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설립 명분, 학생·교사 피해 방치”

▲ 최근 고등학교 전환 작업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광주비아중학교.<사진=네이버지도>
 광주시교육청이 비아중학교를 고교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중인 가운데, 학부모들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졸속 추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9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내년부터 비아중의 학급 수 감축 등 학교 전환을 위한 사전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해당학교 학부모·학생 등은 학교 전환에 대한 공식적인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며 반반하고 있다.

 지난 본보 보도(‘광주 비아중 →고교 추진, 가능할까?’) 이후 시교육청의 고교학교 전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들의 주장은 “학교측이 설명회를 열었으나 반발이 거세 동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공청회 등을 열어 학부모들 의견을 심도있게 듣기로 했으나 후속 절차없이 전환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최근 본보와 만난 비아중 학부모들은 “지금까지 (비아중)학교로부터 고교 전환에 대한 동의를 묻는 설문을 받은 적 없다”며 “몇 개월도 안 남은 채 추진되는 고교 전환 계획이 이렇게 비밀리에 졸속으로 추진될 수 있는지”라며 항의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경 한 차례 학부모 대상 설명회를 제외하곤 고교 전환에 대한 어떤 공지도 받은 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본보 확인 결과, 비아중은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비아중 학부모 대상 설명회 1회, 인근 4개 초등학교 학부모 대상 설명회 1회, 비아중 학생 대상 설명회 1회를 개최했다.

▲설명회 한 번…“동의 설문·절차 없었다”

 비아중 학부모 A씨는 “당시 설명회는 이미 고교전환을 결정한 학교가 학부모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으로 이뤄졌다”며 “설명회에서도 반대가 많아 학교는 공청회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인 B씨는 “초등생 학부모 대상 설명회의 경우, 반대가 심해 설명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상황이어서 결렬된 것과 다름없다”면서 “자녀를 비아중에 보내기 위해 이사까지 온 학부모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비아중의 학교법인 무양서원은 최근 비아중의 고교 개편 계획서를 교육청에 제출했다.

 학교측의 계획은 중학교의 경우 2019∼2020학년도에 기존 8개에서 4개 학급 정원만 채운 뒤 2020년 고1 신입생을 받기 시작해 2023년까지 고교로 완전 개편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학부모들은 “당장 내년부터 학생들에게 피해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불안해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동시 운영되는 기간 동안에 대한 우려다.

 비아중 학부모 C씨는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같이 학교를 다니면, 심리적으로 불편할 뿐 아니라 질서가 잡히지 않은 상태로 교육과정이 한 학교에서 동시에 운영되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립중학교인 비아중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교사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이 단기간에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소화해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학생들에게 중요한 시기인데 혼란스러운 교육과정에 맡기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냐”고 반문했다.
 
▲“비아중의 결단, 누굴 위함인가?”
 
 또 다른 학부모 D씨는 “비아중 35회 졸업생으로서 자녀와 같은 학교를 다닌 동문으로 자부심이 있었다”며 “갑자기 모교가 없어지는 상황을 아이도, 나도 경험해야 하는 것이 몹시 씁쓸하다”고 말했다.

 특히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이 비아중 전환에 반대하는 여론에 무관심으로 일관함으로써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측 설명회 이후 수차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대책을 강구했으나 아직 응답이 없고, 무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학부모들은 “고교 설립이라는 숙원 과제 해결을 위해 반대 여론을 묵살하고 있다”며 “교육청과 학교 편의에 따라 힘없는 학교 구성원들은 피해를 감수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청이 2년 전 학교통폐합 추진 후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이 무산된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 급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놨다.

 실제로 시교육청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광산구 고교생 원거리 통학율이 높아 고교 설립에 대한 수요가 컸지만, 전체 학생 수 감소로 학교 신설이 쉽지 않았다”면서 “비아중의 결단으로 광산구에 고등학교가 하나 더 생길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해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학교 통·폐합이나 이전·재배치 과정에서 학부모와 동문회 등의 의견을 듣고 50% 이상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치게 하고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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