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10년 정점서 은퇴 전고필 총감독
“성과 많지만, 지속가능 구축못해” 아쉬움
 

▲ 전고필(오른쪽) 총감독이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으로부터 2018관광의 별을 수상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 대표 야시장 ‘별장’ 등 명소로 자리 잡은 대인예술시장이 더 큰 ‘별’로 떴다. 국내 우수 관광자원 10곳 중 한 곳으로 선정돼 ‘2018 한국관광의 별’을 달게 된 것. 광주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앞으론 전국민의 눈이 쏠리는 관광지로서 어떤 도약을 거듭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점에 있어야 할 이유다. 다행이 지난 10년의 프로젝트는 중단 없이 5년 연장됐고, 새로운 사업단이 바통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이즈음 대인예술시장(이하 대인시장) 별장팀 전고필 총감독(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남도맛기행 PM)은 수상의 감격에 앞서 깊어진 고민부터 털어놨다.

 “대인시장은 지금 전환점이 필요합니다. 야시장이 아니어도 상시적으로 관광객을 유인할 매력물이 있어야 하죠. 그러려면 기존의 시장 상인과 별장 사업단 사이에 새로운 접점이 모색돼야 하는데요. 저는 새로운 국면을 이끌기에 너무 오래 (대인시장에) 있지 않았나 합니다.”

대인야시장.
 
▲‘2018 한국관광의 별’ 기회와 위기
 
 10년 변곡점마다 대인시장과 함께해 온 그는 곧 총감독 자리에서 내려온다. 고군분투한 시간만큼 아쉬운 대목들이 발목을 붙든다.

 대인시장 ‘별장’은 그동안 국내 최대 야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여러 한계에 부딪혀 ‘예술시장’이라는 정체성을 굳히지 못한 건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대인시장이 ‘예술’을 빼고 나아갈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쇠퇴의 길을 걷던 대인예술시장은 2008년, 지역작가들이 둥지를 틀면서 회생 가능성이 열렸어요. 대인시장이 대인예술시장으로 변모하게 된 시점입니다. 텅 빈 시장 골목마다 문화와 예술이라는 씨앗이 뿌려지고, 조금씩 활기를 되찾았어요. 광주의 대동정신, 예술적 기질이 다시 빛을 보는 것 같았어요.”

 ‘제7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지역작가들에게 시장의 빈 점포를 임차한 ‘복덕방 프로젝트’가 계기였다. 이후에도 작가 30여 명은 시장에 죽 눌러앉아 ‘예술시장’이라는 정체성을 세워갔다. 여기에 옛 전남도청 자리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면서 ‘아시아문화예술활성화 거점프로그램 사업’이 추진됐다. 이 중 한 분야인 ‘대인예술시장 별장 프로젝트 사업’이 10년 한시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2014년부터 야시장 별장 프로젝트 사업단이 꾸려지고부터 ‘밤에 별 뜰 때 하는 별장, 별의 별 것이 다 있는 시장으로서 별장, 쉬고 싶은 공간으로서 별장’의 의미를 담아 별장으로 불렀다.

 “대인시장의 상승세는 2016년에 정점을 찍은 것 같아요. 예술이라는 동력을 가지고 새로운 구매층 유도에 성공했다고 봅니다. 버스킹,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람들 사이를 거닐길 좋아하는 사람들을 발굴해냈으니까요. 판매 창구가 없었던 메이커들이 예술 활동을 경제 활동과 연계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점도 성과이고요.”
대인야시장 모습.
  
▲대인시장 ‘예술’ 빼고 나아갈 수 없다
 
 대인시장은 기존 상인과 시장의 상주 작가를 포함한 예술가, 시민셀러(매대 운영자)가 참여하는 야시장을 운영해왔다. 상인들은 새로운 먹을거리들을 개발해 내놓고, 시민들로 이뤄진 메이커 및 셀러들은 직접 만든 작품과 액세서리, 등 수제품을 판매해 볼거리도 다양했다.

 야시장의 흥행은 처음엔 낯선 이들의 유입을 반기지 않던 기존 상인들의 마음까지 돌려놓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 상인들의 야시장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업단이 일일이 설득에 나서야 했다.

 “반대하던 상인들이 손님맞이를 위해 직접 메뉴를 개발하고, 자신의 점포를 내주면서 야시장은 더욱 활성화됐어요. 시장 상인들도 야시장의 운영 주체로 거듭난 거죠. 식재료 등을 조금씩 소분해 판매하는 기존의 시장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손님을 유치하려는 시도로 변화한 겁니다.”

