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을 향해! 숨가쁘고 웃긴 청춘

▲ ‘졸업’.
‘성인식’
오정민 | 극 | 한국 | 2018 | 26분 | 전체 - 16일(금) 19:00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2

‘졸업’
허지예 | 극 | 한국 | 2018 | 82분 | 12세 | GV -17일(토) 16:00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2

 9회 광주여성영화제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관객과 나눈다. 이번에 선보이는 42편의 여성영화들은 어찌 보면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조명되어야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주요한 영화시장에선 이러한 여성들의 이야기조차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여러 가지 힘이 있다. 그 중에서도 공감하고 위로를 전하는 힘은 내게 큰 응원이 되어왔다. 스무 살이 되면서 사회를 배워나가는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도통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여성의 이야기를, 특히 막 사회로 나가려고 준비하고 고민하는 사회 초년생 여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상업영화는 도통 찾아보기 힘들었다.

9회 광주여성영화제 상영작 중에서 그런 내게 응원을 건네준 영화들을 소개한다. 허지예 감독의 ‘졸업’, 그리고 오정민 감독의 ‘성인식’이다.

 ‘졸업’은 대학생 해랑의 졸업사진을 촬영하는 날부터 시작된다.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집을 나서며 그는 자신을 챙기는 엄마에게 무심히, ‘엄마도 엄마 인생 살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날 밤, 해랑의 엄마는 퇴사 사실을 알리며 ‘나도 내 인생 살테니, 너도 네 인생 살아’라고 대답한다. 자신의 졸업까지는 경제적으로 돕겠다는 말에도 해랑은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갑자기 눈앞에 떨어진 일 때문에 여러 가지 것들이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엄마에게 자존심을 세우느라 금전적인 지원도 일절 받지 않으니, 당연하던 것들은 힘겹게 버텨내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해랑은 난생 처음 홀로 살아가기 위해 애쓴다.

 ‘성인식’ 또한 대학생 백설의 이야기다. 그는 정규직 전환에 계속 실패하면서 대학원 스펙을 쌓아야 할지 고민한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엄마 해숙이 찾아온다. 그는 자신을 찾아 세계여행을 떠나리라고, 더 이상 백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백설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아 두렵고, 갑작스럽게 떠난다는 엄마가 야속하다. 홧김에 자꾸 터져 나오는 말들은 감정의 골을 깊게 하고, 두 사람은 급기야 서로 남인 양 행동하기 시작한다.

‘성인식’.|||||

 두 작품은 나의 삶, 그리고 주변인들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해랑과 백설은 모두 평범한 대한민국의 사람이다. 대한민국의 청소년 대부분은 해랑과 백설이 그랬을 것처럼 12년간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고,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스무 살이라는 선을 지나면 갑자기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서툴게 굴면 금방이라도 사회에서 낙오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물들게 된다.

두 사람은 그 불안감 사이에서도 어떻게든 삶을 살아낸다. 완벽하거나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해도, 결국 앞으로의 나날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해랑과 백설처럼 다가올 날들에 힘겨운 당신, 당신에게 힘을 줄 이 두 작품을 9회 광주여성영화제에서 꼭 만나보길 바란다.

참고로 ‘졸업’ 상영 후 허지예 감독과 이태경 배우와 함께하는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안혜민 <9회 광주여성영화제 프로그램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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