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000여 명 청(소)년이 아동양육시설 등 아동보호체계에서 나와 자립을 시도하는데, 그중 4명 중 1명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빈곤층으로 내몰린다.

 사회보장정보원이 국회에 제출한 ‘시설퇴소아동의 기초수급 및 차상위계층 수급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최근까지 약 5년간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퇴소한 사람은 2만695명이었다. 그중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이 된 사람은 전체의 24.4%인 5052명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받았던 사람이 아동양육시설에서 퇴소후 다시 수급자가 된 경우가 1/4이라는 것은 ‘정책의 실패’이다. 이 문제의 원인을 찾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퇴소 연령을 19세 이상으로 바꾸어야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했던 사람이 18세가 되면 보호체계에서 벗어나서 ‘자립하라’는 정책 자체가 문제이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생활한 아동이 만 18세가 되면 퇴소하도록 되어 있다.

 법령이 정한 사유가 없으면 18세가 되면 바로 퇴소시켜야 한다. 합법적으로 퇴소를 늦출 수 있는 주요 사유는 학교 재학, 직업훈련, 병원에 입원할 때이다.

 우리 사회에서 18세가 되면 실제 자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다 18세가 되면 자립해야 한다는 기준은 1961년에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괜찮은 직장에 취업하여 자립할 수 있었고, 가난한 가정에서 아동은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만 마치고도 일을 시작했다.

 2018년에 18세의 80%가량은 대학생이고, 이들이 부모로부터 자립한 경우는 거의 없다. 유독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한 사람에게만 18세에 자립하도록 한 정책은 바뀐 생애주기에 맞지 않다. 더욱이, 18세는 민법상 미성년자이다. 미성년자에게 보호자로부터 벗어나 자립하도록 하는 정책은 헌법이 정한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권리를 가진다’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19세 성년이 된 후에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퇴소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자립능력을 평가하여 퇴소시켜야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아동은 18세가 되면 원칙적으로 퇴소하고, 취학, 직업훈련, 병원입원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연장보호’를 받을 수 있다. 쉽게 말해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한 사람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취업하면 곧 퇴소로 이어진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취업하면 바로 ‘자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취업을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부모 집에서 살고, 직장을 따라 따로 살더라도 전셋집이나 월세방을 얻을 때 부모의 도움을 받는다. 취업은 경제적 자립을 위한 시작일 뿐이다.

 만 18세에 도달해 아동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 위탁가정 등에서 벗어나 독립한 청(소)년 4명 중 1명이 생활고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것은 자립능력이 갖추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자립’을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수급자가 된 사람의 88.5%가 시설퇴소 후 6개월만에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되었다는 것은 퇴소 때 받은 자립정착금 등이 고갈되면 바로 빈곤층으로 전락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만 18세가 되면 바로 퇴소를 시키지 말고, 취업 등을 통한 경제적 자립능력, 안정된 주거마련, 보호자의 지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해야 한다. 퇴소 후 1년 이내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사례가 많은 특정 아동양육시설 등에 대해서는 임직원 교육과 코칭 등으로 자립지도 능력을 획기적으로 키워야 한다.
 
▶대학진학을 통한 자립능력을 키워야

 우리나라 아동양육시설은 한때 아동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동으로 퇴소하도록 하였다.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에는 취업이 쉬운 실업고(현 특성화고)에 우선 취학도록 권장하였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는 대학교에 입학할 때 ‘특례입학’으로 쉽게 합격할 수 있다. 수급자인 대학생은 4년간 평점 C학점 이상이면 연간 520만 원까지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국립·공립대학교는 대부분 연간 등록금이 500만 원 미만이기에 기초생활 수급자는 사실상 대학교를 무상으로 다닐 수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비록 취업하지 않아도 국가는 월 90만3600원(최저임금 시급 7530원×8시간×15일)을 버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청(소)년은 실직 중이라도 돈을 버는 것으로 간주되어 생계급여 등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기초생활보장 소득인정액을 산정할 때 대학생은 월 근로소득 중 40만 원을 공제받고, 나머지 소득도 30%를 추가로 공제받는다. 어떤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로 월 70만 원을 번다면 40만 원과 30만 원의 30%인 9만 원을 공제받아 소득인정액은 21만 원이다. 그 돈조차도 책값, 학원비, 학교등록금 등 교육비로 쓴 것을 증빙하면 공제받을 수 있다. 대학교 특례입학, 국가장학금, 소득인정액 산정의 특례 등을 고려할 때 청(소)년은 대학교에 진학하여 직업능력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한 자립대책이다.
 
▶퇴소자의 주거대책을 세워야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퇴소한 청(소)년이 저소득층으로 떨어지는 가장 큰 요인은 수입은 적고 주거비 등 지출은 늘기 때문이다. 시설을 퇴소한 청(소)년은 월 150만 원 내외를 버는데, 월세·관리비 등 주거비를 내고, 음식물비·교통비·통신비·잡비 등 생활비를 지출하면 저축할 돈이 없다.

 아동양육시설에서 살면 주거비가 없고, 무상교육을 받으며, 아프면 무료로 치료를 받지만, 시설에서 퇴소한 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높은 주거비를 낮추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이들이 영구임대주택, 행복주택 등 공공주택에 입주하는 것이다.

 과거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한 청(소)년은 ‘단독가구’라는 이유로 공공주택에 입주하기 어려웠는데, 최근 토지주택공사가 공공주택의 일정 수량을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퇴소한 사람에게 우선 배정한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다. 하지만, 공공주택은 수량이 적기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립주택’을 늘리고,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혹은 관련 협회와 협력하여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시설 퇴소 청(소)년이 일정한 기간은 공공주택이나 자립주택 등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바꾸어야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생활했던 청(소)년이 퇴소 직후 1/4가량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된다는 것은 정책의 실패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퇴소 직후 기초생활보장의 모든 급여를 중단하기보다는 ‘주거급여 특례’로 지정하고, 자립지원센터 등을 통해 맞춤형으로 지원해야 한다. 아동양육시설에서 한 아동을 키우기 위해 연간 2500만 원 내외를 투입하여 10년이면 2억5000만 원을 투자한 셈이다. 이렇게 투자된 인력의 약 1/4이 퇴소후 6개월만에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된 것은 정책의 실패이다. 이들에 대한 자립정책을 체계적으로 세워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 키워야 한다.
참고=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아동자립지원단
https://www.kohi.or.kr

이용교 ewelfare@hanmail.net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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