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4년차의 고민, 함께 나누다
학교공개의 날, ‘분과별 이야기 나누기’
“다르지만, 비슷한 고민 나누며 성장”

▲ 혁신학교 공개의 날에 참가자들이 정리한 고민들.
 혁신학교 4년차가 되면 변화의 여정 한 바퀴를 돌고, 새로운 국면과 마주하는 때다. 혁신학교 1기를 마친 시점에서 2기로 나아갈지를 구성원들과 고민하고, 그에 앞서서는 1기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

 혁신학교 1기를 완주했다는 건 구성원들 간에 혁신의 지향점을 공유하며 민주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애쓴 시간들의 축적이다. 하지만 ‘수업’과 ‘평가’라는 내실의 변화를 체감하기엔 아직 이른 감도 있다.

 해서 혁신학교 4년차의 고민과 한계를 공유기 위한 자리는 그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정거장과도 같다. 중간 정거장을 통과함으로써 학교 자체적으론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고, 다른 학교가 참고할 수 있는 발자취를 남길 수 있다.

 율곡초등학교는 혁신학교 4년 차의 고민을 과감히 ‘혁신학교 공개의 날’에 풀어놨다. 지난 21일 오후3시부터 4시30분까지 율곡초에서 진행된 학교 공개의 날은 ‘혁신학교 4년? 그 이후를 그리다’라는 주제로 각 주제 분과실에서 펼쳐졌다.

 혁신학교 공개의 날은 참가 신청을 받아 다른 학교 관계자들의 참석이 가능하도록 문호를 열었다. 주제당 5~6명의 교사들이 참가자들을 맞았다.

 율곡초 학교공개의 날은 혁신학교 4대 과제인 ‘교육활동 중심의 기반 조성’, ‘민주적 자치 문화’, ‘나눔의 연구 문화’, ‘교육과정의 다양화·특성화’를 큰 주제로 놓고 율곡초의 4년을 정리해 갔다.

 혁신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율곡초 안미영 교사는 “혁신학교에선 행정업무 대부분을 업무지원팀이 맡고, 담임교사는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업무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교육과정재구성의 내용이 일부 방대해지고, 수업 나눔에 대한 부담이 남아있는 건 아직도 물음표”라고 진단했다.

 기본적으로 교육활동 중심의 기본 틀은 조성됐고, 민주적 자치 문화는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혁신학교의 궁극적 목표인 교육과정 운영과 수업, 평가에 대한 고민이 교사의 공통된 고민이었다.
 
▲‘교육과정을 왜 구성할까?’ 근본적 질문
 
 동시에 율곡초가 가진 고민과 한계들이 몇가지 질문으로 요약됐다. 질문들을 토대로 분과별 주제를 나누고, 관심 있는 분과실을 찾는 식으로 공개가 이뤄졌다.

 이야기1 분과실(3-1)은 ‘우리는 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까’를 주제로 고민을 나눴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 무엇인지 몰라도 강제적으로 했던 것이라는 솔직한 의견도 나왔다. 학생의 흥미도와 민주성이 높아지지만, 학습요소가 누락되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또한 1학년은 교육과정이 이미 통합돼 있어서 재구성이 용이한 반면, 다른 학년에선 ‘온작품 읽기’와 같은 대안책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어 온작품 읽기에 대한 고민도 공유됐다. 교육과정과 관련한 책 한권을 온전히 읽고 이해하는 온작품 읽기는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을까’와 ‘학부모의 인식, 이해가 동반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따라 붙었다.

 만약 축제와 관련한 교육과정 재구성이 이뤄진다면, 학생들이 주체가 된 자율적이고 즐거운 시간일 수는 있지만 이벤트성 활동으로 그친다면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교사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본래의 목적임을 상기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동학년 교사들과 수업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준비하는 공유의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다.

 담임교사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교육과정이야말로 지속가능한 관심과 책임을 이어가는 방법이라는 것에 합의점을 이루는 과정이었다.

 이야기5 분과실(교육연수실)에서는 ‘혁신학교에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토론하기 위해 비담임, 교육공무직, 행정직들의 참여가 독려됐다.

 참가자들은 포스트잇에 각자의 고민을 털어놨다. 한 참가자는 ‘나는 봉인가?’를 질문하며, ‘서로 기피하는 업무지원팀. 기존 팀에게 연장을 강요하는 분위기. 효율적인 업무지원팀 구성 방법은 없는 것일까?’를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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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고민 풀어놔 함께 해결”
 
 담임업무 경감을 위해 업무지원팀이 대부분의 행정업무를 맡게 되면서 많은 혁신학교가 안고 있는 어려움이다. 업무지원팀의 자발적 구성보다는 순환제와 투표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일이 수시로 밀려오고 나 혼자 바쁘고, 나 혼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느낌이다. 서로 협력해서 일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부탁하는 것도 한 두 번이고, 소통도 어렵고.’라는 고민을 공유했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경험을 나누며, 집단 지성을 발휘해 고민을 풀어갔다. 고생하는 서로를 격려하며 소감도 나누었다.

 율곡초 안미영 혁신교육 담당은 “학교공개를 통해 지난 4년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이자 혁신학교라는 공적인 책무성을 가지고 결과물을 공유하면서 토론의 장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면서 “비슷한 고민을 나누면서 한 개인, 한 학교만의 고민이 아닌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과제로 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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