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 비아고 전환 승인
“전국 첫 사례”
법적규정 없어
2주 전 ‘학부모 동의’ 요청 불만

▲ 비아중학교 전경.
 광주 비아중학교가 고등학교로 전환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비아중을 2023년 비아고(가칭)로 완전 개편하겠다는 계획이 시교육청 승인을 받은 것. 한 학교에서 학교 급의 전환(중→고)이 이뤄지는 경우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그러나 불과 3개월 전에 고교전환 계획을 알게 된 비아중 학부모, 학생, 지역주민 등은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된 졸속 행정”이라며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다.

 심지어 학교가 교육청의 승인이 있기 2주 전 학부모 동의서를 부랴부랴 요청해 뒷말이 나오는 상황. 당장 현실로 다가온 고교전환 과정에 대해서도 정보 공개가 미흡해 불안감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6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학교법인 무양서원(비아중)이 제출한 고교 설립 계획서를 3일 승인했다.

 이로써 비아중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기존 8학급에서 4학급만 신입생을 배정받게 된다. 2020년부터 5학급씩 고교 신입생을 받아 2023년 고교로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비아중 관계자는 “학생 수가 점점 줄어가는 상황에서 광산구에 고교 수요가 있다는 건 하나의 돌파구였다”며, “고민 끝에 학교가 살 수 있는 자구책으로 지난해 고교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학교측-교육청 이해 일치 ‘속전속결’

 고교 설립을 숙원과제로 안고 있던 교육청도 비아중의 결정을 반겼다. 교육청 관계자는 “비아중이 고교 전환을 결정하면서 고교 설립에 투입되는 500~600억 원의 예산, 부지확보의 어려움이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학교와 교육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지난 10월 비아중이 제출한 고교 개편 계획안은 3개월 여 만에 교육청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비아중 구성원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찬반 입장을 가질 새도 없이 고교전환이 암암리에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불만이다.

 관련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 통로는 지난 11~12월 사이 학교가 학부모, 지역주민 등 구성원 별로 각각 진행한 1~2차례의 설명회가 전부였다.

 향후 3~4년간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스템이 혼재될 것에 대해 불안감을 가진 일부 학부모들은 계속해서 불만을 제기했지만, 소용없었다.

 학생들의 경우엔 더욱 깜깜이 과정이었다. 학교는 학생회 임원들에게 안내가 이뤄졌을 뿐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공식적인 설명회는 없었다.

 비아중 학생 A군은 “학생들 사이에선 모교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학교는 이미 결정된 사안처럼 말해 힘이 빠졌다”고 털어놨다.

 교사들 또한 학교 관리자를 통해 소식을 알음알음 알고 있었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고교 전환이 이뤄질지 명확하지 않아 우려가 컸다.

 지난해 말 학사운영 계획과 인사 관련 계획을 세워야 할 땐 변동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더욱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앞으로 비아중 교사들은 중학교 수업을 하면서 고교 과정 연수를 들어야 한다.

 사립학교인 비아중을 보내기 위해 이사까지 온 지역주민들에게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모교 사라지는데…” 학생 설명회도 미흡

 더욱이 교육청이 계획 승인 2주 전에 학교에 학부모 동의서를 요청해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전체 학부모들에게 전달된 유일한 공식 안내문이다.

 본보의 확인 결과 초중등교육법 상 학교 급 전환에 대한 규정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학교 통폐합과 관련해선 교육부가 구성원들의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 또한 권고 사항으로 의무는 아니다.

 비아중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승인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구성원의 50% 이상 동의서를 요구해왔다”며 “그동안 동의절차에 대해 준비하지 않은 학교로서는 다급히 동의서를 배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과반수 동의 원칙을 적용해 학교에 홍보 및 동의 절차를 일임한 것”이라며, “별도의 규정이 있었다면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 그렇지 않아 교육청으로서도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고교전환도 학교 통폐합과 유사하게 구성원 반발이 거셀 것이고 이를 부담스럽게 여긴 학교와 교육청이 소극적인 자세로 과정을 진행한 것”이라며, “관련 규정이 없더라도 최소한 충분한 설명과 투명한 정보 제공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비아중 고교 개편 계획은 최종적으로 올해 6월 인가 예정이며, 올해 1년 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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