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운위원장A, 이사장 부인과 ‘고교 동문’ 사이
중간도 행정실장 B와 공모…“상부지시 여부”

▲ 광주 사립고 시험지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서부경찰서가 공개한 이 고교 3학년 중간, 기말고사 시험지 모형. <서부경찰서 제공>
 광주의 한 사립고교에서 고3 내신 시험문제가 유출된 사건에 학교 ‘윗선’이 개입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17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광주 ㄷ고등학교 3학년 학부모 A씨는 이 학교 이사장 부인과 고교 동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학교운영위원장으로 이 학교 행정실장 B씨와 공모해 올해 중간·기말고사 시험지 전체를 빼돌린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정년퇴직을 2년여 앞둔 행정실장 B씨가 “위험 부담을 안고 시험문제를 빼돌린 이유로 금품 제공 또는 퇴직 후 일자리 보장 등 개인적인 대가뿐만 아니라 상부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특히 A씨 부부와 사립학교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이사장 부부의 관계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A씨 부부는 모두 의사이며 학교 이사장도 의사다. 이사장의 부인은 A씨의 고교 선배로 평소 친분이 있으며 둘은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날 전화 통화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지를 유출한 행정실장은 경찰 조사에서 이러한 A씨의 영향력을 주요 범행동기로 진술했다.
 
 A씨는 지난 4월 학교에 발전기금 명목으로 300만원을 내기도 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을 의대에 진학시키려는데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행정실장 B씨는 “학교운영위원장인 A씨가 향후 학교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부모로서 딱한 사정 등을 감안해 범행을 도와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전거래 사실은 부인했다.
 
 경찰은 이같은 설명만으로는 범행 동기가 충분치 않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날 A씨 집과 차량, B씨 집과 학교 행정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금용계좌와 통화 내역 등도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확보한 자동차 블랙박스와 컴퓨터 등을 분석해 조력자가 있었는지 등도 파악할 방침이다.
 
 이날 경찰 브리핑에 따르면, A씨는 1학기 기말고사를 앞둔 지난 1일 오후 5시30분쯤 광주 서구 노대동 한 카페에서 행정실장 B씨를 만났다.
 
 아들이 1학년 때 학교운영위원을 지내기도 했던 A씨는 행정실장과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다음날인 지난 2일 오후 5시30분쯤 행정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뒤 행정실에 보관중이던 열쇠로 시험지가 있는 등사실에 들어가 전과목 시험지를 빼내고 모든 시험지를 복사했다.
 
 이후 1시간여 뒤 A씨를 만나 복사한 시험지 42장을 건넸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10일 A씨 아들과 함께 공부를 했던 다른 동급생들이 실제 시험에서 서술형까지 동일하게 출제되자 학교 측에 알리면서 드러났다.
 
 학교는 지난 11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학교는 기말고사를 다시 치르기로 했으며 해당 학생은 자퇴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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