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꾸준히 한 걸음 ‘달팽이 학교’
혁신학교 1년차 ‘기초세우기’ 한땀한땀

▲ 제과제빵 진로체험 중인 무진중 학생들.
 한 번에 찾아오는 변혁이란 드물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발자취를 내고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마련. 조바심 내기보다 고민하고 협력하며 걷는 길이 가장 빠를 수 있다.

 빛고을 혁신학교 1년차인 광주무진중학교(남구 월산동)는 달팽이를 연상케 한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기초단계에서 느리더라도 꾸준히 내딛는 한 걸음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또 무진중이 자랑하는 진로탐색 직업체험 프로그램의 이름이 ‘달팽이 학교’다. 혁신학교 지정 이후엔 꿈 찾는 달팽이들의 느린 행보에 동력이 더해지고 있다.

 무진중이 위치한 월산동의 뜻인 ‘달뫼’에서 비롯해 달팽이 학교가 만들어졌다. 달뫼마을(화정동, 월산동, 주월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마을교육공동체 ‘지역교육네트워크 화월주’와 협력한 결과물. 무진중에서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는 혁신학교 1년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사실 마을교육공동체 프로그램은 무진중이 3년째 운영해 오고 있어 혁신학교 운영보다 훨씬 앞선다. 그동안 화월주를 중심으로 월산동마을교육활동가협의회가 주축이 돼 마을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돼 왔다.
 
▲마을공동체 ‘화월주’ 협력 진로교육 활성화
 
 이 가운데 달팽이 학교는 무진중 1학년 자유학년제 운영에 따른 직업체험 프로그램이다. 학교 주변 지역에서 체험 터 15곳을 발굴하고 1학년 전체 학생들이 2학기에 개인적으로 3곳 이상을 매주 목요일 6~7교시에 방문한다.

 학생들은 체험 터의 특성에 따라 견학, 작품제작, 관련 직종 직업 체험활동 등을 할 수 있으며 활동 상황은 멘토와 안내 교사의 관찰 기록으로, 학생 개개인은 워크북(야무진 꿈 활동 기록장)에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남구장애인복지관, 월산초 병설유치원, 목공소 행복나무, 영상제작 협동조합 이공 등 15곳이 체험 터로 선정됐다.

 무진중과 바로 인접한 금호평생교육관 내 청소년 카페 ‘친구네 집’에선 제빵제과 실습활동이 운영 중이다. 무진중 제과제빵 동아리 ‘쿠키타스’가 전문강사와 선배 전공자들의 지도하에 주 1회 실습하는 곳이다. 이 역시 화월주가 연계가 돼 지역의 물적·인적 자원의 활용을 지원했다.

 특히 올해는 마을교육 활동에 학교가 적극 후원을 나서기도 했다. 월산초에서 열린 ‘물총축제’는 화월주가 주관하고 월산동마을교육협의회가 함께하며 무진중이 후원한 행사다.

 이밖에도 화월주와 금호평생교육관의 지원으로 영상 사진 활동 동아리 ‘포토스토리’ 운영을 통해 전교생의 꿈끼주간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 학교 내 월산동마을교육공동체 가족 타악단이 활동할 수 있는 연습공간 ‘소리방’을 리모델링 하는 사업도 진행해 마을과의 접점을 늘렸다.

 원래 추진되고 있던 마을교육에 혁신학교 예산이 투입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은 셈이다.

 무진중 공창배 혁신복지부장은 “그동안은 학교가 마을(화월주 등)의 도움을 받는 쪽이었다면, 이제는 학교도 예산 등의 지원을 통해 함께 일조하게 되면서 사업의 형태나 질적인 면의 향상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어 공 부장은 “앞으로는 마을에서 마땅한 교육공간을 찾지 못할 경우 학교 시설 재구성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이제는 학교도 마을교육의 일원으로서 필요한 자원을 지원하는 역할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마을교육, 학교도 주체로 참여할 수 있어”
 
 무진중이 2년 여 전 혁신학교 지정을 검토했던 배경에는 주변 인프라와 학교 시설이 낙후되고 교육지형이 침체된 데 따른 악조건이 있었다. 올해 전환의 돌파구로 찾은 것이 혁신학교였다. 하지만 학교 구성원들은 반신반의했다. 혁신학교 지정 찬반 투표에서도 찬성이 약간 앞섰을 뿐 반대 여론이 만만찮았다.

 “구성원들을 만나 일대일로 소통했습니다. 혁신학교의 당위성을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했어요. 오히려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흔쾌히 동의해주셨고, 혁신 분위기가 일궈진 측면이 있습니다.”

 공 부장은 혁신의 출발선에서 녹록지 않았던 경험을 고백했다.

 “전에는 하지 않았던 일을 추진하니 부딪치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자체연수를 통해 3일 간의 준비기간을 가졌을 때에도 공동의 목표를 세우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변화는 더디게 찾아오더라고요. 조금씩이지만 삭막했던 학교 시설이 개선되고, 학생회 활성화를 위한 간부수련회 방식이 바뀌는 등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 거죠.”

 다행이 지난 1년 중간평가에서 교직원들의 중간평가는 긍정적 답변이 많았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무진중은 나아가는 중이다.

 무진중 이경옥 교장은 “관리자로서 업무를 새롭게 정립하고 분장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서도 “전체 설문조사와 티에프팀 운영 등을 통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며 혁신의 의지를 굳건히 했다.

 무진중은 이번 겨울방학에 학생들의 쉼·놀이·학습 공간 ‘휴마루’ 공사에 돌입하고, 내년엔 전문적학습공동체 활성화, 수업 나눔 시도 등을 통해 ‘혁신학교 실행기’를 맞이할 예정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