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무단 불출석
기일변경·관할이전 등 ‘꼼수’에
재판부 구인영장 발부
“스스로 오냐 끌려 올 것이냐만 남아”

▲ 7일 전두환의 고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재판이 전두환의 불출석으로 3월11일로 연기된 가운데, 5·18단체가 광주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에 대한 강제구인을 촉구했다.
“불상사 없이 스스로 올 것이냐, 끌려서 올 것이냐만 남았다.”

광주지방법원이 결국 전두환에 대한 강제구인 입장을 밝힌 가운데, 전두환 회고록 관련 소송을 지원해 온 김정호 변호사는 “전두환이 더는 법정 출석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7년 출간한 회고록을 통해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를 받게 된 전두환은 지난해 5월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해를 넘긴 지금까지 전두환에 대한 심리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전두환의 재판은 당초 지난해 5월28일 첫 기일이 잡혔다. 하지만 전두환이 “광주법원에 관할이 없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광주지방법원에 재판부 이송 신청서를 냈다. 광주가 아닌 서울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이로 인해 첫 재판일은 7월16일로 연기됐다.

광주지법은 전두환 측의 재판부 이송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전두환은 재판일을 앞두고 기일변경 신청을 했다.

이로 인해 첫 재판은 8월27일로 또 연기됐다.

연기에 연기를 거듭해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8월27일 광주지법에서 첫 재판이 열렸지만 전두환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다만, 전두환 측은 재판 직전 일부 언론에 “알츠하이머 투병 중이다”며 불출석 입장문을 냈을 뿐이다.

당시 재판부는 10월1일로 다음 기일을 정했는데, 전두환 측은 이번엔 광주고등법원에 관할 이전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재판부 이송 신청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광주가 아닌 서울에서 재판을 받을 목적이었다.

이로 인해 10월1일 예정된 재판도 연기됐다.

이후 광주고법은 전두환 측의 관할이전 신청을 기각했으나 전두환 측은 이에 불복, 즉시 항고장을 제출했다.

결국 관할이전 신청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 맡겨졌고, 재판 일정도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1월29일 대법원이 관할이전 신청을 최종 기각하고 1월7일로 재판일이 지정됐는데, 전두환 측은 이번에도 기일변경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예정대로 이날 오후 2시30분 201호 법정에서 재판을 열었으나 전두환은 출석하지 않았다.

두 번의 무단 불출석, 수차례 기일변경 신청, 재판부 이송 신청 등은 사실상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전두환 측의 ‘꼼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판부가 3월11일 오후 2시30분으로 재판을 연기하면서 “구인영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힌 것은 전두환 측의 불성실한 태도를 더 지켜만 보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구인영장은 법원이 신문에 필요한 피고인 또는 증인 등을 강제로 불러들이기 위해 발부하는 영장이다.

형사재판은 피고인이 출석해야 열릴 수 있다. 즉 전두환이 계속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 진행자체가 불가한만큼 재판부도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재판 이후 김정호 변호사는 “두 번의 무단 불출석 등 재판에 임하는 전체적인 (전두환 측의)태도가 진정성이 없다는 시각을 반영해 재판부가 강제구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구인영장 발부 입장에 전두환 측은 “다음에는 꼭 출석할테니 참작해 달라”며 강제구인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으나 김 변호사는 “강제구인장은 발부될 것이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강제구인장이 발부되면 집행 문제만 남게 된다. (전두환이)거절하면 강제 소환되는 것이다”며 “본인 스스로 불상사 없이 올 것이냐 끌려서 올 것이냐만 남은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사건은 기소 이후 피고가 한 번도 출석을 않고 있고, 온갖 편법적인 꼼수를 다해 시간이 허비됐다”며 “(전두환)본인도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더는 뭔가를 할 수 없는 마지막 상태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한편, 5·18단체는 재판 직후 광주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전두환에게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며 “재판부는 전두환을 강제 구인해 재판이 신속히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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