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의 적정심리학 - 당신이 옳다’
(지은이 정혜신, 영감자 이명수, 해냄:2018)

  으레 그렇듯 새해를 맞이하면서 사람들은 마음도 주변 환경도 단장을 한다. 목욕재계를 하고 집청소를 하고 지나간 다이어리 대신 새 수첩을 준비한다. 그러면서 마음도 새롭게 먹고 다짐을 하고 올해 이루고 싶은 소망을 적어 본다. 하지만 누구나 한쪽에는 불안감이 있다. 작심삼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왜 우리는 반복되는 삶에서 뭔가 매듭을 짓고 새롭게 시작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이루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은 그래도 나은 미래를 기대하기 때문이겠지. 나에 대한 그리고 이웃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겠지.

 지난해 가을 출간되어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는 책 ‘당신이 옳다’(지은이 정혜신, 영감자 이명수 : 해냄출판사)에서는 그렇게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혜신 박사는 진료실안에서 ‘환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이웃’을 ‘사람’을 만나오면서 느끼고 정리한 것을 책으로 냈다.
 
 물리적 허기만큼 수시로 찾아오는 문제가 인간관계의 갈등과 그로 인한 불편함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매번 자격증을 가진 의사나 상담사를 찾을 수는 없다. 끼니 때마다 찾아오는 허기만큼이나 잦은 문제라서 그때마다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면 일상이 불가능해진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집밥 같은 심리학이 필요한 이유다. 안정적인 일상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집밥같은 치유다. 집밥 같은 치유의 다른 이름이 적정심리학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너무나 아픈 이들이 많아진 사회 속에서 이젠 이웃이 친구가, 집밥을 함께 먹듯 서로를 공감하고 지지하면서 스스로 해결해 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에게 내 문제해결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한발자국씩 나아가자는 것이다. 위급시에는 어린아이도 심폐소생술로 어른을 살릴 수 있듯이 말이다. 그 과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섣부른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내려놓고 온 체중을 실어 들어주고 이해하는 ‘공감’이라고 절절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고 있다.
 
 가장 절박하고 힘이 부치는 순간에 사람에게 필요한 건 ‘네가 그랬다면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너는 옳다’는 자기 존재에 대한 수용이다. ‘너는 옳다’는 존재에 대한 수용을 건너뛴 객관적인 조언이나 도움은 산소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에게 요리를 해주는 일처럼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50쪽)
 
 나는 일상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곤 한다… 별말 아닌 것 같지만 존재 자체에 대한 주목이어서 그렇다. 심리적으로 벼랑 끝에 있으면서도 낌새조차 내보이지 않고 소리없이 스러지고 있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라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라는 질문하나가 예상치않게 ‘심리적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하게 만들기도 한다.(58쪽)
 
 지난 1월8일 동네책방 숨에서는 정혜신 박사와 이명수 선생을 모시고 ‘심리적CPR워크숍:당신이 옳다’를 진행했다. 수많은 이들이 마음속의 아픔과 의문을 가지고 모였고 세 시간에 걸쳐 울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동안의 북토크보다 두배는 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어느때보다도 서로 공감하고 소통했던 시간, 모두가 위로와 격려를 받는 시간이었다.

 어느새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살았던 것이 아닐까. 어떤 성과나 결과물에 집중하느라 이 지구상에 유일한 ‘한 사람’이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 아니 바로 ‘나’라는 사실 말이다. 나를 존중하고 주변의 사람들을 집단이 아닌 개별적이고 인격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만나게 될 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이리라. 새해에 더 이상 반복되는 관계의 아픔이나 나 자신에 대한 절망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당신이 옳다’고, ‘무언가 이유가 있을테니 말해보라’고, 이야기를 건네고 어깨를 기대주는 바로 그 한 사람이 되어주면 좋겠다.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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