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객 밀집지역 한때 30%까지 토사 유출
훼손지 복원사업 성과…“수목 37% 자라나”

▲ 복원을 마친 무등산 중머리재 항공촬영. <김영선 광주전남녹색연합 대표 제공>
 오랜만에 무등산 중머리재를 찾은 등산객들은 어리둥절할 수 있겠다. 중머리재의 경관이 확 변했기 때문이다.

 수십년 간 등산객들로 인해 본모습을 잃어갔던 무등산 중머리재가, 복원 과정을 거쳐 식생이나 경관이 상당 부분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복원 이후 2년만에 새로 심은 수목이 37% 수준까지 자라나는 등 식생 회복 청신호가 포착돼 관심이다.

 22일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6년 8월까지 무등산국립공원 자연생태계복원 종합계획 일환으로 ‘중머리재 훼손지 복원사업’을 진행했다.

중머리재는 바람이 많이 불어 나무가 자라지 않는 걸 ‘스님 머리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무등산 해발 617m 능선부에 위치해 있다. 무등산에서 등산객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로, 장불재·중봉 등 무등산 모든 주요지점으로 연결되는 중심이어서 탐방객이 연간 약 50만 명에 이른다. 무등산 탐방로를 잇는 길목 즉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것.
 
▲토양 보충·식생 복원 ‘원형’ 찾아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머리재의 자연 환경은 서서히 훼손돼왔다. 산지 식생지역과 탐방객 이용공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가장 큰 문제는 ‘토사 유실’이었다. 심한 곳은 표토가 30cm 이상 유실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머리재 복원 방향은 ‘원형 회복’이다. 훼손된 경관과 지형 등을 고유의 모습으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변 식물들과 어우러지는 ‘식생 복원’까지 보태진다.

중머리재 복원 중인 모습.

 훼손된 지형을 주변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복원했고, 토양을 보충했다. 목재나 돌을 이용한 기반 안정 공사도 진행돼 토양이 유실되는 걸 방지하도록 했다. 주변 식생과 조화를 고려해 풀포기를 심는 등 식생도 복원했다.

그랬더니, 중머리재에 변화가 생겼다.

 현재 토사 유출로 낮아졌던 곳들은 보강 작업으로 본래 지형을 회복했다. 탐방로엔 2차 토사유출을 막을 수 있도록 식생매트가 깔렸다. 황량하게 회색빛 토양을 드러낸 공간들은 녹지로 변했다. 등산객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줄어들고, 그 공간은 식물들이 차지했다. 탐방로와 식생지역은 목책으로 확실하게 구분됐다.

 복원과정에서 심은 자생풀포기들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모니터링 결과, 자생풀포기 공법으로 심은 풀포기들은 2년여 만에 주변 대비 37% 수준까지 회복했다. 조록싸리와 두릅나무, 억새, 단풍나무, 장구밥나무 등 총 88분류군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원 성공적…유지 관리 잘해야”

 현재 단계까진 식생이 안정적으로 활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높은 수준의 복원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원지역의 종다양도지수는 다른 지역에 비해 41.51%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유사도지수도 11.3% 수준으로 종구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새로 복원한 지역의 식생이 주변에 위치한 기존 무등산의 식생과 아직 잘 어우러지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광주전남녹색연합 김영선 대표는 자생풀포기가 주변 자연림 수준으로 자라나는 데 50여 년, 유사성을 회복하는 데엔 1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김 대표는 “기존엔 아주 넓은 지역에서 아무렇게나 돗자리 깔고 도시락을 먹는 일이 흔했지만, 복원 후에는 등산객들이 스스로 목책 넘는 일을 방지하는 정도가 됐다”며 “훼손돼 ‘제로’ 상태였던 중머리재 지역을 복원한 것은 성공적인 일이며, 잘 유지해 다른 모범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외래종 제거 등 훼손을 하지 않고 식생을 잘 관리할 때”라며 “궁극적인 목표인 ‘군부대 이전’을 이뤄내 무등산국립공원을 복원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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