 대인시장은 셀러들에게 운영비를 받지 않는 대신에 기존 상인과의 화합과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 3시간씩 연수와 자발적인 주차관리, 청소 등에 나서도록 했다.

 또한 시장 내에 한 평 공간에서 열리는 ‘한 평 갤러리’는 청년작가들을 위해 기획된 전시로 시민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다. 선동렬·장미란 등을 그린 벽화는 여전히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하지만, 승승장구를 이어가던 대인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인야시장 모습.
  
▲상설화·프리마켓 성행으로 희소성 잃어가
 
 “작년부터 매주 별장(야시장)이 열리면서 메이커(작가 겸 판매자)와 소비자, 별장팀까지 동력을 잃었죠. 상설이라는 점에서 좋은 인식도 있지만, 다른 야시장과 프리마켓 등의 성행으로 결국 희소성을 잃어버리게 됐어요. 메이커들 역시 시간에 쫓겨 새로운 디자인을 연구하고 개발할 여유가 사라졌죠.”

 대인예술야시장은 2011년 시범 운영 이후 지난해부터 매주 토요 야시장 별장으로 상설화됐다. 2014년엔 매월 둘째 주 금·토요일 열었고, 2016년까진 매월 첫째·셋째 주 금·토로 확대된 뒤 2017년부턴 매주 토요일에 열렸다.

 그러면서 1회에 1만 여 명 이상도 찾던 관광객 수가 3000여 명 이하로 떨어지기 일쑤였다. 늘 매대 신청은 꽉 찼어도 장날 시장에 출석하는 메이커의 수는 확연히 줄었다.

 야시장의 핵심을 이루던 메이커의 참여가 줄면서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침체 국면에 직면했다.

 “야시장은 수공예 작가, 경력단절 여성 등에게 판로가 되고 교류의 장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어요. 실제로 별장이 촉매제로 큰 역할을 했죠. 하지만, 결국 그들이 시장에 남아 공동체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예술적 활동을 이어가진 못했어요. 상설로 바뀌면서 더욱 상업화 측면만이 부각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당장 개선이 필요한 건 야시장을 월 2회로 축소하는 일이다. 상인과 예술가, 메이커들 간의 접점을 늘려 상업성과 예술성이 적절히 합일점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

 “2011년과 2012년, 대인시장에선 ‘시장 생활사 박물관’을 열었어요. 시장 상인들이 오래전부터 사용해 오던 칼들을 모아 전시하기도 하고, 상인들 초상화를 찍어 명함을 만들기도 했죠. 옛 시장정취를 느낄 수 있는 볼거리가 생기니 활력이 돌았어요. 그땐 사업단이 주도했었는데, 앞으론 예술가들과 함께 이런 작업들을 늘려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상인들 역시 달라진 구매패턴을 수용하고 간식거리, 먹을거리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한다면 시너지가 나겠죠.”
관광의 별 트로피.
  
▲상업성과 예술성 조화, 합일점 찾기 중요
 
 시장이라는 공간 위에 예술적 감수성을 결합한다면, 예술시장으로서 확고한 입지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동시에 시장에서 먹고 즐길 수 있는 매력물 개발도 멈출 수 없다. 야시장 열릴 때만 시장이 활성화 되는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또한 한국관광의 별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편의시설 확충도 필요하다.

 “앞으론 관광 관련 홍보물 등에서 대인시장을 더 접하게 될 거예요. 일종의 어드벤티지(이점)이죠. 그래서 야시장이 열리는 날이 아니라도 일상적으로 관광객 맞이가 필요합니다. 안내판이나 화장실, 쉼터 설치가 급선무고요. 메이커들이나 방문객들이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물품 보관소, 수시로 세미나 등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공유공간도 있었으면 합니다.”

 대인시장의 지난 10년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성과들로 빛난다. 이젠 엄습해오는 어둠까지도 끌어안고 더 반짝반짝 빛날 도약을 기대해 본다.
대인야시장 모습.
 
 올해의 마지막 대인예술시장 야시장 별장이 오는 22일(토) 오후 7시 ‘Yellow Christmas in 대인시장’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각종 퍼포먼스와 캐롤 플래시몹, 스노우볼 만들기 등의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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