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마지초등 학생참여형 공간 재구성
유휴공간, 공방·쉼터·공연장으로 탈바꿈

▲ 각종 공작이 가능한 ‘엉뚱 공작소’.
 광주 마지초가 학생과 교직원들의 손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창고 같았던 유휴공간을 따뜻하고 포근한 보금자리면서 또 다른 무언가가 탄생할 공방으로 변화시킨 것. 공간 구상부터 설계, 실행 단계까지 학생들이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생생한 교육 과정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18일 마지초등학교에선 공간의 새로운 탄생을 축하하는 개소식이 열렸다. 올해 광주 광산구청(엉뚱 프로젝트), 광주시교육청(아지트), 한국과학창의재단(무한상상실) 등이 각각 주최하는 3개 사업 공모를 통해 공간을 재구성한 결과가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날 개소식엔 그동안 공간 재구성에 열심히 참여한 학생 10여 명과 학교 관계자를 비롯해 서부교육청, 광산구청, 관내 학교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개소식은 새로 태어난 공간 중 한 곳인 ‘달보드레’에서 진행됐다.

공연장 겸 쉼 공간 ‘푸른솔 끔 나눔터’.
 
▲공간 구상·설계·실행단계 학생 참여
 
 달보드레는 ‘달달하고 보드레하다’는 뜻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다.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학생들이 직접 그린 벽화와 직접 꾸민 블라인드가 달보드레를 더욱 아늑하고 소중한 곳으로 느끼게 했다.

 학교공간재구성 사업을 이끌어온 마지초 김황 연구기획부장이 공간 혁신의 과정을 프리젠테이션으로 설명에 나섰다.

 “이 공간(달보드레)에서 업체가 제작에 참여한 건 무얼까요? 지금 보시는 스크린을 설치한 것 뿐입니다. 지금 앉아 계시는 목재의자, 벽화, 블라인드 모두 학생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게 없죠. 업체에 맡겼다면, 돈도 많이 드는데다 아이들이 경험해 볼 기회도 줄어들었을 겁니다.”

 마지초가 이번 공간 혁신에 투입한 예산은 총 9500만 원.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한 땀 한 땀 공간을 꾸몄기에 예산 절감 효과를 톡톡히 봤다.

 달보드레 맞은편에 위치한 ‘엉뚱공작소’는 목공 등 각종 공작이 가능한 도구와 설비들을 갖추었다. 6학년 실과 시간을 활용, 공간 재구성을 기획·설계 수업으로 확장해 수업에 녹여낸 점이 특징이다. 학생들은 학교라는 공간을 수업 교재로 활용해 변화를 꾀해본 셈이다.

마지초등학교 학생쉼터 ‘달보드레’.

 “먼저, 학생들에게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주고 싶었어요. 일례로 창문에 낙서를 하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깬다든가 의자를 개조하고 바퀴를 달아 유휴공간에서 카트라이더 경주를 해보는 식으로 재밌는 시도들을 했어요.”

 ‘도란도란 쉼터’는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쉴 수 있는 장소고, ‘푸른솔 꿈 공연장’은 학생들이 꿈을 펼칠 만큼 근사한 공연장이다. 미러볼도 달려 있어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공연 연출이 가능하다. ‘엉뚱발랄 놀이터’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탁구대와 탁구채를 이용해 발랄하게 놀 수 있는 장소로 탁구대는 미술실 탁자가 재활용됐다.
 
▲“뭔가 만든 경험 뿌듯…관리도 더 잘할 것”

 작은 시도에서 시작해 직접 DIY 가구를 조립하고, 사포질 및 페인팅까지 직접 해 본 경험은 학생들에게 큰 배움으로 남았다.

 마지초 6학년 서재휘 학생과 박현권 학생은 “그동안의 결과물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되니 뿌듯하고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목재를 사포질 하는 게 힘들 때도 있었지만, 무언가 만들어 본 경험은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규칙을 잘 세우고 지켜서 공간을 잘 관리해 가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엉뚱공작소’의 디지털 활용공간.

 마지초 유혜경 교장은 “학생들이 수업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 할 것 없이 공간재구성을 위해 힘써줬다”며 “스스로 공간을 바꾸는 경험이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성공을 경험하게 한 좋은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광산구 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작년부터 본격 태동한 ‘학생참여형 학교공간 재구성’은 올해부터 광주시교육청으로 확장돼 시행됐다. 내년부턴 교육부에서도 관련 사업을 추진해 전국으로 확대해 간다는 방침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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