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일까지, 역사와 평화 지키려는
기억 투쟁의 현장
17일 ‘평화의 소녀상을 그리다’
김세진 작가 북토크도

▲ 서울 종로 일본대사관 앞 평화비.
 부산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평화비). 설치된 바닥에는 ‘소녀상’을 끌어낸 흔적이 선명하다. 2015년 기만적인 한일합의가 있은 후 1년이 지난 2016년 12월28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이 철거됐다. 소녀상을 설치하려던 시민들을 동구청이 막아섰다. 이날 소녀상을 온몸으로 지키려던 많은 이들이 공무원과 경찰에 의해 연행됐고, 소녀상은 지게차로 끌어내졌다. 역사와 평화와 기억을 지키려는 이들과 이를 지우려는 이들이 여전히 싸우고 있다.

 소녀상 ‘지킴이’로 활동했던 만화가 지망생 김세진 씨는 지난해 5월15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앞에 섰다. 그리고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시작해 경상·전라·충청·강원·경기를 거쳐 서울까지 모두 75곳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갔다. 낮에는 그림을 그리고, 밤에는 소녀상 옆에서 잠을 잤다. 우리 나라 곳곳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직접 만나고 돌아온 104일 간의 여정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책 ‘평화의 소녀상을 그리다’가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왔다.

 김세진 씨의 여정과 느꼈을 감정에 대해 함께 따라가볼 수 있는 자리를 동네책방 ‘숨’이 마련했다.
부산 일본영사관 앞 평화비.

 김세진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을 그리다’ 원화 전시회가 책만세평화도서관(동네책방 숨)에서 오는 9월1일까지 열리고 있다. 17일 오후 7시30분에는 김세진 작가와 함께 하는 북토크도 열린다.

 “지난해 5월15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그리는 것을 시작으로 3개월간 ‘평화의 소녀상 그림기행’을 한 김세진(31) 님. 국정역사교과서를 만든다는 뉴스를 보고 ‘피해자가 고통 받는 것도 모자라 이렇게 왜곡할 수도 있구나’ 싶어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지나가던 시민 한 분이 전국에 소녀상이 모두 얼마나 있는지 물었는데 대답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소녀상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궁금하여 부산에서 시작해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경기도를 거쳐 서울까지 방방곡곡을 다니며 소녀상을 하나하나 그렸습니다. ‘소녀상’은 다 똑같을 것이라 여겼는데 지역마다 표정도 다르고 자세도 다릅니다. 김세진 작가가 3개월간 그림기행을 다니며 소녀상이 있는 현장에서 그림을 그려, 그림마다 다른 울림이 느껴집니다. 가장 바라는 것은 ‘한일합의 폐기’와 ‘소녀상 보존’이라는 김세진 님, ‘이 그림을 한 곳에 모아 놓는다면 그 만큼 목소리가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그의 말 처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상처를 보듬고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는 일에 작은 힘을 보태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동네책방 숨이 이번 원화전시회와 작가 북토크를 기획하게 된 이유다.
광주시청 앞 평화비.

 김세진 작가는 ‘평화의 소녀상’이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는지 전국을 뚜벅뚜벅 다니며 직접 보고 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지역마다 특색 있는 소녀상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건립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기록했다. 2017년 5월까지 세워진 소녀상을 기준으로 그림 기행을 시작했는데, 그러는 중에도 소녀상이 계속 세워져 처음에 계획했던 것보다 일정이 더 길어지기도 했다. 김세진 작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111개의 소녀상이 있다. 소녀상이 세워진 위치, 건립 날짜, 소녀상을 만든 작가, 공공조형물 지정 여부를 조사해 책 뒤에 부록으로 실었다.

 김세진 작가는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전국 소녀상을 찾아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했다. 그림을 그리며 만난 시민들에게도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권하고 있다. 정대협에서 만든 소식지를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일, 책상 위 작은 소녀상 기금 마련에 동참하는 일, 소녀상을 관리하는 시민단체 활동에 함께하는 일 들이 그것이다. 작가는 이 책이 계기가 되어 12·28한일합의 폐기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이끌어 내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한편 동네책방 숨과 책만세평화도서관에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전쟁과 평화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문의 062-954-9420.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경기 부천 안중근의사공원 앞 평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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