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감시 활용…고감시, 고강도 노동
초단위 세분화 생산성 지표 관리, 평가

▲ 콜센터 노동조합 대책위원회(준)이 9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콜센터상담사 국가인권위 공동제소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콜센터 노동조합 대책위 제공>
2019년 현재, 약 3만 개의 콜센터 및 컨텍센터에 50만 명에 달하는 콜센터 상담 노동자가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콜센터상담사들이 강압적 노동통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 국가인권위에 현장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콜센터 노동조합 대책위원회(준)은 9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콜센터상담사 국가인권위 공동제소 기자회견’을 갖고 “콜센터 상담사는 여성, 비정규직이 대다수이며 저임금과 불안한 고용,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실적을 이유로 효율적인 노동통제가 강조돼 휴게시간까지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 하는 것은 물론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다”면서 “국가인권위의 현장조사와 콜센터상담사 노동인권 개선을 진정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콜센터 상담사는 기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노동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당하고 있어서 아무런 자율성이 없다”면서 “그러다보니 고객의 비합리적인 요구나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상황에도 어쩔 수 없이 수용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무의 재량권은 먼 나라 얘기이고 인간적인 존엄과 인격마저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

이어 “이런 강압적인 노동통제는 콜센터 산업이 원·하청이란 구조 속에 존재하면서 과도한 정량적인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으로 사업주들은 저비용과 동시에 고객만족도를 높이려는 두 가지 상반된 목표를 모두 이루려고 한다”면서 “이러다보니 콜센터 상담사는 사업주에게 함께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진정인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지회(위원장 이윤선)와 애플케어상담사지회(위원장 김형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콘센트릭스서비스코리아(유), 삼성전자서비스CS(주)를 피진정인으로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에 따르면 △강압적인 노동통제로 인한 휴게시간 미보장 및 화장실 출입 제한, 연차 사용의 자유 미보장 △실시간 노동통제 및 개입으로 인한 정보인권 침해 우려 △감정노동에 대한 회피권 없음 △모성권 미보장이 진정의 주된 이유다.

시간당 콜 수, 분 단위의 후처리시간에 대한 압박형 통제가 일반화되어 있으며 또 이를 강제하기 위해 엄격한 정량적 지표와 성과 기준에 의한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그 결과가 성과급에 반영되는 통제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

진정서에 따르면 관리자들은 사내 메신저를 통해 개별 상담사의 시간당 콜 수, 예상 1일 콜 수, 후처리시간, 휴게시간 사용률 등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면서 실적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자리에서 이석하거나 후처리시간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지 않도록 종용함으로써 통화종료와 더불어 곧바로 다음 통화를 받을 수 있는 통화가능 상태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다수가 관리자의 성과통제와 시간 압박 등 강압적인 노동통제로 휴게권이 박탈되며 화장실 출입도 제한하여 상담사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게 진정의 이유다.

또, 가동 인원 관리라는 명목으로 몇 개월 전에 연차 계획을 제출하게 하고, 변경을 쉽게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노동자가 원하는 시기에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차단하고 있다는 내용도 진정 내용에 포함됐다.

상담사들에 대한 실시간 노동통제 및 개입이 상담사들의 재량권을 축소함과 동시에 상담사의 인격권을 훼손한다는 내용도 있다.

콜센터산업의 통화품질 관리도 규격화된 스크립트를 사용해 그 내용에 대한 엄밀한 준수를 강조하고 이를 엄격한 모니터링을 통해 평가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실시간 모니터링 외에도, 통화내용을 녹취해서 무작위로 점검하는 녹취 콜 모니터링을 통해서 이뤄지며, 때로는 고객을 가장해서 상담원과 직접통화하며 평가하는 미스터리 콜링(mistery calling) 모니터링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대책위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건강과 안전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고 휴식시간은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며 건조한 작업장에서 말을 하는 일이라 수분 섭취가 잦으니 적어도 화장실은 원할 때 갈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며 진상을 부리거나 성희롱을 하는 고객은 회피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것이며, 모든 말을 훔쳐듣는 전자감시를 중단하라는 것”으로 “그래야 콜센터 상담사들이 자부심과 전문성을 갖고 일할 수 있고 콜센터 산업의 지속가능성도 보장된다”고 밝혔다.

한편 2006년과 2016년의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콜센터 HR 관리 변화과정을 분석하고 있는 정흥준(2016)의 연구에 의하면, 2006년에 비해 2016년에도 콜센터 상담사에 대한 강력한 통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전자감시를 활용한 고감시, 고강도 노동이 수행되고 있으며 처벌을 목적으로 한 성과 모니터링이 2006년에 비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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