자로만 남길 바라는 것인가. 꼬박꼬박 출자금을 늘리고 조합비를 내는 것으로 조합원의 역할은 끝나는 것인가. 나만 잘 먹고 잘 살자고 협동조합에 가입해 조합원이 되었는가. ‘협동’이란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자. 누구와 무엇을 ‘협동’ 할 것인가.

 이번 사태를 아이쿱생협과는 상관없는, 구례자연드림파크 내의 특정업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는 아이쿱생협 내부의 대처가 이번 일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어찌 상관이 없을까. 엄연히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이 만든 구례자연드림파크가 아니던가. 공방 견학을 하고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영화를 보고 밥을 사먹으러 많은 조합원들이 찾던 곳이 바로 구례자연드림파크다. 드넓은 대지에 자리잡은 이곳을 보고 가슴 벅차하던 조합원이 나 하나뿐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곳에서 벌어진 노동탄압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며 개개인의 비리만을 부각시켜 부당한 징계를 남발하고 있는 아이쿱생협 운영진은 정작 조합원들에겐 이 모든 사실을 은폐하고 있었으니 더욱 의아스럽다. 운영진의 주장처럼 정말 그 개개인의 비리와 횡령이 문제라면 법에 따라 엄히 그 책임을 물으면 될 것이다. 또한 이 모든 것들을 조합원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알리지 않을까. 조합원 개개인이 다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일까. 이 생활협동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이 알 필요가 없다면 과연 누가 알아야 한단 말인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설계자인 호세 마리아 신부는 사람이 먼저고 협동조합은 나중이라고 했다. 노동자의 주권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사람중심경제’를 외치는 아이쿱생협의 비전은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조직이 거대해지고 경영이 방만해질수록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올곧게 나아갈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이쿱생협의 모든 조합원과 운영진들이 협동조합의 기본과 원칙을 다시금 되새겨 보고 더 나은 미래로 나가기 위한 기회로 삼길 바란다.
‘흰참나무’<아이쿱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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