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농림축산식품부?보건복지부에
살처분 참여자 심리 지원 제도 개선 권고

▲ AI로 인한 전남지역 살처분 현장.<광주드림 자료사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과 건강보건복지부장관에게 가축 살처분 작업 참여자의 트라우마 예방과 치료를 위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7일 인권위에 따르면, 대표적 가축 전염병인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매년 많은 수의 가축이 살처분되고 있다.

특히 2010년 발생한 구제역 사태 당시에는 살처분 작업에 참여한 공무원 등이 자살이나 과로로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 이들이 겪는 트라우마의 심각성과 심리 지원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인권위는 2017년 ‘가축매몰(살처분) 참여자 트라우마 현황 실태조사’를 통해 가축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 및 공중방역 수의사 268명을 대상으로 심리건강 상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4명 중 3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였고, 특히 4명 중 1명은 중증 우울증이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심층 면접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당시 살처분 과정이 떠오른다”, “학살의 참여자가 된다는 죄책감이 든다” 등의 다양한 심리적 충격을 나타냈다.

직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화되고, 살처분 작업이 매년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에 대한 물력감도 호소했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르면, 가축 살처분 작업 참여자에게 신청을 받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심리적?정신적 치료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사건에 대해 다시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 이른바 회피 반응을 보여 스스로 적극적인 치료를 신청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가축 살처분 작업 참여자들에게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무적으로 안내하고, 심리적?신체적 증상 체크리스트 등을 통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 치료를 지원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살처분 작업에 공무원이나 공중방역 수의사 뿐 만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나 이주노동자 등 참여도 증가함에 따라 가축 살처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건강 보호 등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살처분 작업 참여자들의 정신적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일선 방역 현장에서 실제로 동물복지에 부합하는 인도적 살처분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점검할 것을 권고했다.

향후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가 가축 살처분 작업 참여자의 트라우마에 관한 조사?연구를 실시해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번 제도개선 권고를 통해, 살처분 작업 참여자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 파악과 보호대책이 충분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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