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망 피한 편법? 홍보 필요해 차선책”

▲ 광주의 한 교차로에서 마주친 ‘인간 현수막 알바’.
 광주의 한 교차로 까치섬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가로수나 거치대가 없는 이곳에서 현수막은 다름 아닌 사람들에게 들려 있었다.

 이른바 ‘인간 현수막 아르바이트(알바)’다. 사람들이 목 좋은 곳에 광고 펼침막을 들고 서 있는 게릴라식 홍보 방법.

 인적 드문 도로 한 복판, 두 사람이 현수막 양쪽에 서서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모습은 차량 속 운전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에 충분했다.

 한파가 몰아닥쳐 서 있기 힘든 날씨임에도 현수막 알바들은 거의 미동 없이 서 있었다. 두툼한 파카를 모자까지 뒤집어쓰고 중무장을 했지만, 바람이 거셀 땐 몸이 휘청거렸다.

 ‘인간 현수막’은 현수막 불법 게첨에 따른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부 업체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홍보 방법이다.

 법적으로 현수막 게첨 금지 대상에 걸지 않으면서 단속 시 바로 철수할 수 있어 신종 홍보 방법으로 쓰이고 있는 것.
 
▲높은 시급 ‘꿀알바’로 통해…“한파엔 주춤”

 거리의 불법 현수막이 그렇듯, 인간 현수막도 아파트 분양광고가 대부분이다.

 인간 현수막 홍보를 진행한 A아파트 분양 업체 관계자는 “일반 공공시설물이나 가로수에 현수막을 걸게 되면, 과태료뿐 아니라 철거돼 버려 광고효과가 없다”면서 “사람이 현수막을 들고 있으면 더 눈에 띄기도 하고, 단속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고가 필요한 업체 입장에선 과태료를 지불하는 대신 적은 비용을 들여 광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인간 현수막은 2인1조로 운영되지만, 한 쪽에 펼침막을 고정하고 1명이 들고 있다가 철거하는 방법도 쓰이고 있다.

 또한 단기간·고수익 알바를 찾는 이들에게 인간 현수막은 ‘꿀알바’로 통하기도 한다.

 서 있는 것 외에 다른 노동이 필요 없고, 다른 알바보다 높은 시급이라는 게 인기 요인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인간 현수막 후기’에 따르면, “음악을 듣든가 핸드폰을 하면서 서 있기만 하면 되니 쉬운 일”이라며, “그냥 서 있는데 돈을 버니까 완전 꿀알바”라고 했다.

 출퇴근 시간을 전후해 대여섯 시간 씩 일하고, 일당 6만 원~8만5000원을 받는다. 보통 10일 내외로 단기 알바다.
 
▲시 “단속기준 애매, 계도 말곤 시정 어려워”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현수막에 구멍을 뚫었지만,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힘이 들긴 했다”고 적었다.

 특히 무더위나 한파와 같이 날씨가 험할 땐 꿀알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고역이다.

 인간 현수막이 새로운 홍보 방법으로 통하면서 불법 광고물을 단속하는 지자체에선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거리에 거는 모든 현수막은 불법 광고물이 맞지만 사람이 들고 있을 경우에 대해선 별도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광주시 불법광고물 담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인간 현수막에 대한 단속이나 제재가 이뤄진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만약 단속망에 걸린다고 해도 법에 따라 규정된 현수막 게첨 금지대상이 아니므로 현재는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 관계자는 “해당 사례가 많아지고 민원이 접수되면 본격적으로 제재 방법을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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