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예산 1억 편성 민간위탁 사업
전문가들 “동물 복지·학대 점검을”

▲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마스코트 수리와 달이.
 ‘수달’을 마스코트로 한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홍보 목적으로 광주시가 ‘반려견 수영대회’를 연다고 밝혀 생뚱맞다는 지적이다.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의 흥행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건 동물복지권에 위반되고, 동물에 대한 이해 없이 졸속으로 추진될 경우 동물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진다.

 15일 광주시에 따르면, 올해 7월 개최 예정인 2019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이하 광주수영대회)를 앞두고 민간위탁사업으로 ‘전국 반려견 수영대회’를 열 계획이다.

 반려견 수영대회는 당초 아마추어선수들의 대회인 ‘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8월쯤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시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홍보를 위해선 최대한 빨리(5월) 앞당기자’는 제안이 나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광주시가 책정한 반려견 수영대회 예산 1억 원은 시의회를 통과했고, 시는 이를 바탕으로 2월 중 반려견 수영대회 운영 사업자를 공모한다는 계획이다.

 반려견 수영대회가 치러질 장소는 광주천과 금남로 일대가 물망에 올랐지만, 현재까진 조선대 운동장에 튜브형 풀장을 여러 개 설치해 개최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반려견 스피드 수영, 물속 물건 찾기 등을 대회 내용의 예시로 들었다. 수영대회 참가자와 외부인들이 함께 즐기고 참여하는 볼거리가 목적이다.
 
▲“동물 이해 없이 졸속 추진 아닌가”

 하지만 반려견 수영대회 예산은 시의회 심사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우려를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반대 의견을 밝혔던 한 시의원은 “동물복지도 고려되지 않은 행사에 1억 원을 책정하는 것 누가 봐도 웃음거리일 거라 생각했고, 힘 있는 단체가 입김을 넣지 않고서야 이렇게 급조된 계획이 통과될 수 있나하는 의문이 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결국 예산은 의회를 통과, 광주시가 관련 행사를 구체화하면서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려견 수영대회가 메가이벤트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알려지면서, 사람들 행사에 동물이 이용되는 게 적절한 지가 첫번째 문제 제기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측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유희나 오락의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면서 “‘대회’라는 특성상 상금 또는 상품이 걸려있을 때 동물이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최근 산천어 축제 등을 겨냥해 “축제라는 이름 아래 무의식적으로 수많은 동물이 동원되고 함부로 다뤄지는 건 사회적 문제”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동물 동원 축제 반대 기획팀인 ‘동물축제 반대축제’ 의뢰로 시행된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2015년 전국 86개 동물축제 프로그램 중 동물을 죽게 하거나 죽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주는 활동이 84%에 달했다.

 광주세계수영대회 마스코트가 수달을 형상화한 ‘수리’와 ‘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려견을 홍보에 이용한 것 자체가 생뚱맞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법, 오락 목적 동물이용 지양” 

 동물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한 행사인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의사 A씨는 “반려견은 물론 수영을 할 수 있고, 최근엔 전용 수영장도 많이 생기고 있지만, 개들의 80% 정도는 물에 들어가기 싫어한다”면서 “개들이 인간의 짜 놓은 대회 패턴에 맞춰 수영을 즐길 것이라는 생각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부 공개된 반려견 수영대회 장소, 대회 내용이 지극히 인간의 관점에서 기획됐다는 점은 동물 학대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 녹색당 생명권의제모임의 소영 활동가는 “만약 예정대로 도심의 천이나 강에서 반려견 수영대회를 치를 경우 수심과 수질에 대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면서 “같은 수영대회이고 여름이니까 개가 수영하는 그림만을 바랄 게 아니라 동물에게 위험한 점은 없는지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많은 동물과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일 경우 ‘개-개’, ‘개-사람’ 간 안전 문제도 신경써야 한다는 조언이다.

 덧붙여 “최소한 민간영역의 개별 단체에 행사 운영 전체를 맡기는 것보다 협의체를 구성해 동물권을 해치지 않는 방법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 세계수영대회 지원본부 관계자는 “모든 축제와 행사가 그렇듯 반려견 수영대회도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업체 공모에 필요한 기준은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스코드 수달인데 “생뚱맞다” 반응도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200여개국 1만50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이며, 국가대표들이 출전하는 선수권대회는 2019년 7월 12일부터 28일까지(17일간), 수영 동호인들이 참가하는 마스터즈대회는 8월 5일부터 18일까지(14일간) 광주와 전남 여수 일대에서 열린다.

 마스코트는 광주의 랜드마크인 무등산과 영산강에서 서식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 암수 한 쌍인 ‘수리’와 ‘달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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