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대신 책, 작은학교선 ‘신의 한수’
한 학년 한 학급, 작지만 독서·스포츠 강화

▲ 온작품 읽기 수업 중인 광주동초 학생들.
 광주 도심 외곽에 위치한 광주동초등학교(동구 망월동)는 소규모학교가 가진 장점을 십분 살려냈다. 도심과 농촌의 경계에서 활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치로 끌어내고, 학생 수가 적어 유리한 교육활동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 가진 것에 더 주목한 결과다.

 광주동초에서 차로 15분 거리의 충효분교 역시 소쇄원 같은 문화 자원과 무등산 등을 활용한 교육활동으로 동초와 어깨를 나란히 견주고 있다. 두 학교는 각각 한 학년에 한 학급씩 운영 중인데, 본교인 동초가 1반이고 충효분교가 2반인 식이다.

 1996년 충효분교를 편입한 동초는 2013년부터 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두 학교 모두 상승효과를 경험 중이다. 학교의 특색은 다르지만 본교인 동초에서 핵심으로 꼽는 교육활동이 충효분교에 전파되고, 충효분교의 가족적 분위기가 동초로 전이되면서 접점을 만들어왔다.

 광주동초의 중점 활동 가운데, 독서교육은 학교생활 전반에 녹아들어 있다. 매일 아침 전교생이 독서활동으로 시작해 수업시간엔 ‘온작품읽기’를 통한 독서교육이 핵심 줄기를 이룬다. 동초에선 교과서보다 도서 한 권이 점하는 중요도가 커 보이는 이유다.
 
▲“온작품읽기 통해 깊어진 배움의 내실 경험”
 
 4학년 수업시간, 학생들이 펼쳐든 건 책 ‘나니아 연대기’였다. 지난 시간 읽은 부분을 곱씹는 복습인데도 학생들은 내용을 요약하는데 크게 주저함이 없었다. 이날 새로운 페이지엔 ‘마녀의 승리’를 주제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동초 4학년 담임인 김대현 연구혁신기획부장이 먼저 한 페이지를 읽고, 학생들이 차례로 다음 페이지들을 읽어 내려갔다. 15명 학생 전원에게 낭독의 기회가 주어졌다. 도심의 소음 대신 친구의 책 읽는 소리에 귀를 더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이어서 절로 몰입도가 생겼다.

 동초 4학년 학생들은 올해로 벌써 3권의 책을 섭렵해 왔다. 15소년 표류기, 장발장에 이어 나니아 연대기가 3권 째다. 고전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흥미와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책이 선별됐다. 그 결과, 국어시간 읽기와 쓰기뿐 아니라 미술시간 책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교육활동으로도 연계가 용이했다.

 동초 김대현 연구혁신기획부장은 온작품읽기에 대해 “교과서를 벗어나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면서 다양한 교육활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과서에서 짤막하게 발췌한 작품의 일부로는 깊이 있는 교육활동이 어렵습니다. 대신 좋은 책 한 권을 통째로 읽으면, 좋은 이야기 안에 들어있는 생각들, 가치관들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나니아 연대기를 고른 이유는 판타지 고전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전혀 다른 상상력을 요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동초는 지난해부터 온작품읽기를 교육과정에 의무화했다. 한 학기 한 권을 목표로 학년 수준별 도서를 선정하고 있지만, 교사와 학생들의 재량에 따라 유동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이 또한 한 학년에 한 반뿐인 소규모학교라 가능한 일이다.

 1, 2학년은 올해 전래, 명작을 중심으로 그림책 다수를 읽었고, 3학년은 오즈의 마법사를, 5학년은 몽실언니, 6학년은 불량한 자전거여행을 읽었다.

 “교과서를 버리고 책을 택한 것에 대해 학부모님 입장에선 생소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수업 내용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안내를 드리고, 그 결과를 ‘성장노트(학습장)’ 등으로 공유하기 때문에 무리 없이 수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한 학부모님께선 온작품읽기를 ‘신의 한수’라고 극찬까지 하셨으니까요.”

 동초는 최근 학부모 설문조사를 통해 온작품읽기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는데,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긍정적이었다. ‘만족’과 ‘매우만족’에서 97%라는 응답율이 나온 것. 교과서 진도 학습에 국한되지 않고, 깊이 있는 학습과 배움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었기에 가능했다.
 
온작품 읽기 수업 중인 광주동초 학생들.|||||

▲중간놀이 30분, 사제동행 스포츠 활동으로
 
 하지만 전체 교육과정 측면에선 아쉬운 점도 있다.

 “소규모학교여서 아쉬운 점은 교사 수가 적어 교육과정 재구성을 하기 어렵다는 거예요. 한 학년에 교사 한 명씩 배치돼 있다 보니 교사 한 명이 한 학년 교육과정을 담당하는 셈이죠. 업무에 대한 별도의 지원 없이 담임업무와 교육과정 재구성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확신하는 건 ‘독서’와 ‘체육’의 두 가지 축을 굳건히 해 학생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할 것이란 목표다.

 동초에선 중간놀이 시간 30분을 ‘자율스포츠’ 활동으로 꾸리고, 주 4회 체육활동을 한다. 사제동행으로 축구, 줄넘기, 피구 등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활동이다.

 광주동초 신미숙 교장은 “체력적으로 건강할 뿐 아니라 정서적인 건강함까지 기를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학교의 자랑”이라며 “자율학교로 운영되면서 도심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이 70%에 달하는데, 이들이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도 심신을 단련하는 활동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초 임용 교감 역시 “본교 전교생은 ‘풍물’이라는 기재를 통해서도 정서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면서 “외부 공연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지역 축제 등에서 공연을 하며 자존감의 큰 향상을 경험한다”고 덧붙였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