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 콘서트, 학교가 더 재밌다”
학생회 ‘잇다’ 6개 부 “학생주도 활동”

▲ 잇다 콘서트.
 마지막 주 수요일 중간놀이시간, 학교가 떠들썩하다. 널찍한 부지가 무대로 변신하고, 순식간에 모여든 학생들은 기대 가득한 눈빛이다. 유행곡 ‘사랑을 했다’ 간주가 흘러나오자 환호하는 관객들, 음정과 박자가 조금 어긋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공연자에게 박수가 쏟아진다.

 광주서초등 학생들은 마지막 주 수요일에 열리는 ‘잇다 콘서트’를 손꼽아 기다린다. 중간놀이 시간을 가장 즐겁고 흥미롭게 보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 선생님은 몇 발짝 뒤에서 지켜볼 뿐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즐거움은 배가 된다.

 빛고을 혁신학교 2년을 채운 광주서초등학교는 교사와 학생의 역할을 전환시키기 위해 힘써왔다. 교사·학생 역할 비중이 8:2였다면, 이를 2:8까지 조정하려는 노력이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활동과 기회를 늘리는 동시에 학교의 간섭과 개입은 최소화 하는 게 핵심이었다. ‘잇다 콘서트’ 역시 이런 과정 속에서 피워낸 학생자치의 꽃 중 하나다.

 학생회 ‘잇다’ 소속 6개의 부서가 동시다발적으로 ‘학생자치’라는 6개 바퀴를 움직이고 있다. 광주서초엔 학생회라는 별도의 중심축이 없다. 매해 학생회장은 뽑지만, 학생회라는 단일화 된 기구로 작동하지 않는다. 대신 ‘인권부’ ‘신문부’ ‘방송부’ ‘벽화부’ ‘잇다부’ ‘댄스부’ 등 각 부서의 회장이 학생회 부회장 역할을 맡는 구조다.
 
▲8:2→5:5→2:8, 교사·학생 역할 전환 중
 
 6개부서가 서로를 잇는 협동체제로 굴러가는 셈이다. 기존의 학생회 역할은 ‘잇다부’가 맞는데, 여기서 ‘잇다’의 의미는 ‘학생과 학생’ ‘학년과 학년’ ‘학생과 마을 주민’을 잇는다는 주도적 역할을 상징한다. 6개 부서에선 정기적인 활동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활동과 행사를 이끌어간다.

 인권부는 월 1회 마지막 주 수요일 ‘잇다콘서트’를 열어 학생들의 장기를 뽐내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4·16 세월호 추모 주간에는 세월호 길 조성하기, 세월호 쿠키를 만들어 학생 및 주민과 함께 하기 활동을 주도한다. 5·18 민중항쟁을 기억하며 주먹밥 만들기 행사를 주관한 것도 인권부다.

 신문부는 매월 ‘광주서초를 잇다’ 신문을 발행하며, 부서별 역할과 소식, 학교 생활 등을 소재로 직접 기사를 작성하고 편집까지 수행한다. 방송부 부원들은 매월 둘째, 넷째 주 화요일 아침방송을 구성해 신청곡을 미리 받아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방송 중이다. 첫째, 셋째 주 놀이시간에는 ‘잇다 라디오’를 진행하며 소통창구로서 역할을 한다.

 벽화부는 학생들이 직접 꾸미는 학교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벽화부장이 미리 그려놓은 밑그림에 부원들은 색깔을 입혀온 지 3년째. 토요일엔 벽화 그리기에 참여하고픈 학생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기도 한다. 일회성 벽화사업으로 끝내지 않고, 꾸준히 벽화를 그려나가는 학교의 전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학생회 역할을 맡은 잇다부는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부원으로 참여했다.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반짝 매점’은 인기가 좋다. 학교에 간식거리를 판매하는 매점이 없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마련된 이벤트다.

 반짝 매점에선 100~600원 사이의 간식을 판매하고, 수익금은 기부 방법을 정해 연말 기부로 이어진다. 이밖에 교사와 학생 간 주고받는 엽서 ‘드림통 엽서’ 운영과 매달 활동 주제를 정해 열리는 ‘데이파티’를 이끌고 있다.

 댄스부는 춤을 좋아하고 배우고픈 부원들이 모여 자신의 끼를 성장시키고, 각종 학교 행사 및 마을 축제에 연습한 실력을 뽐내는 부서다. 잇다 콘서트에서 댄스부 공연은 단연 눈에 띄는 볼거리. 매달 일취월장하는 실력으로 학교의 자랑이 되고 있다.

반짝 매점 운영 모습.|||||
 
▲“살아가는 힘, ‘학생자치’로 길러지기를”
 
 광주서초 김미정 교장은 “학생이 진정한 학교의 주인으로 참여와 자치가 보장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구성원들이 논의하고 토대를 만들어온 결과”라며, “학생들이 주도적인 활동을 통해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학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서초는 한달에 한 번 학년(4~6학년) 한자리 모임을 갖고 있다. 각 학년별로 모든 학생이 모여 공통안건 소그룹 토의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 학생 대표단이 별도로 진행하는 학생회 회의가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의가 있다.

 광주서초 정명진 연구혁신부장은 “지난해부터 학생회 6개 부서가 동아리 활동으로서 학년 교육과정 안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모든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는 ”며 “학생회 활동이 별개의 행사에 그치지 않고 교육과정에 무리 없이 녹아들 수 있도록 자치시간과 창체·교과시간을 연계해갈 계획”이라고 앞으로의 과제를 밝혔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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