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프로젝트, 수업이 설레다
2학년 교과통합 프로젝트 수업과 연계
학생들 직접 코스짜고, 발표·선정·평가

▲ 수학여행 프로젝트 발표하는 학생.
 학교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로는 단연 ‘수학여행’이 꼽힌다. 하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짜여진 일정대로 소화해야 하는 여행이라면, 의미는 반감되고 즐거움도 줄어들 터.

 여행이라는 항해에서 학생들 스스로 돛을 세우고, 방향키를 쥘 수 있도록 도움닫기가 필요한 이유다. 학생들이 직접 수학여행을 꾸려가기 위해 교과수업과 연계한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혁신학교 7년차인 봉산중학교는 올해 2학년 학생들과 ‘수학여행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수학여행의 코스를 짜고, 자료집을 제작하는 일, 장소를 선정해 여행 후 마무리 평가까지 일련의 과정이 한 프로젝트로 수렴된다.

 먼저 지난 3~4월 국어시간, 학생들이 직접 수학여행의 테마를 선정하고, 코스를 짜보도록 했다.

 대략적인 구상이 나온 5~6월엔 영어, 미술, 한문 과목 시간에 수학여행과 관련한 활동을 이어갔다. 영어시간에 ‘외국인에게 소개할 만한 음식 소개하기’, 미술시간엔 ‘수학여행 홍보 포스터 제작’, 한문시간에는 ‘지역이름 한자어로 풀이해 여행지에 대한 이해 발표하기’ 등이다.

 9월 도덕시간엔 ‘수학여행 중 지켜야 할 예절 목록 작성하기’, 미술에서 ‘예절 목록을 필토그램으로 제작하기’, 역사에서 ‘수학여행지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과 의의 찾기’ 수업에 참여했다.

 음악시간엔 ‘수학여행지 민요 찾기’와 ‘친구와 듣고 싶은 음악 찾기’를, 진로시간에는 ‘수학여행과 관련한 직업 조사해보기’, 과학시간엔 ‘수학여행 기간 중 날씨 관찰하기’ 수업이었다.

 수학여행 당일까지 각 과목의 특성에 따라 수업 연계가 이뤄진 셈이다.

 2학년 교과목을 중심으로 주제통합 수업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교육과정 재구성’이 뒷받침됐다.

 봉산중 최은영 혁신부장은 “혁신학교를 계기로 교육과정 재구성의 토대가 마련된 가운데, 수학여행이라는 프로젝트까지 가능했던 것 같다”며 “교과 간 연계를 통해서 더욱 풍성한 학습이 이뤄졌을뿐 아니라 학생들이 즐겁게 수업에 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수학여행 프로젝트의 ‘꽃’은 학생들이 직접 코스를 짜고 선정에 참여했던 과정이다.

 각 반에서 2개씩 제안을 받아 발표를 수행하고, 투표를 통해 총 3개안을 추려냈다. 가장 인기가 좋은 ‘서울’ 코스만 3개가 나왔기 때문에 별도로 투표를 진행해 서울 코스는 한 개만 남도록 했다.

 2학년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선정된 3개 코스의 발표를 들었다. 코스를 제안한 반에서 준비한 PPT를 보며 학생들은 가장 선호하는 코스 2개에 투표했다.

 그 결과 서울과 대구, 전주 세 코스가 대표로 선정됐고, 프로젝트에 가장 성실히 참여한 학급 순으로 코스 선택권이 주어졌다.

 수학여행 프로젝트를 제안한 강수진 2학년 학년부장은 “기존의 수학여행은 수동적인 태도로 여행에 따라오는 한계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학생들이 코스를 짠 이유와 목적을 설명하고, 다른 친구들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봉산중 2학년 학생들은 지난 10월4일부터 5일까지 1박2일간 서울(롯데잠실뮤지엄, 민속박물관, 롯데월드, 통인시장, 경복궁), 대구(이월드, 서바이벌 사격 체험장, 향촌문화관), 전주(서바이벌 체험, 한옥마을, 전동성당, 풍남문, 초코파이만들기 체험)를 여행했다.

수학여행 프로젝트 전시.|||||

 이후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사후 돌아보기 활동도 진행됐다. 설문조사 결과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수학여행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지역을 조사하고 체험활동을 정하는데 만족’했고, ‘수학여행의 목적과 취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건의사항도 청취했다. ‘처음 해봐서 힘들고 낯설다’는 의견과, ‘프로젝트는 좋았으나 장소에서 적절치 않은 일정을 선생님이 조정해주셨으면 좋겠다’, ‘프로젝트에서 나만 열심히 한 것 같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강수진 교사는 “아무래도 놀이동산과 같이 학생들이 놀고 싶어 하는 장소가 많은 표를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타협과 조정을 통해 어느 선까지 수용하고 제한해야 하는지 조율해나갈 수 있는 희망을 봤다”면서 “학생들이 더욱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던 것은 큰 성과로 남았다”고 덧붙였다.

 봉산중학교는 담임 행정업무 제로화를 위해 업무분장 및 업무정상화 TF를 꾸리고, 연초 교직원 연수를 통해 주제통합과정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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